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 김훈

2019. 5. 28. 05:48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김훈 - 라면을 끓이며

 

집에 라면이 없어 해먹을 수 없으니 나를 위한 기록으로 남긴다.

 

사실, 이 글은 오랜 세월 동안 라면을 끓이고 또 먹어온 나의 라면 조리법을 소개하려고 시작했는데, 도입부가 좀 길어졌다.(8%)

전까지의 이야기가 아주 길었는데 도입부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라면 끓이는 법 요약 - 레시피가 아주 자세하게 나와있다. 요약할 부분은 요약하고 중요한 부분은 직접 인용을 하였다.

 

1. 센 불로 3분 이내: 작가는 야외용 휘발유 버너의 불꽃을 가장 크게 해서 끓인다고 한다. 하지만 실내에서 버너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니 따라하면 안 된다고. 특히 어린아이는 더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2. 물은 700ml로 네 컵 정도 넣는다. 물이 넉넉해야 면발이 서로 엉키지 않고 깊이 빠르게 익는다고.

 

3. 분말수프는 2/3 만.

 

4. 파

대파는 검지손가락만한 것 10개 정도를 하얀 밑동만 잘라서 세로로 길게 쪼개놓았다가 라면이 2분쯤 긇었을 때 넣는다. 처음부터 대파를 넣고 끓이면 파고 곯고 풀어져서 먹을 수가 없이 된다. 파를 넣은 다음에는 긴 나무젓가락으로 하면을 한 번 휘젓고 빨리 뚜껑을 덮어서 1~1분 30초쯤 더 끓인다. 파는 라면 국물에 천연의 단맛과 청량감을 불어넣어주고, 그 맛을 면에 스미게 한다. 파가 우러난 국물은 달고도 쌉쌀하다. 파는 라면 맛의 공업적 질감을 순화시킨다. (8%)

 

5. 달걀

달걀은 미리 깨서 흰자와 노른자를 섞어놓아야 한다. 불을 끄고, 끓기가 잦아들고 난 뒤에 달걀을 넣어야한다. 끓을 때 달걀을 넣으면 달걀이 굳어져서 국물과 섞이지 않고 겉돈다. 달결을 넣은 다음에 젓가락으로 저으면 달결이 반쯤 익은 상태에서 국물 속으로 스민다. 이 동작을 신속히 끝내고 빨리 뚜껑을 닫아서 30초쯤 기다렸다가 먹는다. (8%)

 

6. 담아먹는 법

나는 라면을 먹을 때 내가 가진 그릇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비싼 도자기 그릇에 담아서 깨끗하고 날씬한 일회용 나무젓가락으로 먹는다. (8%)

 

 

 

 

 

 출처: JTBC 뉴스룸 2015년 10월 8일

손석희: (계란을) 처음부터 넣어서 풀면 되지 않습니까?

김훈: 아니아니, 풀면 실처럼 되가지고 엉켜버려요 이게.

손석희: 아 예. 글을 쓰는거나 라면 하나 끓여 드시는 거나 너무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시지 않습니까?

김훈: (짧은 정적) 그렇죠. 피곤하고 (겸언쩍은 듯 미소를 지으며) 너무 내 자신이 지쳐가지고 아까도 그 말씀을 드렸지만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손석희: 하하, 그리고 두 달 지나고 나시면 다시 쓰시고 (미소) 아무튼 김훈 셰프의 라면 끓이는 법이었습니다.

(8분 45초 - 9분 25초)

 


손석희: 요즘도 그러면 하루에 다섯 장만 쓰십니까 원고지로?

김훈: 그거는 어려워요. 하루에 다섯 장을 쓰는 것은 한 달에 백 오십 장쓰는 거잖아요.

손석희: 예, 책상 앞에 붙여있다고 들었는데요

김훈: 하루에 다섯 장만 쓸 수 있다면 만사 해결이 돼요.

손석희: 제가 의미를 거꾸러 읽었는데, 더 쓸 수 있어도 다섯 장으로 하는 게 아니라...

김훈: 아뇨 아뇨, 최소한 다섯 장을 쓰자는 거죠.

손석희: 아, 그러면 원래 다섯 장도 잘 안나옵니까?

김훈: 다섯 장이면 열 달이면 장편소설 하나가 나오는 건데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루에 다섯 장 쓰는 이야기가 2-3일은 됩니다. 4-5 일 지나가면 그게 안 돼요.

(12분 22초 13분 2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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