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6일 목요일 저녁 9시
슈투트가르트의 한 학교 교실 침낭 위에서 쓰는 글
어제 베를린 중앙역에서 아침 8시 15분에 가톨릭 동아리 친구들과 담당 신부님을 만났다. 가톨릭 동아리에는 사람이 많아서 나는 모두를 알지 못한다. 얼굴만 알고 있는 사람이 꽤 많다. 어제 아침에 만난 친구들도 얼굴만 아는 친구들이았다. 베를린에서 6시간 기차타고 슈투트가르트 도착한 후 도시를 둘러보고 숙소까지 오는 일정을 마치니 우리가 15시간을 붙어있었더라. 그중 한 명과는 숙소 같은 방이라 침낭을 나란히 두고 무려 24시간을 같이 있었다.
친구들이 참 따뜻하다. 어제 친구들과 하루종일 같이 있으며 편안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많이 웃고, 배가 고플 때는 옆에 앉아 빵을 우걱우걱 먹고, 잠이 오면 지하철 타며 옆에서 졸았다. 어떤 친구는 길을 잘 찾고 어떤 친구는 사람들을 잘 챙긴다. 한 친구는 사범대학이서 수학과 음악을 전공한다고 한다. 미사 때 열정적으로 키보드를 치던 애가 이 아이였군! 음악 이야기를 하니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베를린에 돌아가서 친구는 피아노, 나는 비올라를 해보아야겠다.
어제 저녁 식사로 독일식 만두를 넣은 빵을 먹었다. 슈투트가르트 성 앞의 큰 광장을 보며 먹었다. 앞에서 웃으며 대화하는 친구들, 광장에 지나가는 사람들, 맑은 하늘,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보며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나는 친한 친구와 멀어졌다. 생각도 잘 맞고 성향도 비슷한 친구였다. 나에게는 그 친구의 빈 자리가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슈투트가르트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며 이제는 그 친구를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친구가 떠난 자리는 새로운 친구들이 와서 채워주고 있으니까. 사람의 인연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한단다. 마음에서 떠나보내야 다시 돌고 돌아 만나겠지. 내 마음에 자꾸 잡아두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세상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 일이었나! 나는 항상 친구를 응원할 것이다.
나의 허전한 마음이 또 다른 친구들로 채워진다. 원래 알고 있었던 친구를 가톨릭의 날에서 더 깊게 알아가고, 또 다른 친구들과는 글쓰기 모임도 시작했다. 요즘 그룹 채팅방에서 대화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이번주 일요일이 글 마감인데 나는 벌써 다 썼다. 가톨릭의 날에 참여하기 때문에 월요일에 이미 글을 썼다.
작년 한국에 있을 때 수녀원 피정에 참여했다. 2박 3일 피정 마지막날 수녀님이 내게 물으셨다.
“하느님이 통로에게 준 삶의 목적는 무엇인 것 같아요?”
“저를 사랑하고, 삶에서 만나는 인연에 진심을 다하는 거요. 진심을 전하는 방법은 따뜻한 말이 될 수도 있고 음악 혹은 학문이 될 수도 있죠. 저는 그동안 이렇게 생각했어요,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누군가를 도와야겠다고요. 하지만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고도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할 수 있겠더라고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저와 인연을 맺는 사람들은 별 같아요. 그 별에게 마음을 다하는 것이 하느님이 저에게 주신 삶의 목적이 아닌가 싶어요. 그 별은 제 곁에서 오래 머무시는 부모님과 언니, 남동생이 될 수도 있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될 수도 있죠. 인연이 닿아 짧게 만나는 사람들도 있고요. 길든 짧든 제 인생의 여정을 함께 하는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진심을 다하고 싶어요.”
결국 내가 그들을 대하는 모습이 나를 대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나를 대하듯 그들을 대하게 되니 말이다. 내가 나에게 따뜻한 사람이라면 내 곁에 머무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사람이 된다.
내가 나를 대하듯 누군가를 대하니, 나를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이도 사랑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다른 이를 내 몸처럼 대하라고 한다. 이웃이 예수님이라 생각하며. 불교에서는 내 옆의 사람을 부처님처럼 대하라고 말한다.
나는 멀어진 친구를 예수님과 부처님처럼 대했을까? 부족했지만 항상 노력했다. 친구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려 노력했다.
나는 새로 만나는 친구들을 예수님과 부처님처럼 대하고 있을까?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있다. 고마울 때 고맙다고 말하며 내 마음을 표현한다.
나는 부모님과 언니와 동생을 예수님과 부처님처럼 대하고 있을까? 역시 부족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부모님과 대화도 자주하고, 말 없는 언니 대신 조카들이랑 잘 놀고, 동생에게도 기다려주는 좋은 누나가 되려고 노력한다. (동생이 그랬음. “누나 노력하는 거 내가 잘 알아.” 이 말을 들었을 때의 감동이란!)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진심을 다해야겠다. 숙소를 담당하는 분들께 한 번 더 감사 인사를 하고, 가톨릭의 날 봉사자들에게 한 번 더 미소를 짓고, 함께 숙소를 쓰는 친구들을 배려하며 새벽에 일찍 깨도 침낭에 조금 더 머물기로! :) 슈투트가르트에 참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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