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3일 새벽 베를린
몇 개월 동안 블로그에 글이 드문드문 올라왔다. 이별했기 때문이다. 나를 챙기느라 바빴다. 보이는 글(블로그)은 쓰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글은 꾸준히 썼다. 5월부터 시작한 글쓰기 모임과 매일 새벽마다 갔던 미사 후에 글을 썼다. 글을 쓰며 미소 짓고 웃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눈물을 흘렸다.
전에 썼던 블로그 글 한 편을 오늘 읽었다. '건강해서 다행이야'라는 글이었다. 내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였다. 글 마지막에 나는 나를 격려한다. 이별해도, 시험에서 떨어져도, 실패해도 괜찮다며. 건강하니까 가능한 일이었다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고, 사랑했고, 공부해서 시험을 보았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건강한 덕분이라고. 과거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건강하면 됐다!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글쓰기에는 힘이 있다. 나를 격려하고 회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별 후 마음에 날카롭게 할퀸 자국이 남았을 때, 나를 신뢰하는 마음을 잃었을 때 글을 쓰며 알았다. 나는 잃은 것이 없었다. 내게는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 건강한 몸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있었다. 나라는 가장 좋은 친구. 항상 나를 사랑해주고 격려해주는 친구.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친구 말이다.
글을 쓰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알게 된다. 내게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을 때 글을 쓰면 내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것 같을 때 글을 쓰면 내가 충실한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 때 글을 쓰며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면 미래에도 잘 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자 나를 사랑하게 되는 시간이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을 이미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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