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보드라운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고등학교 때 선물 받은 책이다. 일요일 저녁 미사에서 비올라 연주 봉사를 했을 때 오르간을 연주하셨던 아주머니께 받았다. 아주머니와 나는 미사가 끝나고 종종 던킨 도너츠에서 도넛과 커피를 마셨다. 나는 고등학생으로서 고충을 털어놓고, 아주머니는 대학 다니던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다.
장영희 교수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으며, 며칠 전부터 <문학의 숲을 거닐다>(전자책)도 다시 읽고 있다.
다시 한 해가 흘렀고, 밤 10시경, 주인 부부는 메뉴판을 고쳐 놓기에 바빴다. 올해 그들은 우동 한 그릇 값을 200엔으로 올렸으니 다시 150엔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었다. 주인장은 아홉 시 반부터 '예약석'이라는 종이 푯말을 2번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안주인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10시 30분경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세 모자가 들어왔다. 두 아이는 몰라보게 커서 큰 소년은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고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입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같은 재킷을 입고 있었다.
"우동을 2분만 시켜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자 이리 오세요."
부인은 '예약석'이라는 종이 푯말을 치우고 2번 탁자로 안내했다.
"우동 2인분이요!"부인이 부엌 쪽에 대고 외치자 주인은 재빨리 3인분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부부는 부엌에서 올해의 마지막 손님은 세 모자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아, 그리고 준아." 어머니가 말했다. "너희에게 고맙구나. 네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졌던 빚을 이제 다 갚았단다. 현이 네가 신문 배달을 해서 도와주었고, 준이가 살림을 도맡아 해서 내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었지."
"엄마 너무 다행이에요. 그리고 저도 엄마에게 할 말이 있어요. 지난주 준이가 쓴 글이 상을 받았어요. 제목은 '우동 한 그릇'이에요. 준이는 우리 가족에 대해 썼어요. 12월 31일에 우리 식구가 모두 함께 먹는 우동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고, 그리고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소리는 꼭 '힘내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들렸다고요. 그래서 자기도 그렇게 손님에게 힘을 주는 음식점 주인이 되고 싶다고요."
부엌에서 주인 부부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18%)
주인 부부가 눈물을 훔칠 때 내 눈에서도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두 달 전 버스 사고에서 꼬리뼈를 다쳐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두 달 만에 다시 병원에 방문했다. 첫 진료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이 "물리치료 받고 나서도 아프면 다시 와요!" 하셨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시무룩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오전에 받았던 충치 치료 때문이었나? 정형외과에 아픈 사람들만 가득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진료를 받으러 들어가자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꼬리뼈가 어떤지 물었다. 나는 두 달 동안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많이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래 앉아있거나 피곤한 날에는 꼬리뼈가 땅긴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꼬리뼈를 눌러보고는 꼬리뼈 쿠션을 잘 쓰고 있는지 물었다.
"정말 잘 쓰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너무나 해맑게 대답했다. 실제로 꼬리뼈 방석을 아주 잘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요가가 끝나면 매일 변기 커버 같은 방석에 앉아 요가 후기를 작성하지 않았는가! 집에서 공부할 때도, 스카이프로 글쓰기 면담을 할 때도 말이다.
의사 선생님: (미소를 지으며) 그것 봐요. 내가 나아질 거라 했죠? 걸을 때나 앉을 때도 괜찮고요?
나: 네, 이제 계단도 잘 다녀요. 신나게 웃을 수도 있고요. 변기에서 일도 잘 봐요! Auf dem Klo auch! "
의사 선생님: 잘 되었네요!"
의사 선생님은 내가 나아진 것, 긍정적인 부분만 콕 집어 말해주었다.
진료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내게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경쾌한 목소리로 "쾌유를 빌어요 Gute Besserung!" 말했다. 내 손을 꼭 잡으며. '쾌유를 빌어요!' 한 마디가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마치 우동 가게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세 모자에게 '힘내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로 들렸던 것처럼 나에게 '쾌유를 빌어요"는 '힘내요! 금방 나아질 거예요'라고 들렸다. 의사 선생님 한 마디에 힘이 났다. 그렇지! 많이 나아졌지! 두 달 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잖아!
집에 가는 길 건널목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독일 의학 용어를 좀 알아야겠어. 아픈 근육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잖아?' 의사 선생님이 진료할 때, 내가 타박상 입은 꼬리뼈 근육 사진을 보여주었다. 처음 듣는 근육 이름이었다. 한국 병원에 갔어도 그 근육 이름은 몰랐을 거다. 집에 오는 길 '병원에서 사용하는 독일어를 어떻게 익히지?' 생각하며 의학 드라마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의사 선생님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해준 '쾌유를 빌어요!' 덕분에 '모르는 것을 배워보자'는 의지가 생겼나 보다. 말 한 마디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나도 Wie geht es dir 잘 지냈어? Das schaffst du schon! 해낼 수 있어! Wir sehen uns wieder! 또 만나! Toi Toi Toi 힘내! 할 때 진심을 다해 말해야겠다 :-) 짧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으니까. 처음 만나 포옹을 하며 인사할 때, 악수를 할 때도!
이어지는 글 - 독일 병원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정형외과에 다녀온 다음날 쓴 아침 요가 후기
다시 시작하기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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