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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

글쓰기 - 나를 알아가는 과정

by 통로- 2022. 11. 25.

 

2022.11.25 새벽 4시 베를린

 

블로그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첫 블로그에는 반려동물 사진을 담았고, 두 번째 만든 이 블로그에는 내 일상을 담고 있다. 오늘 읽은 책에 글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달리기 경주하듯 숨 가쁘던 서울의 삶을 잠시 멈추고 소도시로 발걸음한 까닭을 정교하게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글쓰기가 저를 인도했다는 것만큼은 확신해요. 첫 글에서 썼듯이 저는 익숙함을 걷어내고 진짜 내 모습을 찾기로 어느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기록하거나 지난날을 돌아보는 글을 매주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썼지요. 생각한 바를 쓰다보니 쓴 대로 살고 싶다는 마음의 점성이 점차 늘었습니다. 결국 주어진 휴직 기간만이라도 내가 바라는 삶의 모양대로 살아보겠다는 결심이 이르게 되었고요. 글을 쓰다 삶의 행로를 틀고 책까지 엮게 된 셈입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습니다. 지금이라도 제 삶을 되돌아보고 고쳐나가지 않았다면 자칫 거울 앞의 나를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왜소하게 보는 착시현상을 평생 겪게 되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모두가 알고 저만 모르는 눈병을 안고 사는 삶이라니요. 여전히 고작 이 정도밖에 못 자란 어린이 쓴 글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쓰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남형석, 고작 이 정도의 어른, 전자책 97%)

 

나도 글을 쓰며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있다. 블로그에 내가 쓴 모든 글을 올리지는 않는다. 누군가 볼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글을 쓰기 때문이다. 항상 의식하지는 않는 이유는, 내 블로그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일 100명 이상이 오기는 하지만 검색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새롭게 올라오는 글을 읽는 사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아무튼 블로그 글이 내가 쓴 글의 전부는 아니지만 블로그 덕분에 나는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며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한다.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기록한 글에서는 내가 언제 기쁘고 신나는지 알 수 있다. 고민이 가득한 글을 읽으면 내가 그 당시에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삶의 변환점에 쓴 글을 읽으면 무엇이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가장 나로 존재할 때가 언제인지 쓴 글이 있다. 나는 거기에서 내가 걸을 때 가장 나답다고 썼다. 나는 산책할 때, 등산할 때 글을 쓰는 마음이 된다. 고민을 떠올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계획하며 나와 깊은 대화를 한다. 

 

요즘 글은 하나의 주제로 쓱 써지지 않는다. 그냥 내가 그렇게 글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미완성이면 어떤가! 글을 썼다는 게 중요하지! 

 

새벽에 눈이 떠져 남형석 작가의 책을 끝까지 읽었다. 몇 안 되는 완독한 책이다. 한 달에 다섯 권 정도 완독하는 것 같다. 그 중 한 권이니 귀한 책이다. 내일 모레는 남형석 작가 가족을 만난다. 어떤 분들일지 기대가 된다. 작가의 책을 모두 읽으니 만날 준비를 잘 한 느낌이 든다. 이제 푹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