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

2022. 8. 18. 06:18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2.08.17 목요일 베를린

 

 

무더운 여름밤이다. 한국은 폭우, 유럽은 가뭄으로 피해가 큰 요즘이다. 독일은 아주 덥다. 어젯밤에는 너무 더워서 나는 자다가 몇 번이나 깼다. 현재 시각은 밤 10시 45분. 화장실에 가면서 보니 옆방 후안도 아직 깨어있다. 방문을 열어두고 책상에 앉아있는 후안. 어제 후안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부엌에서 점심을 만들며 후안이 물었다.

 

후안: 오늘 컨디션 어때?

나: 좋지! 너는 어때?

후안: 나는 잠을 늦게 잤어. 너무 더워서 잠이 안 오는 거야. 새벽 4시까지 깨어있었어.

나: 4시까지? 하긴... 어제 너무 덥긴 했지. 나도 새벽 2시에 잠들었어. 어제저녁에 산책 나갔다 왔는데 너무 덥더라. 습도도 높았어. 

후안: 맞아. 습도가 너무 높았어.

나: 목요일까지만 덥고 주말 되면 시원해진대!

 

요즘 나는 점점 늦게 잠이 든다. 날씨가 더운 이유도 있지만 방학이 시작된 이유도 있다. 그저께는 새벽 2시에 잠들어서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어제는 새벽 1시에 잠들어서 오늘 아침 8시에 일어났다. 변화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방학을 잘 만끽했으니 이제 일찍 잠드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저녁 리추얼을 만들기로 했다. 오늘 밤에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오늘 즐거웠던 일을 기록해볼까? 짧고 강렬한 즐거움은 단연 시험 통과 소식! 휴!!!!!! 다행이다. 마음을 많이 졸인 시험이었다. 두 번으로 나누어보는 시험이라 9월에 또 하나 본다. 9월에도 열심히 해봐야지!!

 

길고 잔잔한 즐거움은 오후에 요리하던 시간. 두부와 오이가 들어간 볶음밥, 자우어크라우트 볶음김치를 만들었다. 어제 만든 미역국도 끓였다. 가지볶음 레시피로 두부 오이 볶음을 만들었다. 무지 맛있었다. 여기에 밥을 넣고 볶았다. 날씨는 더웠지만 창문으로 솔솔 들어오는 더운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요리했다. 나는 요리하는 시간이 참 좋다.

 

감탄했던 즐거움은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테이크 Give and Take> 책 소개 영상. 영상을 보며 '아하!' 감탄하며 주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주변에 있는 테이커, 기버, 매처를 떠올려보았다. 테이커 taker는 인간관계에서 무엇인가 얻으려고만 하는 사람이란다. 지금 살고 있는 기숙사에도 테이커가 있었고, 가깝게 지냈던 친구 중에도 테이커가 있었다. 나는 기숙사에서 6명과 함께 살고 있다. 부엌 하나와 화장실 두 개를 공유한다. 6명 중에 한 명이 테이커다. 항상 무엇인가 빌려달라고 하는데 (지우개, 우유, 사진기, 우산, 세탁 세제 등) 매우 당당하다. 꼭 자기 것처럼. 다른 사람 과자도 몰래 먹고, 달걀도 몰래 먹는다. 매주 돌아가며 하는 청소도 안 한다. 공용 공간인 부엌과 화장실도 더럽게 쓴다. 나는 그 아이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아, 테이커구나' 생각하니 간단명료해졌다. 나는 몇 달 전부터 그가 하는 부탁은 모두 거절하고 있다. 또 다른 테이커는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다. 정서적인 테이커였다. 나의 관심과 애정을 요구하고, 내가 잘해주면 그 친구는 계속 무엇인가를 더 바랐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다. 내 주변의 기버와 매처도 떠올려보았다. 고마운 친구들! 나는 그들에게 기버가 되기로 했다. 

 

이제 자볼까? 하품이 나온다. 글을 시작할 때는 사진과 노래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역시 글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글을 쓰며 들은 음악은 '베란다 프로젝트'의 <산행>이다. 작년에 친구가 '베란다 프로젝트' 음반을 소개해주었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 <산행>이다. 등산과 산책 갈 때 듣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일찍 하품이 나온다. 빨리 자야지! :) 

 

 

 

밤 사진이 없어서 오후 사진으로. 지금은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글을 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번주부터 글쓰기 모임 2기가 시작되었다. 어떤 글을 쓰게 될까? 콩닥콩닥 설렌다 :)

- 한 달에 한 번 공모전에 글을 내보기로 했다. 참가(제출)가 목적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글 쓰는 동기부여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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