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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책 :: 논문 글쓰기 시간 관리 1 - Der Schreibzeitplan: Zeitmanagement für Schreibende,

by 통로- 2019. 4. 1.

 

Christian Wymann - Der Schreibzeitplan: Zeitmanagement für Schreibende

 

독일인의 꼼꼼함과 정성스러움에 감동할 때가 있다. 글쓰기 센터 선생님에게 감동받았고, 이 책의 저자 Christian Wymann에게 감동받았다. 이 책은 나의 오아시스 책이자 인생 책이다. 오아시스 책이란, 그동안 오랫동안 사막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 헤맸던 책이다. 이 책을 본 순간 갈증이 풀렸다고 할까?

 

나는 독일에서 공부하며 유독 글을 많이 썼다. 첫 학기부터 12장짜리 소논문을 써야 했다. 논문 글쓰기를 한국에서 배우지 않아서 독일어로 소논문 쓰는 것이 어려웠다. 음악학 전공 수업은 두 과목 빼고 모두 소논문을 제출한다. 덕분에 매 학기 글쓰기 수업을 찾아들었다. 음악학과가 속한 인문학부 학생들을 위한 논문 글쓰기 수업, 외국인 학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두 두 번(B2, C1), 사회과학 전공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등(나는 음악학, 사회학 복수전공을 한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니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갔다. 서론에 어떤 내용이 오고 본론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하며 결론은 어때야 하는지. 하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사회학과 첫 번째 소논문을 쓸 당시 글쓰기 센터를 방문했다.

 

 

 

 

없는 자료가 없는 마법의 파일

 

2017년 6월 말 (나에게 많이 버거웠던)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소논문을 쓰며 처음 글쓰기 센터에 방문했다. 사회학과 전공 수업에서 쓰는 첫 번째 소논문이었다. 

 

글쓰기 센터는 놀라운 곳이었다. 일주일 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가져가면 글쓰기 센터 선생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커다란 파일에서 자료를 꺼내 주셨다. '학생이 그 질문할 줄 다 알고 있었죠!'라는 미소를 지으며.

 

글쓰기 시간 관리 책도 그렇게 만났다. 매일 도서관에 8시간 있는 것이 목표였다. 글쓰기 센터 선생님은 8시간은 너무 긴 시간이라 하셨다. 차라리 집중하는 시간을 계획하라고 하셨다. 매일 8시간 도서관에 있겠다가 아니라, 매일 집중해서 몇 시간 동안 글을 쓰겠다는 식으로. 면담 마지막에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본 다음 내용이 좋아서 한 권 샀다. 가격은 12,99유로이고 크기는 A4용지 반 보다도 작다.

 

참고: 1. 문장을 번역할 때 의역이 들어갑니다. 2.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소논문과 논문을 쓰며 이 책을 다시 들여다 볼 때마다 날짜를 기록했다
차례

 

저자는 글쓰기 상담과 수업을 하고 있다. 학사와 석사 때는 매번 마감 날짜에 닥쳐서 소논문과 논문을 썼다고 한다. 논문 글쓰기를 알려주는 글쓰기 센터나 수업이 없었다고. 박사 과정에 들어가 처음으로 글쓰기 센터에서 면담을 받았고, 박사 논문이 끝날 즈음에 시간을 잘 관리하며 논문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 문단 형광펜으로 칠해놓은 글귀 "만약 나의 대학시절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용기를 잃지 마세요. 이 책이 당신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나에게 정말 큰 용기를 준다.

 

 

 

 

 

 

 

"논문 글쓰기는 집중력, 끈기력, 절제력을 요구합니다. 이 세 가지를 타고 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터득해야 합니다."

 

집중력과 끈기력, 절제력을 타고 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문장을 읽고 안도했다. 나만 부족한 게 아니구나. 어차피 누구나 한 번은 시간을 들여 배워야 하는구나. 논문 글쓰기와 악기 연습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과 좋은 악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시간을 들여 연습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것처럼, 논문 글쓰기도 시행착오를 하는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글쓰기 습관을 세운 후 잘 되지 않는다고 너무 빨리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참을성을 가지고 꾸준히 해보라고 한다. '참을성'과 '꾸준함', 독일인 하면 생각나는 단어다 :)

 

 

 

 

 

 

 

이 책은 워크북의 성격도 띤다. 주제마다 질문을 하나씩 던져준다. 첫 번째 질문은 '왜 글쓰기 습관(시간 계획)을 가지고 싶나요?' 길게 생각하지 말고 5분 동안 생각나는 것을 모두 적으라고 말한다.

 

 

 

 

 

 

 

적어보았다. 

 

1. 저녁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가서 쉬고 싶다.

2. 소논문을 제출 기한에 맞춰 내고 싶고

3. 아침 일찍 논문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무엇인가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4. 학업을 마치고 싶어서

5. 독일어를 좋아하니까. 독일어 글쓰기는 어학원 다닐 때부터 어려웠다. 이번 기회에 글 쓰는 법을 배우고 싶다.

6. 나만의 시험공부 방법을 발견했듯 글쓰기 습관도 갖고 싶다.

7. 좋은 점수를 받고 싶다.

 

 

 

 

 

 

 

 

"글쓰기는 학업이나 직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도 글을 쓰는 일이다. 통계를 분석하고 글을 써서 좋은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오랫동안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하루 종일 글을 쓰고 다음 날 지쳐서 글을 쓰지 않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단다. 생각해보니 악기 연습도 마찬가지다. 논문 글쓰기와 악기 연습은 비슷한 면이 많다.

 

 

 

 

 

 

 

질문: 하루 중 집중이 언제 가장 잘 되나요? 언제 방해를 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나요?

 

 

 

 

 

 

 

 

작가는 일주일 동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미리 '예약'하라고 한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계획하라고. 막연하게 '이만큼의 시간에 글을 쓰고 싶어.'가 아니라 '아르바이트하는 시간 빼고, 식사하는 시간 빼고, 수업 듣는 시간 빼고, 이 시간만큼 글을 쓸 수 있겠구나.' 현실적으로 그리고 솔직하게 계획하라고 충고한다.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언제인지 써봤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가장 잘 쓸 수 있다. 오후 4시가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져 독일어, 영어 논문을 읽고 인용해서 (같은 단어를 쓰면 안 되니까) 쓰는 것이 어렵다. 예외도 있다. 다음날 글쓰기 센터 면담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쓸 수 있다. 벼락치기다. 

 

 

 

 

 

 

 

 

 

실수! Nach der langen Mittagspause 가 맞다. 

 

점심을 길게 먹으면 오후에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 (친구와 학생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 한 시간은 금방 간다.) 글도 리듬을 타야 잘 써지는 것 같다. 너무 오래 쉬면 글이 잘 안 써진다. 그래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매일 아침 집에서 재빨리 나오기' 습관이 이때 생겼다. 아침에 집중이 잘 되니까. 재빨리 나오기 위해서는 저녁에 샤워를 하고 다음날 입을 옷을 정한 다음 가방을 싼 후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자야 한다. 그리고 빨래가 되어 있어야 한다. 빨래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입을 옷이 없다. 그래서 빨래는 토요일에 하기로 했다. 

 

토요일 빨래, 매일 아침 집에서 재빨리 나오기 습관 (두 번째, 세 번째 사진 아래 쓰여 있음) https://domi7.tistory.com/365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중요하다. 밤 10시에 잠잘 준비를 한다. 10시에 준비를 하면 11시나 12시에 잠이 든다. 자다가 새벽 일찍 일어나도 8시까지는 침대에 머무르기. 너무 일찍 일어나면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매일 같은 시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작가는 너무 지치기 전에 글쓰기를 멈추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딱 45분만 글을 쓰고 15분은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지치지 않을 만큼만 집중해서 글을 쓰라고 한다. 그래야 쉬는 시간 후에 또 좋은 컨디션으로 논문을 쓸 수 있으니까.

 

 

 

 

 

 

글쓰기 시간을 예약할 때 쉬는 시간과 Pufferzeiten도 미리 생각하라고 한다.

 

 

 

 

 

 

 

 

쉬는 시간을 예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또 한 번 강조한다. 몸의 신호(더 이상 집중이 안 된다, 눈이 아프다, 피곤하다, 어깨가 뻐근하다, 맑은 공기가 필요하다 등)를 잘 듣고 쉬는 시간 갖으라고 말한다.

 

글쓰기 시간 관리 1탄은 여기서 끝!

 

 

 

 

 

덧붙이는 이야기: 꼭 쓰고 싶었던 책 후기다. 쓸 이야기가 너무 많아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작성한다. 제목처럼 이 책은 나의 오아시스 책이고 인생 책이다. 평생을 함께 할 책이다. 독일인의 꼼꼼함, 치밀함, 정성스러움, 계획성, 다정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긋고 용기를 얻었다. 만화책처럼 너무나 재미있으면서 논문 글쓰기에도 큰 도움이 되는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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