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5일 월요일 괴팅엔
또닥또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 친구 람이가 새벽에 재택알바를 하는 소리였다.
어제 괴팅엔에 잘 도착했다. 도서관에서 면담에 필요한 서류를 출력과 복사를 한 후 람이 집으로 향했다. 저녁 7시 람이 집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꺅!!!!!! 돌고래 감탄사를 내뱉으며 포옹을 했다. 2달 만이다. 람이 집에 들어와 그동안의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았다. 호탕하게 웃는 람이와 이야기를 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람이가 만들어준 누룽지(이번 주 치료한 충치 때문에 부드러운 음식만 먹는 중이다)에 달걀 프라이를 올려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람이는 내가 괴팅엔을 떠날 즈음에 친해진 친구다. 베를린으로 가는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던 고마운 친구. 베를린에서 독한 감기에 걸려 기분이 울적했을 때 람이와 통화하며 깔깔 웃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남의 집에서는 잠을 잘 못 자지만 여기서는 꿀잠을 잤다. 람이는 나를 위해 두꺼운 요가 매트 위에 하얀 트리가 그려진 귀여운 전기담요, 람이 어머니가 만드신 극세사 이불 커버, 덮고 잘 두껍고 보드라운 담요를 준비해 주었다. 내가 람이 집에서 하룻밤을 묶는 첫 손님이란다.
잠들기 전에는 람이에게 돈 관리에 대해 물어봤다. 나는 선택한 가난(법정 스님이 쓰신 용어)의 삶을 살고 싶다. 가난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으면 초라하지 않다고 한다. 나는 돈 관리를 잘 못하고 아끼려고만 하니 가끔 초라해질 때가 있다. 스무 살 때부터 독립해 방 크기를 조금씩 늘려왔다는 람이는 자신이 버는 돈, 쓰는 돈의 흐름을 잘 알고 있었다. 명강의를 들으니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왔다.
꿀잠을 자고 요가를 하려고 일어났다. 동생 코 앞에서 요가를 했을 때처럼 람이 옆에서 요가 하기 조금 민망했지만 살며시 눈을 감고 요가 유튜브에 집중했다. 다리 스트레칭을 하며 끙끙대고 있을 때, 옆에서 람이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웃었다. 람이 웃는 소리에 나도 웃었다. 유쾌한 요가였다.
(요가 중간에 방귀가 나오려고 했지만 뀌지 않았다. 남의 집에서 민폐가 될 뻔했다.)
람이에게 고마운 아침이다. 괴팅엔에 면담 하러 왔지만 람이 집에서 하루를 보내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간다.
요가 이야기: 오늘은 이 동작이 다른 날보다 어려웠다. 어제 괴팅엔 오느라 몸이 피곤해서인가? 그래도 끝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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