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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환대 :: 신한열, 함께 사는 기적 (떼제 공동체)

by 통로- 2020. 9. 4.

2020년 9월 4일 날씨가 쌀쌀한 금요일 오후 베를린

 

 

 

 

신한열, 함께 사는 기적, 신앙과지성사

 

계기: 아버지가 보내주신 책. 떼제 노래를 좋아하는 내가 정말로 아끼는 책이다. 읽을 때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기로 다짐한다. 읽을 때마다 날짜를 쓰고 밑줄 긋고 내 생각을 기록한다. 오래 함께할 책이다. 

 


 

독서 카드: 

 

(로제 수사)가 떼제로 와서 살기 시작한 1940년은 유럽이 갈라져 서로 죽고 죽이는 2차 대전이 극심할 때였다.[...] 전쟁이 그칠 무렵 첫 형제들과 함께 돌아왔을 때, 떼제 근처에는 작은 규모의 독일군 포로 수용소가 두 군데 세워져 있었다. 로제 수사는 당국의 허가를 박고 이 수용소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일요일에 포로들을 떼제로 초대해서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전쟁 직후라 모든 것이 부족했다. 주문들은 배급으로 살아갔고 포로들의 생활은 더 비참했다. [...]

 

(신한열 수사)는 1997-1998년 연말연시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이 모임을 몇 달 동안 현지에 머물면서 준비했다. 수만 명이 참가한 이 젊은이 대화를 몇 주 앞두고 헤른베르크라는 인근 소도시 루터교회에서 호스트 가정을 대상으로 안내 모임을 열었다. 거기서 나는 뜻밖에도 아주 특별한 노인 한 분을 만났다. 참가자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부부는 늙어서 힘이 없지만 젊은이들을 우리 집에 맞이하고 싶어서 오늘 모임에 왔습니다. 그 이유는 50년도 더 지난 과거에 제가 떼제에 손님으로 갔기 때문이에요."

 

나는 귀가 쫑긋해졌다. 50년 전이라니, 이분은 1940년대에 이미 떼제에 갔단 말안가? 노인은 말을 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 갇혀 있었지요. 참 비참한 생활이었지요. 그런데 일요일마다 근처 마을에서 젊은이 두 사람이 수용소를 찾아왔어요. 나중에는 일요일에 우리가 그들 집에 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지요. 그러다가 크리스마스를 맞았어요. 우리는 떼제에 가서 함께 성탄 예배를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옆방으로 가니, 식탁이 꾸며져 있고 따뜻한 음식이 마련되어 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우리 각자에게 아주 작은 선물도 준비되어 있었지요. 먹을 것도 귀하던 그 험한 시절에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수용소가 이동이 되었고 나중에 독일로 돌아왔지만, 그때 떼제에서 받은 따뜻한 환대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떼제가 슈투트가르트에서 유럽 젊은이 모임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제 아내와 저는 이번에는 우리가 손님을 맞이할 차례라고 생각했어요. 가능하면 지금 전쟁 중인 크로아티아에서 온 젊은이들이면 좋겠어요."

 

노인은 50년 전의 체험을 어제 얘기처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는 진작 화해가 이루어졌지만 발칸 반도에서는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면서 민족들 사이에 새로운 전쟁이 발발했던 것이다. 

 

-신한열 <함께 사는 기적> 81-83쪽

 


 

 

성탄 예배를 보고 옆 방에 차려진 따뜻한 음식과 작은 선물에 큰 감동을 받았을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려졌다. 

 

따뜻한 환대.

 

2014년 프라하에서 열린 떼제 유럽 젊은이 모임(매년 연말 유럽의 한 도시에서 열리는 모임. 신한열 수사가 1997-1998 슈투트가르트에서 준비했던 그 모임)에 참가했을 때 나도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자원봉사를 하던 사람들로부터, 떼제 공동체로부터, 또 프라하 호스트 가정에게서도. 아무런 이유 없이 그곳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환대를 받았다.

 

언제 또 환대를 받았나 생각해보았다. 

 
- 베를린에서 시작하는 스페인 순례길에서 처음으로 비가 오던 날, 순례자 여권 스탬프를 받으러 들어간 인도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은 스탬프를 찾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며 내게 말했다.
“밀크티 한 잔 드릴게요. 저기 앉아 계세요.”
밀크티를 마시니 추위에 움츠러져 있던 몸이 풀렸다.
- 순례길의 작은 마을 Kähnsdorf 문화의 집에서도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문화의 집 담당자는 그곳의 역사, 문화 행사, 내가 다음에 도착할 마을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 과테말라에서도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마음이 지칠 때면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 티켓을 끊었다. 부모님께 연락드리지 않고 집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라하셨던 엄마 표정이 떠오른다. 

-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오랜만에 한국에 갔을 때 부모님의 어색한 환대도 받았다. 우리 가족은 원래 환대하고 반가워하고 그런 표현을 잘 못한다. 하지만 내가 엄마 아빠를 너무 반가워하자 (나만 애틋함 ㅎㅎ) 엄마 아빠도 어색하신 듯 나를 환대해주셨다. 

- 괴팅엔 부모님 댁에 저녁 먹으러 갈 때마다 환대를 받았다.

- 이웃 도시에 사는 친구 집에 갔을 때도 환대를 받았다. 친구의 부모님은 나를 위해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를 준비해주셨다. '네가 궁금했어. 반가워.' 눈빛을 마구 뿜어내시는 두 분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 친구 기숙사에서 하루 묶었을 때도 환대를 받았다. 친구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을 내게 내어주었다.

- 작년과 재작년 (독일 서부) 랑엔펠트 고모님 댁에 갔을 때 환대를 받았다. 재작년에는 초보 베를리너 시절이라, 환승역 입구를 헷갈려서 고모님 댁 가는 기차를 놓쳐버렸다. 랑엔펠트에 아주 늦게 도착한 나를, 고모님은 고생 많았다며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부모님, 동생과 함께 고모님 댁에 방문했다. 고모님과 고모부는 맛있는 요리로 우리를 환대해주셨다. 

 

기억하지 못하던 순간에도 나는 많은 환대를 받았을 것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와 아빠, 언니는 나를 환대해주었겠지.

 

난 참 많은 환대를 받으며 살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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