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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감, 쉼이 목표였던 2023년 2023.12.21 새벽 6시 우리집 마지막 마감 기간이다. 2023년 2월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고, 1년 동안 한국에서 지내보기로 했다. 4월부터 영문잡지와 외국어/한국어 수업 운영을 담당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저널리즘 경력이 없던 내가 바로 현장 투입되어 원어민 편집팀과 회의하고, 시에서 열리는 주요한 행사 자료 조사하고, 기사 주제에 맞는 외국인 기자 배정하고, 기관에 요청해 자료와 사진 받고, 한국어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 외국인 기자에게 전달하고, 한국어 자료를 번역해 기사 작성하고, 문화예술행사 감독을 인터뷰하고, 병원 인터뷰를 하고, 잡지 편집 디자인을 하고, 인쇄할 파일을 인쇄소에 넘기고, 잡지를 배송할 800여곳이 넘는 주소록 관리를 하고, 월말에는 800여권이 넘는 잡지를 전세계와 한국.. 2023. 12. 21.
즐겁게 하던 일이 업이 되었다 2023.10.08 새벽 00:36 한국집 내 방 토요일에는 회사가 어학원으로 바뀐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15개 언어 수업이 열린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미 등 16개국 학생들이 참여한다. 5살 아이부터 70대 할머니 수강생까지 90여 명이 학생들이 온다. 학생 부모님과 동생들도 함께 와서 기다려서 회사는 왁자지껄한 놀이터가 된다. 한 살 아이가 아장아장 걸으며 해맑게 웃고, 오빠를 기다리는 다섯 살 아이가 색칠공부를 한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와서 수업을 듣기도 한다. 아이 수업은 한 시간, 아빠 수업은 두 시간이라 아이는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이랑 놀면서 아빠가 있는 한국어 수업을 들여다본다. 나는 외국어 배우기를 좋아한다. 독일어와 영어, 스페인어, 스웨덴어를 재미있게 배웠고 한국어.. 2023. 10. 8.
토요일 저녁, 낭만 2023.09.24 일요일 아침 한국집 저녁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막걸리와 부침개를 드시며 기분 좋아진 부모님이 내게 물어보셨다. „오늘 어땠어?“ „잔디밭에 앉아 밤하늘을 보며 신나게 이야기했어. 낭만이 있던 순간이었어.“ 지난주 스터디그룹을 만들었다. 사람은 모였고, 어디서 만날지 결정하면 됐다. 토요일 저녁 피크닉을 제안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한 명은 몇 주 전 학부를 졸업했고, 한 명은 석사를 하던 중에 일을 시작했으며, 한 명은 한 달 전 박사가 되었다. 골똘히 고민하며 연구하고,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회사 생활에 잘 맞지 않은 성격과 습관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가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작했.. 2023. 9. 24.
작고 소중한 학생들 2023.06.11 일요일 선선한 여름 저녁 선풍기를 틀어 놓은 사진관에서 작고 소중한 학생들 ‘작고 소중한 월급’이라는 표현이 있다. 너무나 적은 금액이라 들어오자마자 사라지는 소중한 월급. 지난주부터 나에게도 작고 소중한 학생들이 생겼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아니고, 돌보고 관리하는 학생들이다. 지난 글에서 내가 영문 잡지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문 잡지 외에도 나는 한국어 수업 업무도 담당한다. 한국어 수업 운영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짠다. 수업 시간과 한국어 선생님 배정, 포스터 제작, 온라인• 오프라인 홍보, 수강 신청자 전화•이메일 문의 답변, 한국어 선생님과 소통, 교재와 강의실 장소가 담긴 수업 확정 이메일 보내기, 출석부 뽑기, 기관에 처음 오는 학생에게 시설 안내, 주차권 판매까.. 2023. 6. 11.
나다운 삶 2023년 6월 5일 월요일 아침 한국 나다운 삶은 무엇일까? 일상 속 기쁨 마주하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발견하기,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기, 쉬는 시간 갖기, 성장하는 기회 만들기, 무엇인가 처음 시작할 때 나에게 격려와 응원하기, 남을 이해하듯 나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듯 남들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기, 익숙해진 일상에서 새로움 발견하기. 2023년 2월 방학을 맞이하여 한국에 왔다. 한국에 머물며 일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선배의 소개로 한 기관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설명회에 갔고, 그 기관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서를 작성하며 내가 살아온 삶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서류 합격 후에는 친구와 면접 연습을 했다. 친구는 자기소개 1.. 2023. 6. 5.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 조앤 치티스터 Joan D. Chittster 2022년 9월 베를린 구약 성경의 지혜서 중 하나인 코헬렛서는 목적이 없어 방향 감각을 상실하거나 계속되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는 코헬렛서를 통해 인생이 각자가 경험하는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삶의 순간들을 잃어버리기 전에 이해하고, 놓치기 전에 누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전자책 29/446) 이 책의 목적은 성경을 깊이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코헬렛서를 의식적으로 분명하게 헤아려, 그 말씀을 배우고 마음에 새기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말씀에 근거해 자신의 행동을 자문해 봄으로써, 인생에서 같은 순간을 만났을 때 열린 마음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앞에 펼쳐진 인생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살면서 이해되지 않는 것을 여기에서 다.. 2023. 3. 19.
글을 숙성하는 시기 2023년 1월 12일 베를린 요즘은 글을 숙성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자주 올리는 때가 있고, 혼자서 글을 쓰는 시기도 있다. 요즘은 혼자 쓰는 글이 많다. 2022년에는 많은 글을 썼다. 연초에는 삶에 변화가 많았다. 그것을 기록했다. 앞으로 삶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글을 썼다. 5월 슈투트가르트에서도 글을 많이 썼다. 베를린으로 돌아와 2022년 하반기에는 글쓰기 모임에서 신나게 글을 썼다. 잠들기 전 책을 읽고 일기 쓰는 습관도 만들었다. 12월 초에 독일 남부 도시에 S 수도원에 피정을 갔다. 2박 3일 동안 피정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수녀님, 수도사님과 여러 이야기를 하며 느끼고 배운 것이 많았다. 매일 잠들기 전 글을 썼다. 12월 말에는 독일 북부 도시 로스톡(Ro.. 2023. 1. 12.
2023년에는 하나씩 덜하기 2023년 1월 9일 월요일 베를린  하나씩 덜하기  매년 다짐을 한다. 2023년에는 하나씩 덜하기로 했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열정적으로 해서 지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것 하나를 덜해보기로 했다. 하나씩 덜하면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하나씩 빼기 가방을 쌀 때 넣고 싶은 것 중 하나를 뺀다. 나는 가방을 쌀 때 이것저것 넣는 것을 즐긴다. 밖에서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만 빼기로 했다. 카메라를 가져가고 싶은 날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로 한다. 책을 가져가고 싶은 날엔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보기로 한다. 이렇게 하나를 빼면 가방이 가벼워지면 어깨에 무리가 덜 간다. 오래 걸을 수 있다. 목적이 있.. 2023. 1. 10.
2022년 다짐을 잘 지키고 있나요?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기' 2022년 12월 22일 목요일 베를린 2022년 12월 22일이다. 2022년 초에 세운 목표를 떠올려본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기'였다. 나는 원래 힘들 때 힘들다고 잘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힘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 독일에 온 이후로 더 그랬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내 선택에 책임지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업에 집중하고 싶었다. 인턴 준비를 하면서 시험공부도 충실히 하고 싶었다. 학사 논문을 쓰면서 석사 지원 준비도 꼼꼼하게 하고 싶었다. 학사 논문을 쓰다가 버스 사고가 나서 몸이 다친 후 논문이 무기한 연기됐다. 어서 논문을 끝내고 싶었다. 독일에 온 것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것도, 조금 복잡한 논문 주제를 선정한 것도 내 선택이니 감수해야 한다 생각했.. 2022. 12. 22.
글쓰기 - 나를 알아가는 과정 2022.11.25 새벽 4시 베를린 블로그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첫 블로그에는 반려동물 사진을 담았고, 두 번째 만든 이 블로그에는 내 일상을 담고 있다. 오늘 읽은 책에 글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달리기 경주하듯 숨 가쁘던 서울의 삶을 잠시 멈추고 소도시로 발걸음한 까닭을 정교하게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글쓰기가 저를 인도했다는 것만큼은 확신해요. 첫 글에서 썼듯이 저는 익숙함을 걷어내고 진짜 내 모습을 찾기로 어느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기록하거나 지난날을 돌아보는 글을 매주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썼지요. 생각한 바를 쓰다보니 쓴 대로 살고 싶다는 마음의 점성이 점차 늘었습니다. 결국 주어진 휴직 기간만이라도 내가 바라는 삶의 모양대로 살아보겠다는 결심이 이르게 되었고요. 글을.. 2022. 11. 25.
추운 겨울날 먹는 고소하고 맛있는 미역국 2022.11.17 목요일 점심 식사 후, 베를린 와! 요리를 자꾸 하다보니 느나 보다. 오늘 미역국 굉장히 맛있었다. 간도 딱 맞았고 미역과 국물의 비율도 적절했다. 예전에 만들었을 때 미역국이 싱거웠다. 다음번에 만들었을 때는 국물이 너무 적었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을 만들게 되었다. 먹는 것은 큰 기쁨이다. 엄마와 아빠께 물려받은 기쁨이다. 우리 엄마는 음식을 맛있게 드시고 요리도 잘한다. 우리 아빠는 다양한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맛있게 드시고 요리는 못 하신다. 요리 못하는 아빠는 요리 잘하는 엄마를 만나 40년 가까이 먹는 즐거움을 누리신다. 외할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아빠는 외할머니가 보내주시는 여러 종류 김치와 해산물을 맛있게 드셨다. 아빠가 음식을 맛있게 드시니 엄마.. 2022. 11. 17.
기적들 - 틱낫한, 너는 이미 기적이다 2022.11.16 수요일 아침 베를린 기적들 (틱낫한) 우리 주변에서 온갖 기적들로 생명이 피어난다. 물 한 그릇, 햇살 한 줄기, 나뭇잎 한 장, 애벌레, 꽃, 웃음, 빗방울 소리. 깨어있으면 어디서든 쉽게 기적을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숱한 기적들의 총합이다. 가지각색 모양과 색깔을 보는 눈, 벌의 잉잉거리는 소리와 천둥소리를 듣는 귀, 온 우주와 티끌 하나를 아울러 궁리하는 뇌, 모든 생명체들의 맥박과 함께 같은 리듬으로 두근거리는 심장. 일상의 고된 일과로 피곤하고 낙심해 있을 때는 이런 기적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늘 거기 그렇게 있다. - 너는 이미 기적이다 (틱낫한 지음, 이현주 옮김. 불광출판사) 아침에 읽는 책. 오늘이 세 번째 날이다. 오늘 하루를 선물.. 2022.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