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톨릭의 날 2022 - 슈투트가르트에 왔다

2022. 5. 27. 02:45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저녁 7시
슈투트가르트의 한 학교 교실 침낭 위에서 쓰는 글


슈투트가르트에 왔다


어제 슈투트가르트에 왔다. 2022년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가톨릭의 날에 참여한다. 어제 아침 동아리 친구들과 베를린 중앙역에서 만나 6시간 기차를 타고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했다.

두 달 전 동아리 뉴스레터에서 가톨릭의 날 공고를 보았다.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은 신청하라고. 그때는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였다. 일단 신청 해보자. 못 가게 되면 못 가는 거지 뭐.

가톨릭의 날 참여 신청을 하고 며칠 지나 이번 학기 시간표가 결정했다. 카톨릭이 날이 열리는 5일 중 딱 중간 날에 수업이 있었다. 그것도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베를린에서 열리는 수업(Blockseminar)였다. 가톨릭의 날은 못 가는 건가? 교수님께 양해를 구해볼까? 슈투트가르트에서 줌으로 수업 할까? 수업 끝나고 슈투트가르트 와서 이틀만 참여할까?

가톨릭 날 일주일 전 수업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일정을 바꾸어야 한다고. 5월 27일이던 수업이 7월로 바뀌었다. 내 걱정이 한 순간에 없어지던 순간이었다. 아! 나 가톨릭의 날 갈 수 있겠구나!




파도 타기


학기 중에 5일이나 빼서 어딘가에 간다니! 무모한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삶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해야하는 일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일이 있다. 1년 전 한국에 갈 때도 ‘지금 내가 공부해야하는데 한국 가도 되나? 줌 수업이라고 하지만 시차도 다른데.’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 간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수업도 잘 듣고 시험도 잘 보았다. 취업 준비도 해보았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났다. 매일 뒷산을 오르면 등산인이 되었다. 한국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7개월 후 독일에 돌아왔다. 다시 앞으로 나갈 힘이 생겼다. 한국에 간 것은 그때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는 학교 수업도 오프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삶은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다. 방향을 정해두고 파도 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높은 파도가 오면 그냥 타면 되기 마련이다. 한국에 가는 기회는 나에게 파도 같았다. 우연히 주어진 기회. 현실의 걱정은 잠시 내려두고 그냥 몸을 던졌다.

슈투트가르트행도 그랬다. 그냥 가보자. 가서 뭔가 얻게 되겠지. 숙제와 과제를 할 수 있는 5일이라는 시간이 아깝게도 느껴지지만, 슈투트가르트에 다녀와서 생긴 에너지로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으니까. 내 삶에 또 언제 이렇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때가 올까?

생각해보면 독일에 온 것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것도 파도에 몸을 맡기는 행동이었다. 사랑도 그랬다.

슈투트가르트에 오니 온 도시가 우리를 환대한다. 때제 유럽 모임과 스페인 순례길이 떠오른다. 여기서 보내는 5일을 신나게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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