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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Taizé 모임 가는 길

by 통로- 2019. 4. 13.

Taizé 모임 가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논문을 쓰는 이 순간도 소중한 추억이 되겠구나!'

 

과테말라에서도 그랬다. 매일 새로운 베드버그 자국을 보면 기분이 가라앉았다. 치질 때문에 음식을 잘 먹지도 못하고 앉아있지도 못해 괴로웠다. 무엇보다 매일 대변을 보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눈물이 날 정도로.

독일로 돌아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하자 엄마가 하신 말씀,

"통로야, 네가 독일에 돌아가면 과테말라가 그리울 거야. 지금 이 시간을 즐기렴!"

엄마 말씀이 정답이었다. 이제는 베드버그 자국도 더 이상 없고, 매일 아침 시원하게 큰 일을 본다. 안정된 삶을 살고 있지만 과테말라가 그립다. 다시 한 번 중남미에 가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떼제 모임이 끝나고:

정말 좋았다. 5분 정도 늦어서 교회 안에 들어갔을 때 정말 깜깜했다. 방석을 깔고 바닥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교회에 막 들어왔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두운 곳에 있으니 점점 사람들도 보이고 교회 내부도 보였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겠지? 처음엔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며 그 사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처럼. 사람 마음뿐인가! 학문도 그렇다.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조금씩 보였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떼제 모임에서 불렀던 노래가 정말 좋았다. 마음에 드는 노래 번호를 메모했다. 집에서도 부르려고. 

 

교회 바닥에 앉아있다가 꼬리뼈가 아파서 일어났다. 서서 노래하니 초등학교 때 노래 배우던 게 생각났다. 그때처럼 두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배에 힘을 준 다음 정면을 보고 노래했다.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잘 울리는 교회에서 부르니 음색이 아름답게 들렸다. 즐거웠다. (블로그 이웃에게도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아쉽다! 집에서 부르면 그 느낌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녹음을 해야하나? ㅎㅎ)

 

 

 

 

50번 Nada te turbe 노래를 부를 때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는 멜로디였다. 아마도 2014년 프라하에서 열린 떼제 유럽 모임에서 불렀던 노래였을 것이다. 미소가 나온 이유는 가사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어 가사를 한 번 보고 라틴어 가사를 보는데 어? 아는 단어가 많았다. 라틴어와 스페인어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를 배운 것은 정말 우연한 일이었다. 개발협력 분야(https://www.entwicklungsdienst.de/startseite/)에서 음악 교육 인턴을 찾다가 과테말라의 NGO를 발견했다. 유일한 음악 교육 프로젝트였다. 우연히 만난 스페인어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 주었다. 중남미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사람들의 성향, 성격, 생활 방식도 알게 되었다. 스페인과 중남미, 미국과 중남미 관계 속 불합리함도.

 

 

과테말라 NGO 문화예술교육 인턴쉽 이야기

과테말라에서의 5주가 끝나간다 :-) 과테말라의 작은 도시 San Juan Comalapa에서 지내면서 Aula Musical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플룻을 가르쳤고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하는 음악회를 준비하고..

domi7.tistory.com

 

오늘처럼 기분 좋았던 적이 또 있다. 과테말라에 다녀와 줌바 수업을 갔을 때다. 전에도 다녔던 줌바 수업인데 갑자기 노래의 가사가 들렸다. 줌바가 더욱 재밌어졌다. 안 들리던 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들리는 경험은 매우 놀랍고 즐겁다.

 

고등학교 시창청음 수업 때는 안 들리던 음정과 화성이 들렸다. 학문도 비슷한 것 같다. 괴팅엔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오는  시험 범위 내용이 퍼즐처럼 완성되는 것을 느꼈다. 시험뿐 아니라 논문 구조를 잡았을 때도 그랬다. 전혀 모르던 것이 시간이 지나고 퍼즐처럼 완성될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떼제 모임으로 돌아와서:

즐거웠다. 학교에서 가까우니 또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