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5일 토요일 오후 베를린
(13:53 머리카락의 기도)
머리카락의 기도
그는 밤새
나를 위하여
기도했다고 한다
나의 모든 생각과 꿈과
슬픔과 기쁨을
알고 있는 벗으로서
언제나 같이 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떨어져나가는 것이
헤어지는 것이 슬프다고 한다
잘 가라, 내 친구
그동안 고마웠어!
나는 버리면서
많이 미안하다
- 이해인, 희망은 깨어있네 (마음산책, 2010)
![](https://blog.kakaocdn.net/dn/BfzQy/btqyPWd6aQ2/Kw97tNikPDqVm8XTAn9ev1/img.jpg)
맛있는 점심을 먹은 토요일 오후. 예쁜 컵에 생강레몬차를 담아 해인글방을 보고 있었다. 이해인 수녀님이 낭송하시는 시를 들으며
'내가 정말로 시를 좋아하게 되었구나!'
나는 원래 산문 형태의 글을 좋아한다. 2년 전 버스정류장에서 이해인 수녀님 시집을 읽으며 조금씩 시의 맛을 알게 되었다.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면
'와... 진짜 많이 빠졌네! 빨리 치워야 겠다.' 혹은 '그래서 언니가 머리가 많이 빠졌구나. 나도 나이가 들었군.'
생각했지 한 번도 머리카락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한 적은 없었다. 머리카락은 나의 예쁜 머리스타일을 완성해주었고, 추울 때 머리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고마운 존재인데!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떠나가는 머리카락에게 인사 한 마디 못해주었다. 이제 빠진 머리카락을 보면 고마움을 전하며 휴지통에 넣어주어야겠다.
이어지는 글
2019/04/20 아픈 날의 일기, 이해인 - 베를린의 작은 섬
2019/05/05 독서 일기 :: 기다리는 행복, 이해인 (1)
2019/10/29 해인글방 - 마음에 대하여, 이해인
2019/11/09 나의 어린 시절 - 낮잠 자고 일어나 이해인 수녀님의 '나무가 크는 동안' 시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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