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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 나를 알아가고 사랑하는 과정 2022년 8월 23일 새벽 베를린 몇 개월 동안 블로그에 글이 드문드문 올라왔다. 이별했기 때문이다. 나를 챙기느라 바빴다. 보이는 글(블로그)은 쓰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글은 꾸준히 썼다. 5월부터 시작한 글쓰기 모임과 매일 새벽마다 갔던 미사 후에 글을 썼다. 글을 쓰며 미소 짓고 웃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눈물을 흘렸다. 전에 썼던 블로그 글 한 편을 오늘 읽었다. '건강해서 다행이야'라는 글이었다. 내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였다. 글 마지막에 나는 나를 격려한다. 이별해도, 시험에서 떨어져도, 실패해도 괜찮다며. 건강하니까 가능한 일이었다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고, 사랑했고, 공부해서 시험을 보았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건강한 덕분이라고. 과거의 나는 .. 2022. 8. 23.
무더운 여름밤 2022.08.17 목요일 베를린 무더운 여름밤이다. 한국은 폭우, 유럽은 가뭄으로 피해가 큰 요즘이다. 독일은 아주 덥다. 어젯밤에는 너무 더워서 나는 자다가 몇 번이나 깼다. 현재 시각은 밤 10시 45분. 화장실에 가면서 보니 옆방 후안도 아직 깨어있다. 방문을 열어두고 책상에 앉아있는 후안. 어제 후안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부엌에서 점심을 만들며 후안이 물었다. 후안: 오늘 컨디션 어때? 나: 좋지! 너는 어때? 후안: 나는 잠을 늦게 잤어. 너무 더워서 잠이 안 오는 거야. 새벽 4시까지 깨어있었어. 나: 4시까지? 하긴... 어제 너무 덥긴 했지. 나도 새벽 2시에 잠들었어. 어제저녁에 산책 나갔다 왔는데 너무 덥더라. 습도도 높았어. 후안: 맞아. 습도가 너무 높았어. 나: 목요일까지만 .. 2022. 8. 18.
함께 사는 즐거움 - 먹을 것을 나누어 먹는 사이 2022년 6월 20일 월요일 오전 11:30 베를린 WG 부엌 날이 추워서 미역국을 끓였다. 김치 같은 게 필요해서 자우어크라우트로 볶음김치를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왔다. 알렉스였다. 나는 바쁘게 요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부엌 앞 복도 재료를 넣어두는 선반에 참기름과 설탕을 넣으러 갔다. 부엌에서 나온 알렉스가 나에게 무엇인가 내민다. 응??? 초록색 쓰레기 같아 보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왜 나한테 쓰레기를 주지? (1초... 2초....) 아!!!!’ 초콜릿이었다. 초록색 포장지에 담긴 반쯤 먹고 남은 초콜릿이 꼭 초콜릿 쓰레기처럼 보였던 것이다. 나는 초콜릿 한 조각을 집어 들고 환하게 웃으며 알렉스에게 고맙다고 했다. 알렉스 마음이 예뻤다. 2초 동안 이것이 무엇인지 어리둥절한 나 자신.. 2022. 6. 20.
핸드폰 실종 7시간 2022년 6월 10일 금요일 오후 베를린 오늘 아침 분명히 핸드폰을 들고나갔다. 집에 들어와서 샤워할 때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었는데... 핸드폰이 어디로 갔을까? 몇 시간은 괜찮았다. 오후 4시. 이제 핸드폰이 필요하다. 기숙사 1층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핸드폰이 어디 갔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앞방 알렉스 방 문이 열려있다. 알렉스 나갔나 보네 생각하는데 어두운 복도에서 자전거를 점검하고 있는 알렉스를 발견했다. 진짜로 깜짝 놀랐다. 내가 너무 놀라니 알렉스가 미안하단다. 나는 화장실에서 일을 시원하게 보고 와서 다시 방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부엌에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복도로 나가며 알렉스에게 나: 혹시 내 핸드폰 봤어? 핸드폰을 집에서 잃어버렸어. 오늘 아침.. 2022. 6. 10.
네 번의 글쓰기 모임 - 신나는 놀이터, 공감과 치유, 사랑 2022년 6월 6일 공휴일인 월요일 새벽 2시 베를린 D 내 방 오늘은 이야깃거리가 많이 떠오르는 하루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들 때 문장이 떠오른다. '글로 이렇게 써봐야지'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은 보면 '사진을 이렇게 찍어보아야지' 생각하며 직사각형 안에 풍경을 넣어보는 상상을 한다.) 오늘 떠오른 생각과 감정: 잠들기 위해 이불을 덮는 순간이었다. '(미소를 지으며) 나 정말 멋진 분들과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구나! (흐뭇하고 행복한 감정)' 그동안 내가 경험한 글쓰기 네 번의 모임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진화하는 글쓰기 모임에 대해서. 그리고 떠오른 문장은 '오늘은 이야깃거리가 많이 떠오르는 하루다' 였다. 이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고 싶었다. .. 2022. 6. 6.
누나가 그 일을 한다면 우리 가족 모두 응원할거야 2022년 6월 5일 일요일 아침 8시 베를린 나에게는 여섯 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오늘 동생이랑 한 시간 동안 통화했다. 다양한 주제들이 오고 갔다. 별 얘기를 다 했다는 말이다. 동생은 그만큼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수긍도 잘해준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뼈 때리는 말을 하는 것도 동생이다. 동생은 내 성격과 말투에 대해 가끔 말한다. 내가 나를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준다. 나는 동생 말을 듣고 기분 나쁘지 않다. 동생은 나를 잘 알아서 내가 기분 나쁘지 않게 뼈 때리는 말하기 때문이다. 동생은 나의 모든 남자친구를 본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데이트할 때 동생을 한 번 씩 만났다. 동생은 내 남자 친구들의 장점을 알아봐 주었고,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한 남자 친구.. 2022. 6. 5.
듣는 블로그 :: 시 - 어여쁜 짐승, 나태주 글: 2022년 6월 2일 저녁 베를린 시 낭독: 2021년 12월 29일 한국 영상을 클릭하면 시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여쁜 짐승 나태주 정말로 좋은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란 말이 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젊은 시절엔 그런 말들을 듣고서도 미처 그 말의 뜻을 깨치지 못했다 처음부터 귀를 막았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사랑이란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란 것을 알았을 때는 너무나 많은 나이를 먹고 난 뒤의 일이기 십상이다 그것은 행복이 자기한테 떠나갔을 때 비로소 자기가 행복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어리석음과 같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것을 알았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네 옆에 잠시 이렇게 숨을 쉬는 순한 짐.. 2022. 6. 3.
나를 행복하게 하는 10가지 2022월 6월 2일 오후 한 시 베를린 글쓰기 모임 H님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10가지를 써보자고 제안하셨다. 리스트를 작성하다 보니 길어졌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이렇게 많구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 10가지 아침에 잘 자고 일어나 기지개 켤 때 Essie Jane 음악, Wandermädchen 팟캐스트, 클래식 라디오 들으며 요리할 때 아침으로 계절 과일 먹을 때: 딸기, 복숭아, 수박, 메론, 무화과, 감 등 좋아하는 책 옆에 쌓아두고 읽을 때 책에서 좋은 글귀 발견해 밑줄 그을 때 빨래가 다 말라 보송보송할 때 샤워하고 새로 꺼낸 보송보송한 발매트 위에 올라갈 때 매트리스 커버, 이불 커버 바꾼 날 잠들 때 산책하며 묵주기도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좋은 친구와 대화할 때 (카.. 2022. 6. 2.
독일 가톨릭의 날 2022 - 새로운 인연들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저녁 9시 슈투트가르트의 한 학교 교실 침낭 위에서 쓰는 글 어제 베를린 중앙역에서 아침 8시 15분에 가톨릭 동아리 친구들과 담당 신부님을 만났다. 가톨릭 동아리에는 사람이 많아서 나는 모두를 알지 못한다. 얼굴만 알고 있는 사람이 꽤 많다. 어제 아침에 만난 친구들도 얼굴만 아는 친구들이았다. 베를린에서 6시간 기차타고 슈투트가르트 도착한 후 도시를 둘러보고 숙소까지 오는 일정을 마치니 우리가 15시간을 붙어있었더라. 그중 한 명과는 숙소 같은 방이라 침낭을 나란히 두고 무려 24시간을 같이 있었다. 친구들이 참 따뜻하다. 어제 친구들과 하루종일 같이 있으며 편안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많이 웃고, 배가 고플 때는 옆에 앉아 빵을 우걱우걱 먹고, 잠이 오면 지하철.. 2022. 5. 27.
독일 가톨릭의 날 2022 - 슈투트가르트에 왔다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저녁 7시 슈투트가르트의 한 학교 교실 침낭 위에서 쓰는 글 슈투트가르트에 왔다 어제 슈투트가르트에 왔다. 2022년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가톨릭의 날에 참여한다. 어제 아침 동아리 친구들과 베를린 중앙역에서 만나 6시간 기차를 타고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했다. 두 달 전 동아리 뉴스레터에서 가톨릭의 날 공고를 보았다.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은 신청하라고. 그때는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였다. 일단 신청 해보자. 못 가게 되면 못 가는 거지 뭐. 가톨릭의 날 참여 신청을 하고 며칠 지나 이번 학기 시간표가 결정했다. 카톨릭이 날이 열리는 5일 중 딱 중간 날에 수업이 있었다. 그것도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2022. 5. 27.
아침 루틴 -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 2022년 5월 8일 일요일 어버이날 아침 10시 오늘 아침에 일어나 부모님께 어버이날 축하 전화를 드리고 아침 루틴을 시작했다. 독일어 미사 책을 꺼내 내가 좋아하는 기도문을 읽었다. 매일 같은 기도문을 읽는데도 내가 어떤 상황에 있고, 어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최근 어떤 대화를 했는지에 따라 기도문에서 느껴지는 게 다르다. 며칠 전부터 평온을 위한 기도를 바치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용기를 낸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내어 나에게 맞는 선택을 했다. 평온을 위한 기도 (Reinhold Niebuhr)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은혜를 주시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바꿀 수 있는 용.. 2022. 5. 8.
어버이날 전화 -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7일 며칠 전부터 부모님께 꽃다발을 보낼까 케이크를 보낼까 고민했다. 카드 결제가 안 되어서 어버이날 하루 전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해외에서 한국 사이트 카드 결제가 안 될 때가 종종 있다. 나: 엄마, 이번 어버이날에는 예쁜 케이크 하나 사서 두 분이 드세요~ 엄마가 알겠다고 하신다. 2022년 5월 8일 어버이날 아침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주변에서 소리가 들린다. 나: 엄마 밖이야? 엄마: 아니, 아빠랑 음악 듣고 있었어. 부르흐 '콜 리드라이'. 나: 어버이날 축하해요! 엄마: 여보, 당신 들어봐. 작은 딸이 어버이날이라고 전화했대. 나는 어제 들었어. 나: 아빠! 어버이날 축하드려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고마워! 안 그래도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 카톡에 왜 .. 2022.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