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겨울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떼제 Taizé 유럽 모임 이야기.
한국에 있을 때 떼제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있다.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다. 방학 때 여행할 곳을 찾다 프랑스 남부 작은 마을 떼제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프랑스는 독일의 이웃나라니 말이다. 떼제에 갈 계획을 세우다 연말에 프라하에서 유럽 모임 있다고 하길래 참가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학교도 쉬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가니 (크리스마스는 독일에서 가족 명절) 좋은 기회다 싶었다.
27일 프라하 가는 날!
새벽 기차를 탔다. 환승역인 Erfurt 에서 잠깐 시내를 둘러보는데 하늘이 정말 예쁘다! :-D
떼제는 프랑스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내가 보기에 스페인 순례자길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는 순례를 하기 위해 (스페인 순례자길), 수행을 위해 (떼제) 만들어진 곳이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여행객으로 찾아오는 곳이 되었으니 말이다. 떼제에 한국 조계종 스님들도 방문했다고 한다. 그때 떼제 수사님들이 한국에서 온 스님들을 위해 김치를 준비했다고. (출처 -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떼제 유럽 모임은 연말에 열리는 큰 행사다. 가톨릭, 개신교, 그리스정교, 러시아정교 등 종파에 관계없이 모든 젊은이(종교가 없는 사람도. 실제로 떼제 모임이 궁금해서 왔다는 사람도 만났다)들이 유럽의 한 도시에 모인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떼제에서는 성당에 다니든, 교회에 다니든, 종교가 없든 상관 없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스페인 순례자길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종교가 있냐고 묻지 않는 것처럼.
2014년 프라하 모임에는 65개국에서 3만여 명이 왔다. 대부분 유럽사람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온다.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오신 분들도 만났다. 나이는 18-35세. 일정은 12월 29일부터 다음해 1월 1일까지로 3박 4일. 도착하면 숙소(홈스테이나 학교 같은 큰 공간이 있는 곳에서 침낭을 깔고 잔다)를 배정받고 4일 동안 프라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받는다. 오전, 오후에는 도시의 유명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거나 워크샵을 듣고 (의무는 아니다) 저녁에는 3만 명이 한 곳에 모여 식사를 한 후 미사를 드린다. 떼제 미사(예배)는 보통의 미사와는 달리 그냥 노래 많이 하고 명상하는 시간.
신청은 웹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http://www.taize.fr/de_article23269.html
** Europäische Jugendtreffen, European youth meeting 어떻게 번역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독일어를 직역하면 '유럽 젊은이 만남(모임)'이라 할 수 있겠고 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모임을 주로 '청년대회'라고 하니까 '유럽청년대회'라 해도 될 듯 하다.
합창단, 악기 연주, 프로그램 행사 지원, 식사 준비 등 공식 일정보다 이틀 일찍 도착해 봉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는 노래가 하고 싶어 합창단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합창단 봉사를 하기위해 이틀 일찍 프라하에 도착했다.
떼제 유럽 모임에서 불렀던 노래 가사는 영어, 독일어, 라틴어, 스페인어, 체코어, 프랑스어, 포루투칼어, 폴란드어 등 다양한 유럽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노래 연습 전 그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앞에 나와 가사를 읽어준다. 그때 발음이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다들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다. 체코어 가사에서 어렵거나 독특한 발음이 나오면 체코어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멘붕 ㅎㅎㅎ 체코어 뿐 아니라 독일어의 r 발음도 어려워했다. 그래도 유럽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 라틴어, 제 2외국어 (독일어나 프랑스어, 스페인어)는 학교에서 배우니까 쉽게 잘 따라하는 것 같았다. 나는 독일어, 영어 밖에 몰라서 그 외 언어의 모르는 발음은 가사 밑에 한국어로 써 놓았다 ㅎㅎㅎ 특히 체코어와 라틴어가 읽기 어려웠다. 가사 발음을 잘 모르거나 자신 없을 땐 그냥 립싱크했다 ㅎㅎㅎ
합창연습을 녹음해 보았다. 처음에 지휘자가 각 파트별로 첫음을 알려주고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노래가 시작된다.
내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노래! 독일어로 부르는 Aber du weißt den Weg für mich.
악보: http://www.taize.fr/spip.php?page=chant&song=4633&lang=de
합창단은 공식 일정의 미사(예배) 때 앞쪽에서 노래를 부른다. 떼제 유럽 모임에는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왔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미사를 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몇 공간으로 나눠지는데 합창단도 각 미사장소로 가서 노래했다.
악기 연주자도 함께.
짧고 간단한 멜로디 반복하는 것이 떼제노래의 특징. 반복할 때마다 연주하는 악기가 달라진다.
미사 제대 모습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다보니 밥 먹을 때 줄이 어마어마했다.
식사는 빵(치즈, 햄, 잼과 함께) 이나 따뜻한 음식 (데운 파스타), 음료, 과일, 요거트, 후식, 과자 등으로 구성되었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식사가 떼제 정신을 잘 보여주는 듯!
이렇게 바닥에 앉아 먹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모두 앉아서 먹을 식탁이 없었다.
옹기종기 앉아 처음 본 옆 사람에게 자기 소개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어색함은 없다. 함께 밥 먹으며 친구가 된다.
이렇게 식사를 하게 된다.
25초까지는 식사 담당 봉사자들이 준비를 하는 모습이고
26초부터 떼제 유럽 모임 참가자들이 들어와 식사를 배급받는 모습.
한참을 기다려야했던 화장실. 그래도 다들 서로 배려해주는 분위기였다.
같은 홈스테이에 있었던 친구들
트램 기다리는 친구들
매일 아침 22번 트램을 타고
버스 갈아타고~
미사가 너무 늦게 끝난 날
버스랑 트램이 더 이상 오지 않을까 걱정하다 만난 반가운 버스!
홈스테이 가정에서 식사하던 날이다.
오른쪽에 계시는 분이 홈스테이 아버지.
떼제 유럽 모임 마지막날 프랑스 친구들과 찍은 사진
이 친구는 케이팝 팬이라 나와 단 둘이서만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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