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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독서 일기 :: 기다리는 행복, 이해인 (1)

by 통로- 2019. 5. 6.

2019년 5월 5일 어린이날 밤 베를린

기다리는 행복, 이해인

이해인 수녀님의 '기다리는 행복'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책이다. 줄을 그은 문장과 메모가 가득하다. 삶의 작은 행복을 느낄 때 꺼내본다.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을 때도 읽는다. 아파서 울적할 때 수녀님의 글을 읽으며 위로받는다.

1년 반 전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깜깜한 밤 버스를 기다리며 이해인 수녀님 시집을 읽었다.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수녀님 시에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수녀님 책을 찾아보다가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 멘토인 아빠(우리 집에서 책을 즐겨 읽는 아빠와 나!)께 책을 보내달라고 부탁드렸다. 아빠는 이해인 수녀님 책뿐만 아니라 가톨릭 다이제스트, 유네스코 후원자 잡지, 녹차, 김과 국을 가득 넣어 택배를 보내주셨다. 1년 전 일이다.

1년 전 '기다리는 행복' 책이 꼭 필요했던 이유는, 다가올 1년이 결코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남은 소논문과 논문, 새로운 도시로의 이사 등. 그 1년이 지났다. 돌아보니 나름대로 잘 보낸 것 같다. 어려울 거라 예상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했다.

나의 일기 메모를 블로그에 기록해보기로 했다. 제목에 (1)을 단 이유는 포스팅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하하 :-D

 

 

 

 

 

 

학교에서 늦게 돌아온 날 새벽 00시 49분에 찍은 사진

2018년 5월 15일 이해인 수녀님 책을 받았다. 아빠께 책을 보내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 보았고, 아빠는 언니에게 책을 인터넷에서 주문해달라 부탁하셨다. 엄마는 이마트에서 김과 국을 사 오셨다. 아빠는 택배에 책과 김, 국, 차를 정성스럽게 담아 괴팅엔으로 보내셨다. 스페인 순례길이 가족의 합작품(언니가 순례길 관련 프린트를 어마어마하게 해서 주말마다 부모님께 드림)이었던 것처럼 1kg 택배 박스에 온 가족이 정성이 들어있다. - 2018년 5월 16일 Göttingen에서 작성.

 

 

 

 

 

 

<여는 글> [...] 내 인생 여정의 멘토이며 수도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가르멜 수도원의 언니 수녀님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지난 가을은 내내 눈물 속에 보냈습니다. 언니의 죽음으로 인해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떠날 날이 있음을 절감하면서 요즘은 더욱 충실히 순간 속의 영원'을 살고 있습니다. (4)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겸손히 두 손을 모읍니다. (7)

-> 겸손함. 인생을 살며 갖고 싶은 성품.

 

<추천 글> [...] 오래전에 처음 해인 수녀님을 만나 뵈었을 때, 아마 어느 신문사의 시 낭송 대회 심사를 마친 뒤였어요. [...] 김정자 (9)

-> 아! 맞다 :-) 듣는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이해인 수녀님의 시낭송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맑고 낭랑한 수녀님의 목소리로 들었던 시는 글로 읽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2019년 4월 5일 베를린 작성

 

추천 글과 여는 글까지 밑줄 그으며 보는 나 ㅎㅎㅎ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소중하다 :-) 서론이 너무 길어 독서 일기 첫 번째 포스팅은 여기서 끝!

 

 

 


 

(2019년 9월 30일에 추가)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늦은 봄 어느 날, 제가 처음으로 '성바오로 가정 호스피스 센터'를 방문하고 그곳의 수녀님들, 직원들, 봉사자들이 하시는 일을 잠시나마 설명 듣고 견학할 수 있어 기뻤답니다. [...] 저에게도 사별 가족이나 호스피스 환자와 얽힌 일화들이 꽤 많이 있답니다. [...] 어느날 잠에서 덜 깬 나에게 일면식도 없는 호스피스 병동의 수녀님이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수녀님을 보고 싶어 하는 환자가 있으니 꼭 오면 좋겠다'고 해 병원으로 달려간 일도 잊히지 않습니다. 제가 병실을 가니 그 수녀님은 '김말다 씨가 초인적인 노력으로 머리를 감고 딸을 시켜 과일을 깎게 하는 등 수녀님을 만날 기쁨에 들떠 있더라'고 말했습니다.

해인 수녀의 글을 좋아한 독자로서 꼭 한번 생전에 만나고 싶었다면서 자기의 일대기를 고해성사 보듯이 제게 다 쏟아놓던 그 환자는 며칠 후 눈을 감았고 저는 그의 장례 미사에도 가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신자가 아니었던 그녀의 부군도 세례를 받고 지금은 열심히 호스피스 봉사자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환자 보호자 봉사자에게 다 같이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한결같이 고운 말씨와 밝은 표정을 지니는 것, 항상 상대방의 마음과 입장을 먼저 헤아리려 애쓰는 넓은 사랑과 관용을 지니는 것, 힘든 상황에도 화내지 않고 끝까지 인내하는 것, 그리고 인간적인 따뜻함을 잃지 않는 신앙의 언어로 함께 기도하는 정성이 아닌가 합니다. (274쪽)

 

 

 

 

이별을 연습하며 산다고 

수도 없이 말했으나 

사실은 연습도 하기 전에 

갑자기 찾아와서 

나를 꼼짝 못하게 하네 

실컷 울지도 못하고 

슬픔에 익숙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이별이 찾아와 

나를 힘들게 하는 그것이 

삶의 모습일까 

'만났다 헤어졌다 

그것이 인생이야' 

임종 전의 어머니가 

시처럼 읊조리던 그 말을 

되새기며 내가 나에게 일러준다 

이별 연습 따로 한다고 애쓰지 마 

그냥 오늘 하루 욕심 없이 겸손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이별 연습인 거라고  

- 이해인, <이별 연습> 중에서

 

 

북 트레일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이어지는 글

2019/04/20  시간의 말, 이해인

2019/04/20  아픈 날의 일기, 이해인 - 베를린의 작은 섬

2019/05/24  어떤 결심 - 이해인

2019/10/01  해인글방 - 작은 노래, 이해인

2019/10/05  해인글방 - 머리카락의 기도, 이해인

2019/10/29 해인글방 - 마음에 대하여

2019/11/09  나의 어린 시절 - 낮잠 자고 일어나 이해인 수녀님의 '나무가 크는 동안' 시를 듣고

 

 

독서 일기 - 이해인 <엄마>

2020.09.22 화요일 오후 베를린 P Zugang 통로 · " href="https://soundcloud.com/sukang-kim-698666375/nddx1fshhenv" target="_blank" rel="noopener">이해인 <엄마> 독서 카드 진정 한 인간의 삶에 어머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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