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심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것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 시집 <나를 키우는 말>(시인생각)에서
버스 사고로 꼬리뼈를 다쳤다. 강의에 가도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고, 공부하려 책상에 앉아도 꼬리뼈와 허리가 아파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오른쪽 사진은 내 방 천장이다. 꼬리뼈를 다치고 3개월 후 허리도 삐끗했다. 독일어로는 Hexenschuss라 하던데, 한국어로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허리가 너무 아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대로 독일에서의 삶은 끝인가... 결국 난 몸이 아파서 한국에 가야하나? 학업은 어떡하나?' 너무 속이 상했다.
정형외과와 물리치료를 다니던 어느날 이해인 수녀님 시를 읽었다. 큰 위로가 되었다. 고마운 것을 하나씩 찾기로 다짐하니, 감사한 것이 참 많았다.
(다행히 Hexenschuss는 큰 병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글
2019/04/20 아픈 날의 일기, 이해인 - 베를린의 작은 섬
2019/05/05 독서 일기 :: 기다리는 행복, 이해인 (1)
2019/10/05 해인글방 - 머리카락의 기도, 이해인
2019/11/09 나의 어린 시절 - 낮잠 자고 일어나 이해인 수녀님의 '나무가 크는 동안' 시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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