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방황을 끝내고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연구 노트를 보니 방황 같지도 않은 시간을 보냈더라... 교수님 면담 준비, 글쓰기 센터 상담 등. 어쨌든 항상 논문 글쓰기 반경 안에 있었다. 무엇이든 오랜만에 하면 재미있고 잘 되나 보다. 오늘 공부가 참 재미있었고 논문에 큰 진전이 있었다.
챕터 3에 인용할 논문을 찾았다. 그동안 관련 논문을 못 찾아서 챕터 3의 방향을 바꾸어야 하나 고민했다. 지난주 글쓰기센터에서 상담받으니, 챕터 3의 방향을 바꾸려면 챕터 1, 2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챕터 1, 2에 새로 들어갈 내용을 찾아보았는데 일이 너무 많아지는 거다.
저녁 먹으면서도 계속 논문 주제를 생각하다 그 자리에서 (도서관 아니고 쉬는 공간. 사진) 논문을 찾아보았다.
'쉽게 가자. 시간도 없으니.' (쉽게 가도 절대 쉽지 않은 논문쓰기...ㅜ_ㅜ)
원래 하려던 내용으로 (인용할) 논문을 찾아보았다. 구글 스콜라로 찾아보고 J stor도 보고. 그렇게 찾은 논문 마지막 장에 나오는 참고문헌(Reference, Literaturverzeichnis)을 따라가 보기도 했다.
찾아보니 나오더라.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두 번째 논문은 인용할지 고민중) 이런 식으로 찾다 보면 나오겠다 싶었다. 검색어를 어떻게 쓰면 될지 아이디어도 생겼다.
어제 사진 정리하다가 발견한 것. 2012년에 '학문의 즐거움(히로나카 헤이스케)' 책을 읽고 좋은 구절을 썼다. 사진을 보니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노트북 바탕화면 사진으로 저장했다. '학문의 즐거움'을 읽었던 2012년의 나는, 독일에 처음 와서 어학원에 다니며 독일어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독일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 어떤 전공을 할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 꿈을 생각하며 조금씩 나아가던 순수했던 나.
그래. 꿈이 있어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었지. 논문도 쓰고 있고.
힘들다, 어렵다, 할 수 있을까 매일 걱정 하지만 사실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었구나!
사회과학대 도서관이 저녁 9시에 문을 닫아서 중앙도서관으로 가는 길. 보름달이 가로등처럼 환하다. 독일에서 맞이하는 추석. 한국에도 이렇게 큰 달이 보였겠지?
공부 마지막에 3년 전 제출했던 소논문을 꺼내 보았다. 꽤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두 달 동안 매주 첨삭도 받았음) 3년 후 보니 너무 오글거린다 ㅋㅋㅋㅋ 오글거려 도서관에서 혼자서 큭큭 웃었다. 구조도 허술하고 무엇보다 독일어가 너무 웃겼다. 학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학술적인 표현도 조금 있지만 대부분 일상에서 쓰는 표현, 거기다 유치원생이 쓰는 표현(유아 독일어)까지... 이걸 읽고 교수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다른 친구들은 다 A 받는 수업인데 나만 C 받고 매우 상심했었다. 이제 보니 C 라도 받아 통과한 것이 다행이다.
요즘 내 독일어가 초라하게 느껴졌었는데 3년 전 쓴 글과 요즘 쓰는 것을 비교해보니 많이 늘었더라.
3년 후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을 보면 또 오글거리겠지?
오늘도 고생 많았다, 집으로 오는 길 나 자신을 다독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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