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Montag, 11. November 2024 in Berlin
글 쓰며 들은 음악: 크리스마스 재즈
음악을 들으며 읽어보세요 :-)
10월 말이 되면 독일 마트에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대림 달력, der Adventskalender)이 보인다. 초콜릿 달력은 12월 1일부터 매일 초콜릿을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달력이다. 숫자가 적힌 작은 문이 24개 있고, 매일 그 문을 열어 초콜릿을 먹는다. 나는 매년 조카들에게 초콜릿 달력을 보내고 있다.
보통 독일인은 11월 말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할 초콜릿 달력을 사지만 나는 한국에 보내야 하니 10월 말에 사둔다. 포장하고 카드도 쓴다. 국제 우편으로 한국에 3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11월 초에는 보내야 한다.
10월 말은 바쁜 시기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해서 정신없고 날씨도 갑자기 추워져서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바쁘다고 초콜릿 달력 보내는 때를 놓치면 한국에 12월 중후반에 도착한다. 그럼 조카들은 하루에 초콜릿을 다 꺼내 먹어야 한다. 몇 년 전에는 크리스마스 바로 전에 도착하기도 했다 -_-
올해는 다행히 달력을 일찍 샀다. 지난달 사촌 오빠가 결혼해서 사촌 오빠 부부 선물로 하나 더 샀다. 조카들한테는 귀여운 킨더 초콜릿 달력을, 사촌 오빠 부부에게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초록색과 주황색 트리가 있는 페레로 초콜릿 달력을 샀다. 2주 동안 포장을 미루다가 오늘 포장지와 카드를 샀다. 포장하고 카드 쓰는 게 은근히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 미루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캐럴을 들으며 썼다. 재즈 음악이라 잔잔하고 따스운 느낌이 났다.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보았다.
10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을 사는 게 리추얼에 되었다. 준비하는 시간이 즐겁다. 바쁘고 추운 시기지만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포장을 하고 카드를 쓴다. 언니네 주소도 가족 카톡 방에 다시 한번 확인한다.
처음 독일에 왔을 때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을 보고 참 귀여운 문화라고 생각했다. 부모들은 초콜릿 달력을 미리 사두고 숨겨둔다. 12월 1일이 되면 아이들에게 짠! 하고 선물한다. 독일 친구 레오니는 어릴 적 매일 초콜릿 하나씩만 먹는 게 힘들어서 하루에 초콜릿을 모두 먹고는 엄마 아빠 모르게 문을 조심히 닫아두었단다 :) 나도 어렸을 때 초콜릿 달력을 받았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카들에게 선물하기 시작했다. 꼬꼬마 조카들은 나를 초콜릿 이모라고 불렀다. 어느 해에 나는 달력 보내는 것을 잊어버렸는데 조카들은 왜 초콜릿 달력이 안 오냐고 우리 언니랑 형부에게 물어보았단다. 그 해에는 형부가 직접 달력을 만들었다. 형부가 손수 초콜릿 달력을 만들어주어야 할 정도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형부가 만든 달력은 투박했지만 초콜릿이 엄청나게 컸다 ㅎㅎ)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다른 초콜릿을 사서 크리스마스 전에 보냈다.
올해는 12월 전에 도착하겠지?
조카들에게 보낸 카드:
OO이와 OO에게
OO이, OO 안녕?
지난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 보낸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12월이네! 올해 잘 보냈니?
이모는 최근 며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단다. OO이랑 OO에게 선물할 초콜릿 달력이랑 크리스마스카드 고르면서 말이야. 어떤 모양 달력을 살지, 어떤 색깔 카드를 살지 행복한 고민을 했지!
10월 말이 되면 독일 마트에서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을 팔기 시작해. 독일 사람들은 11월 말이 되어서야 달력을 사는데, 이모는 한국에 사는 OO이랑 OO에게 보내야 하니까 누구보다 빨리 사지. 포장을 해서 우체국에 가면 우체국 직원이 이렇게 물어본단다.
우체국 직원: (미소 지으며) 이거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이죠?
이모: 포장되어 있어서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우체국 직원: 크기가 딱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이네요!
올해 12월에도 매일 초콜릿 하나씩 먹으며 즐거운 하루하루 보내렴!
2024년 11월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OO 이모가
조카 선물 사면서 내 초콜릿 달력도 샀다. 지금 11월 중반인데 벌써 몇 개 먹었음... 하하하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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