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오랜만에 아침기도를 했다. 어릴 적 많이 듣고 기도하던 구절인데 오늘 보니 새롭다. 이 구절을 읽는데 눈물이 핑... 그만큼 요즘 논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거겠지.
집에서 나오니 10시 41분. 더 일찍 나올 수 있었는데 입을 옷을 고민하다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지난주 토요일 빨래를 안 해서 평소에 입는 옷이 모두 빨래통에 있었다 -_- 안 입는 옷을 찾아 입으려니 거울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옷 입는데 창의력이 필요했다. 결국 옷도 맘에 안 들고 시간만 오래 걸렸다. 빨래는 꼭 토요일에 하는 거로!
학교 가는 길.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간다.
수업은 없고 논문만 쓰는 요즘, 매일 아침 목표는 '집에서 재빨리 나오기'다. 아침에 방 청소, 옷 정리, 부엌 청소 등 자꾸 다른 무언가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침에 다른 일을 하고 학교에 가면 논문을 쓰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논문 글쓰기를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아침에 재빨리 준비하고 나와야 한다.
또 아침에 다른 무언가를 하다보면 왠지 학교 가기가 싫어진다.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을 거야. 학교 왔다갔다하는 시간 아껴 공부하자.' 생각하며 집에 있는 날은 논문을 별로 못 쓴다. 집에는 푹신한 침대도 있고 재미있는 책도 있고 언제나 요리할 수 있는 부엌도 있다.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도서관에서 공부가 제일 잘 된다.
오후 1시 반 교수님 면담에 다녀왔다. 왼쪽 사진의 메모는 면담에서 물어볼 질문을 정리한 것인데 정작 면담에서는 저 종이를 찾지 못했다. 가방 어딘가에 있었을 텐데 보이지 않았다. 면담에서 긴장해서인지 (허둥지둥) 아무리 찾아도 종이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메모한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본 후 교수님께 질문했다.
교수님과 (코멘트를 적은) 논문 목차 Kommentierte Gliederung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3주 전부터 챕터 3에 관련 논문을 찾고 있었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겨우 몇 개 찾은 논문으로 챕터 3 목차를 만들어갔다. 교수님은 내가 잘하고 있다고, 이렇게 계속하면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참고 문헌(하늘색 책)도 보여주셨다. 교수님 연구실 한쪽 벽면에는 전공 서적이 가득하다. 면담을 하러 갈 때마다 책장에 아는 책이 보인다. 요리조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 참고문헌은 대부분 교수님 책장에 있었다 :-) 교수님 연구실에서 아는 책이 하나씩 보일 때마다 교육사회학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
마지막에 하시는 말씀 Machen Sie keine Sorge!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지난번 면담 끝나고는 bleiben Sie immer motiviert! 라고 응원해주셨다.
은근히 마음이 따뜻한 분이다.
며칠 전 친구가 좋은 글이 있다며 인터넷 링크를 보내주었다.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젊은 학자들을 위하여' (출처 - 교육학회 뉴스레터 2009, 저자 - 이화여대 명예교수 오욱환, 교육학) 라는 글인데 학사 논문을 쓰고 있는 내게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을 손글씨로 써보았다.
논문 글쓰기는 분명히 인내를 요구하는 노역입니다.
그렇다. 논문 처음 시작할 때 설렘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매일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읽은 부분에 흔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이 저자와의 토론이라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더 적극적으로 구입한 책과 복사한 논문에 흔적을 남기기로 했다.
오늘 면담에서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 첫 장이다. 읽어보니 논문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고 교육사회학 & 이민사회학 전공 용어도 있었다. 첫 페이지를 복사해서 흔적을 남겼다.
지도교수나 선배가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해주지 않음을 명심하십시오.
대학원생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 내 연구하기 (권창현) http://gradschoolstory.net/changhyun/내-연구하기/ 글에서 보면 논문의 주인은 학생 본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논문도 학사 논문도 수업에서 배운 내용으로 주제를 잡지만, 논문 구조를 결정하고 쓰는 것은 나 자신이더라. 면담에서도 내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 교수님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긍정적인 피드백 에피소드:
한 달 전 구글에서 참고 문헌을 찾다가 음악교육 연구하는 분이 괴팅엔 대학 교육학과에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논문에서 중요하게 다룰 JeKi* 프로그램 관련 연구를 하신 분이었다. 이메일을 쓰고 면담 신청을 했다. 면담 전 연구실 앞에서 기다리는데 심장이 콩닥콩닥했다. 면담에 들어가 지금까지 찾아 본 음악교육 논문에 관한 질문, 현재 음악교육 연구 방향, 내 논문 목차 등을 여쭈보았다. 교육학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교육학 전공용어(Transfereffekt. Transferleistung)를 알게 되었다. 교육학에서는 자주 쓰이는 중요한 개념 같았다. 나는 사회학 전공이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용어였다. 그 다음주 첫 번째 지도교수님(사회학)** 면담에 이 용어를 넣어서 목차를 만들어 가니 굉장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 JeKi: Jedem Kind ein Instrument: 독일 교육부 문화예술교육정책이다. 초등학생들이 학교 정규수업으로 원하는 악기를 배우는 프로그램. 지금은 Jekits로 노래와 춤도 추가되었다.
** 독일 대학에서는 두 명의 교수가 학사 논문을 지도한다. 첫 번째 지도교수님은 사회학과 교수님이다. 교육학과 교수님은 두 번째 지도교수님이 되어주기로 하셨다.
습작에 충실하십시오.
대학원생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 연구의 실제 (권창현) http://gradschoolstory.net/changhyun/연구의-실제/ 에서도 언급 되었다.
소눈문도 학사 논문도 모두 습작이다. 논문 글쓰기 경험이 짧으니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독일 친구 논문을 읽다가 내 논문 독일어를 보면 매우 초라하다. 그래도 상심하지 말자. 습작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최선을 다해 쓰자!
읽었는데도 이해되지 않아 속이 상하고 글쓰기로 피를 말리는 사태는
나도 매일 경험한다. 학자뿐 아니라 학부생인 나도 매일 매 순간 경험한다 ㅠ_ㅠ
읽고 쓰는 일을 피하려고 하면서도 그 일에 다가간다면,
피하는 것은 맞는데 난 그 일에 다가가고 있을까?
논문 쓰는 95%의 시간이 어렵고 힘들어서 답답하고 속상하다면
5% 시간은 정말 즐겁다. 논문이 잘 써지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주제에 맞는 참고문헌을 찾게 될 때!
5%를 보며 평생 그 길을 갈 수 있을까? 괜한 걱정 미리 하지 말자. 석사 가보면 알겠지 :-)
학생식당 Mensa 저녁 메뉴
햇빛이 찬란한 날이었다. 오늘은 2018년의 마지막 가을일 것이다. 길고 긴 독일의 겨울이 시작된다.
고향이 될 괴팅엔
오늘은 왠지 피곤한 날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목요일이었다. 목요일이 피곤하다면 일주일을 성실하게 보냈다는 뜻이다. 그래서 목요일에 피곤하면 좋은 거다! :-D 내일은 금요일! 내일만 보내면 쉬는 날 Ruhetag, (틱낫한 스님의) Lazy Day인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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