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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베를린 순례길 Berliner Jakobsweg

베를린에서 시작하는 스페인 순례길 2 - 둘째 날은 조금만

by 통로- 2020. 7. 20.

 

2020년 7월 20일 베를린

 

 

 

어제 8km 정도를 걷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런 생각을 했다.

'와. 오늘 진짜 많이 걸었네. 이러다가 베를린 B 구역까지 금방 가는 거 아냐?'

 

 

 

오늘 아침 상쾌하게 눈을 떴다. 명상하다 살짝 잠이 들었다. 아침 요가 대신 전신 스트레칭 유튜브 영상을 따라 했다. 오늘 많이 걸을 테니까. 베를린 C 구역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리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다. 복근 운동도 잊지 않았다. 아침으로 먹을 복숭아 두 개와 체리를 도시락통에 넣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아침 8시 15분이었다. 어제보다 45분이나 일찍 나왔다. 여름의 푸른 가로수를 보니 미소가 나왔다. 

'집에서 스페인 순례길을 시작하다니, 정말 멋진 걸!'

 

 

 

 

 

 

 

 

 

 

 

결론부터 말하자면 5km 걸었다. 중간에 길을 잃어버려서 빙글빙글 돌았다. S-Bahn 역 (도시와 도시를 잇는 기차. 급행 지하철 느낌) 하나는 더 갈 줄 알았는데 발이 살살 아파오더라. 물집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아침에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걷고 중간에 지하철 갈아타고, 순례길 걸은 후 집에 돌아오는 거리까지 총 7km를 걸었다. 

 

 

 

생각해 보니 순례길은 이틀 째가 중요했다. 5년 전 부모님과 함께 스페인 순례길을 걸을 때 첫째 날 20km를 걸었고 이튿날 28km를 걸었다. 이때 발에 물집이 생겼다. 새 등산화를 신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으니 물집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엄마는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길 안내 담당이었던 아빠는 '둘째 날에 10km만 걸을 걸 그랬어'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 내가 적당히 걸었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날이니까!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산티아고까지 바쁘게 갈 이유도 없고. 오늘 걸었다는 게 중요하지!'

마트에 들러 화장지와 키친타월, 로션, 쓰레기봉투를 샀다. 순례길을 걷는 나와, 일상의 내가 함께하는 신기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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