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시작하는 스페인 순례길 1 - 작은 실패를 기념하며

2020. 7. 20. 05:12일상 Alltag/베를린 순례길 Berliner Jakobsweg

2020년 7월 19일 일요일 베를린

 

 

삶에는 작은 성공 뿐 아니라 작은 실패도 많다. 작은 성공은 모여 큰 성공이 되고, 작은 실패도 모여 큰 성공이 된다. 

 

이틀 전 작은 실패를 했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때는 그냥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실컷 신세 한탄을 했다. 그리고 걷기로 마음 먹었다. 다시 가고 싶었던 스페인 순례길을.

 

스페인 순례길은 어디서나 시작할 수 있다. 5년 전 부모님과 순례길을 걸었을 때 독일 아저씨를 만났다. 독일 남부에서 태어난 아저씨는 자신이 태어난 도시에서 산티아고까지 여름마다 몇 년에 걸쳐 걸었다고 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괴팅엔 부모님이 순례길을 떠나셨다. 첫 해에는 괴팅엔 아버지 만프레드가 태어난 독일 중부에서 어머니 폴렛이 태어난 프랑스 서부까지 걸으셨다. 다음해에는 프랑스부터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나도 우리집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 9시에 집을 나섰다. 단골 서점을 지나 계속 걸으니 도시 외곽이 나왔다. 집에서 출발한지 1시간 반 만에 스페인으로 향하는 베를린 순례길에 도착했다. 순례길 표시인 조개 문양을 보았을 때 정말 반가웠다. 

 

 

 

 

오늘 실패라 생각한 것이 1년, 5년, 15년 후엔 더 이상 실패가 아닐 것이다. 내가 열고 싶었던 문이 아니라 다른 문이 열렸을 뿐이다. 그 다른 문은 나에게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실패는 무척 쓰라리다. 그래서 걷는다. 길에서 답을 찾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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