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의 마지막 여정을 앞둔 B에게 - 마지막 편지, 구본형

2019. 5. 4. 04:26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2019년 4월 8일, 인생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이었다. 지하철에서 '마지막 편지' 책을 읽다가 울컥했다. 학교로 향하는 길 햇빛이 찬란했다. 가슴이 뜨거워졌고 눈물이 나왔다.

 

인생을 먼저 시작한 선배가 나를 위로해주며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나의 결정이 맞았다고. 잘 해왔다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고. 그동안 작은 퍼즐 조각 같았던 순간순간의 깨달음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세계 여행의 마지막 여정을 앞둔 B에게'는 마음속 깊이 와 닿는 글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인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저작권법에 위배되니 몇 줄만 적는다. 

 

 

 

 

 

1.


아무런 책임질 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즉 방랑을 할 때는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면 안 된다. 특히 다음 두 가지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하나는 굶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이다. 방랑하는 시간은 긍정적이다. 성취에 대하여 생각해서는 안 된다.

 

멋진 말이지만 무책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구나.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네 삶을 되돌아보아라. 지난 삶 자체가 하나의 줄거리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절, 그 순간에는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뜻밖의 일이 또 다른 뜻밖의 일을 뒤따르듯이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 돌아보면 그야말로 완벽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모든 것이 그야말로 '뜻밖이며, 그야말로 적시'인 것이다. 이 패러독스, 나는 이것이 삶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삶의 떨림과 충만함을 따라가라고 조언하고 싶구나. 

 

인생은 여행처럼 즐거운 자유로 만발해 있다. 우리가 자유를 느끼는 순간 모든 것이 가능성이고, 모든 것이 나서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한 젊은이들에게 나는 늘 이 젊은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19%)


-> 돌아보면 모든 것이 적시였다. 그 순간에는 혼란의 연속이었지만 돌아보니 그야말로 적시였고 완벽했다. 

 

 

 

 

 

 

 

 

2.


나는 조금 알 것 같구나. 그들이 체험한 우연한 사건들은 그들로 하여금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우주적 떨림으로 몰아갔고, 그들은 그 순간을 절대로 잊지 않음으로써 의식의 변모를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지금부터는 이렇게 생각해보는 삶의 일대 각성'이 일어난 것이다. 돌연한 삶의 각성이 일어나면, 우리는 과거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마치 도 닦는 선승의 돌연한 깨우침이 그를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이끌어가듯, 한 번 일어난 정신적 각성은 과거의 삶을 단숨에 폭발시켜 새로운 세계로 돌진하게 하는 추진력을 얻게 만든다. (20%)


-> 삶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이 작은 조각(각성)들이 모이고 모여 어느 순간 돌연한 깨우침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3.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은 바로 우주적 공명과 떨림을 가장 확실한 증거로 삼아 사자의 주둥아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용기다. 네가 여행을 떠나며 마음속에 받아들였던 그 짜릿한 '살아있음'을 계속할 용기 말이다. "나는 살아 있다. 고로 존재한다." 이것은 젊은이의 모토여야 한다. 그래, 두려움은 틀림없이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흥분과 다른 것이 아니다.

 

우연을 도약으로 승화시킨 인물들의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는 거의 예외 없이 지금 가지고 있는 불안전한 안정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 돌아섬, 그것은 포기나 실패가 아니다. 내가 아닌 것을 버림이 곧 모험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버리지 못하면 얻을 수 없다. 너는 미래의 안정을 버리고 '하고 싶은 떨림을 찾아 나서지 않았느냐?'

 

이 대목에서 너는 차원이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부처의 가르침처럼 모든 슬픔의 근원은 집착이다. 그동안 너를 몰아온 불편한 집착을 놓아버리는 순간 너의 영혼은 날아오를 것이다. 뻔한 미래로 향하는 네 진로를 바꾸어놓은 갈림길에서 '너만을 위해 예비된' 운명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길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움에 대한 흥분이 함께하는 모험의 세계로 통한다. 자신을 떨리게 한 우연함 각성에 다다른 사람들은 모험이 없는 인생은 로망이 없는 연애처럼 지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21%)


-> 어렸을 적 악기 레슨 받으러 길 차 안에서 아빠가 말씀하셨다. "통로는 좋겠다. 좋아하는 것을 꿈으로 가지고 있으니까!" 아빠는 당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주어지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하셨던 것 같다. 아빠 세대는 그랬으니까. 아빠가 보기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대견하면서도 부러우셨나 보다.

 

악기를 그만두고 나서 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아빠게 조금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가는 나를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한 달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싶은 떨림을 찾아' 나섰구나. 아빠가 어릴 적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던 것처럼. 

 

아빠는 처음부터 알고 계셨을 것이다. 새로운 길도 내가 좋아서 선택했다는 걸. 내가 그 길에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아빠는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셨을 거다.

 

 

 

 

 

 

 

 

4.


너의 두려움, 그 두려움 앞에 움츠러드는 열정, 그리고 막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불안은 오히려 본질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나팔수들이다. 바로 너의 정신적 각성이 인생의 변곡점과 도약점에 서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여행의 마지막 일정을 네 미래로 가득 채우길 바란다. 꿈은 미래를 지향하고, 마음은 현재의 살아 있음을 감지할 때, 삶은 올바른 방향으로 지금을 음미하며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너의 막바지 여행이 미래로 가득 차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이 편지를 '미래 편지'라 부르마. 몸 건강히 잘 지내도록 해라.

 

아, 인생을 하고 싶은 일로 가득 채우는 일, 그 일보다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보내기에도 너무 짧은 인생인 것을. (23%)


-> 나의 삶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꿈은 미래를 지향하고 마음은 현재에 살아있으니까.

인생을 하고 싶은 일로 가득 채우고 싶다. 물론 그 과정에는 고단하고 지루한 시간도 있겠지만, das gehört dazu!

 

 

 

 

 

 

 

 

 

2019년 4월 8일의 하루. 오래 기억해야지 :-)

 

 

 

 

 

이어지는 글 - 2019년 4월 8일 아침 요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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