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글방 - 머리카락의 기도, 이해인

2019. 10. 5. 21:57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2019년 10월 5일 토요일 오후 베를린

 

 (13:53 머리카락의 기도)

머리카락의 기도

 

그는 밤새

나를 위하여 

기도했다고 한다

 

나의 모든 생각과 꿈과

슬픔과 기쁨을

알고 있는 벗으로서

 

언제나 같이 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떨어져나가는 것이

헤어지는 것이 슬프다고 한다

 

잘 가라, 내 친구

그동안 고마웠어!

나는 버리면서 

많이 미안하다

 

- 이해인, 희망은 깨어있네 (마음산책, 2010)

 

 

 

 

맛있는 점심을 먹은 토요일 오후. 예쁜 컵에 생강레몬차를 담아 해인글방을 보고 있었다. 이해인 수녀님이 낭송하시는 시를 들으며

'내가 정말로 시를 좋아하게 되었구나!'

나는 원래 산문 형태의 글을 좋아한다. 2년 전 버스정류장에서 이해인 수녀님 시집을 읽으며 조금씩 시의 맛을 알게 되었다.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면

'와... 진짜 많이 빠졌네! 빨리 치워야 겠다.' 혹은 '그래서 언니가 머리가 많이 빠졌구나. 나도 나이가 들었군.'

생각했지 한 번도 머리카락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한 적은 없었다. 머리카락은 나의 예쁜 머리스타일을 완성해주었고, 추울 때 머리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고마운 존재인데!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떠나가는 머리카락에게 인사 한 마디 못해주었다. 이제 빠진 머리카락을 보면 고마움을 전하며 휴지통에 넣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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