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담배 친구 레몬 사탕을 소개해보겠다.
논문을 쓰거나 시험기간 때 친구들은 담배를 피운다.
1시간 공부하고 나서 잠깐 담배를 피우면 집중이 잘 된다고 한다.
나는 의지가 약해서 담배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담배를 시작하지 않았다.
어느 날 보니 내 손에 담배 대체재가 들려있었다.
그것은 바로 레몬 사탕!
담뱃갑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여는 방법도 같다.
들어있는 것이 레몬사탕일 뿐!
레몬 사탕이 담배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 실내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것.
담배와 비교해서 엄청난 장점이다!!
사실 레몬 사탕은 통계학 수업에 가져가던 것이었다.
통계학 2 교수님 강의가 너무 지루해서(...) 잠을 깨워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수업 전 커피도 마셔봤고
허벅지도 꼬집어 보았지만...
자꾸 눈이 감겼다 ㅠ_ㅠ
교수님은 굉장히 좋은 분이셨다.
1) 인성도 훌륭하시고
2) 강의 PPT도 꼼꼼하게 만드시고
3) 글도 잘 쓰신다. (시험기간 때 직접 쓰신 책을 보며 공부를 했는데 정말 감탄했다)
다만 강의가 좀 지루할 뿐이었다. 나에게만 지루한 것은 아니었다.
학기 시작 때엔 학생들이 많았다가 학기가 끝나갈수록 점점 줄어들었다. 수업 중 딴짓하는 애들도 꽤 있었고.
통계학 수업이 내게 더 어렵고 지루했던 이유는
1) 통계학 기본기가 없어 수업시간에 이해하는 내용이 적었고
2) 교수님께서 말을 엄청나게 빨리하셨기 때문이었다.
교수님께 조금 천천히 말을 해주실 수 있는지 정중하게 여쭈어본 적도 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진심을 담아
"미안해요, 나는 말을 천천히 못해요. 예전 강의 때도 말을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정말 미안해요."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답변을 듣고 나니 할 말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말을 천천히 하는 것이 힘들구나 생각했다.
내가 독일어가 힘든 것처럼 교수님은 말씀을 천천히 하는 게 힘드실 수 있으니 말이다.
수업에서 별로 이해하는 것이 없어서 안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수업 동영상이 포털에 올라온다. 수업 안 가도 공부 가능)
그래도 가서 이해는 못 해도 중요한 부분은 체크(뉘앙스로 알 수 있음)할 수 있으니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질문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수업 끝나면 종종 교수님께 질문을 드리러 갔는데, 아주 기본적인 (예를 들어 함수 개념) 질문은 드리는데도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통계학 수업에서 효과를 보았던 것이 레몬 사탕.
일단 수업 전 커피를 마시고, 수업 중후반에 잠이 올 땐 레몬 사탕을 먹었다. 그럼 끝까지 깨어있을 수 있었다.
논문 쓸 때도 레몬사탕의 효과를 독톡히 보고 있다.
집중이 잘 안 되거나 잠이 올 때 사탕을 먹으면 집중이 잘 된다.
레몬 사탕은 또 다른 효과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담배 피우는 애들이 같이 담배 피우며 친구가 된다면
레몬 사탕을 하나씩 나눠주며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과장해서 쓰는 것입니다만...)
레몬 사탕은 논문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 해도 되겠다.
머리가 명석하지 않으니 성실(의지를 가지고 끈기있게)하기라도 해야하는데 공부가 잘 안되거나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여러가지 감각을 자극해 준다. 예를들어
청각 - 잠이 깨는 음악을 듣는다
촉각후각 - 촉각과 후각 자극은 도서관 안에서는 불가능하니 산책을 다녀온다.
시각 - 응원하는 글을 읽는다
미각 - 물을 마시거나 사탕을 먹는다
이 중에서 미각을 레몬사탕이 담당하고 있다.
레몬 사탕은 담배처럼 중독에도 주의해야 한다.
어느날 논문 쓰며 습관처럼 사탕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무리 설탕이 안 들었다(ohne Zucker)고 쓰여 있어도 사탕은 사탕이다. 몸에 좋을 리 없지...
요즘은 논문을 쓰며 레몬 사탕 중독을 피하기 위해 잘 안 보이는 곳에다 둔다 ㅎㅎㅎ
"독일대학 :: 학사논문의 기록" 시리즈를 논문에 도움이 되는 정보글로 쓰고 싶었는데 자꾸 일기같은 글이 되어버린다.
그래도 어쩌나, 내 블로그가 원래 일기형식의 블로그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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