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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독서 카드 - 치유의 밥상 (염창환·송진선 지음)

by 통로- 2019. 4. 23.

2019년 4월21일 일요일 - 22일 월요일 베를린

 

치유의 밥상, 염창환 송진선 지음

 

계기: '밥상'이라는 검색어로 구글 검색을 하다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읽고 싶은 책으로 만든 서재 폴더에 저장해 두고 대학 전자도서관에 책이 있나 찾아보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책은 없었지만 '밥상'이라는 키워드로 두 권의 책을 발견했다. 그 중 한 권이 '치유의 밥상'이다.

 

감상: 호스피스에 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한 글. 읽고자 했던 건강한 식단 내용은 아니었지만 영혼에 건강해지는 이야기였다. 곧 하게 될 봉사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독서 카드:

 

0.

우리는 먹는다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지 자주 잊는다.

먹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가. (8%)

 

 

1.

한 치의 의심 없이 내일 아침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잠들기 전에 내일 일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호스피스 병동에 드나들며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25%)

 

2.

"호스피스 의사는 정해진 시간대로 진찰하기 보다는 환자분이 지금 이 시간 행복하게 지내는지 지켜보는 게 일입니다. 환자가 힘들어하지 않는지, 웃으면서 잘 버티고 있는지, 그게 늘 궁금해서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찾아오는 거죠." (40%)

 

 

3.

"네, 이 죽은 먹는 방법이 아주 특이해요. 자, 보세요."

염 교수님은 죽을 한 숟갈 떠서 입안에 넣고 수저를 책상 위에 놓은 뒤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지켜보는데 교수님은 잘 보라는 듯 양손으로 귀밑 침샘 쪽을 마사지하며 죽을 천천히 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바보죽 먹는 방법입니다."

"네? 바보죽이요?"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체력이 많이 떨어진 환자들을 위한 음식인데, 한마디로 식이요법이죠."

말기 암환자들이 항암제 치료가 실패했을 때 그다음 치료법으로 으레 식이요법을 선택한다고 한다. [...] 전남 화순에서 조그마한 약국을 하는 정용재 약사가 개발한 것으로, 환자들 사이에서는 제법 널리 퍼져 있는 치료 음식이다. [...] 간식으로 녹즙과 당근 주스를 하루에 세 잔에서 여섯 잔 마시는 것이다. [...]

죽 먹을 때는 염 교수님이 보여준 대로 한 숟가락을 입안에 넣고 수저를 밥상에 놓은 뒤 콧노래를 부르면서 귀밑 침샘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면서 천천히 씹어 먹는다. 삼십 분 이상 꼭꼭 씹어 먹되, 그래도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체력이 많이 떨어진 사람은 식사 시간을 한 시간 늘린다.

"바보죽을 먹을 때는 특히 환자 스스로 바보가 되어 싱글싱글 미소 지으면서 아주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오십 번에서 백 번이상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보죽 식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40%)

 

 

4. 

할머니의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자 준영씨는 염 교수님과 상의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여자 친구와 간이 약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 여자친구한테 말했더니 선뜻 먼저 약혼식을 올리자고 하더라고요. 고마웠죠."

 [...]

죽음의 끝자락, 삶의 종착역 같은 곳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자 하는 젊은 예비부부가 서 있었다.

[...]

한 사람의 시작은 단지 그 사람으로부터만 비롯하지 않는다. 한 사람은 그의 부모와 숱한 인연의 겹겹 속에서 시작되어, 그의 인생에 점 하나를 찍고 대를 이어가며 계속 나아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날만 생각하며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오늘과 현재를 즐길 수 있는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처럼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40%)

 

 

5.

"호스피스 의사는 다른 의사들과 다르게 진료 시간이 깁니다. 물론 환자에 따라 십 분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때는 한 시간 넘게 진료하기도 합니다. 그 진료가 그들과의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 정해진 틀처럼 모두 같을 수는 없기에, 더구나 마지막이라는 말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기에 늘 환자의 의사에 맞춰 진료하려고 합니다.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환자나 보호자들도 이런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죠.

호스피스 의사의 참된 행복은 이런 건지도 모릅니다. 환자를 반드시 낫게 한다기보다 환자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거 얻고, 진료실에서 진심 어린 교감을 나누며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 말입니다. 그게 바로 환자를 배웅하는 길의 마지막에서 찾은 하나의 행복인 것 같습니다."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교수님은 죽어가는 환자를 보는 게 두렵지 않으신가요?"

"처음엔 두려웠죠. 지금까지 이천 명 넘는 환자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그들과 저는 돌아올 수 없는 많은 강을 건넜고, 제 가슴속에는 그분들과의 추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추억을 떠올릴 때면 웃음이 절로 나기도 하고, 눈물이 앞을 가리기도 합니다. 그런 게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이곳에서 하루하루 인생을 배우고 감동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