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배경화면은 고등학교 사진이다.
몇 달 전 석사 원서 접수를 하고 학사 논문을 쓰며
'과연 될까? 학사 논문을 끝낼 수 있을까? 석사 자리를 받을 수 있을까?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다.
'내가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봤지?'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입시였다.
예술중학교를 다니지 않아 예술고등학교 입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때도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 불안감이 없어졌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기도하며 지내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날라리 신자인데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도를 엄청 열심히 한다 ㅎㅎ)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됐다' 싶었다. 되겠다 싶었다. 될 것이라 믿고 연습을 했기 때문에.
인생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순수하게 최선을 다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중3의 어린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학위 논문을 쓰는 것은 예고 입시와 대학 입시만큼 어려운 일이다.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 막막한 과정이다.
학사 논문 쓰는 게 그렇게 힘드냐고 할지 모른다, 박사 논문도 아닌데.
나에게 30장의 논문은 매우 어렵다. 논문 글쓰기 경험이 짧아서일 수도 있고 아직 완벽하지 않은 독일어 때문일 수도 있다. 중3 때와 고3 때는 부모님이 함께 계셨지만, 지금은 그 과정을 혼자 보내야 한다.
그래서 핸드폰 배경화면에 고등학교 사진을 저장했다. 그때 그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너무 막막할 때는 뒤를 돌아본다.
그동안 찍어왔던 점을 보며 스스로 다독여준다.
작은 성공을 생각하며 격려한다.
독일어 배운 것, 어학 시험 통과한 것, 독일에서 살 집을 구한 것, 비자를 받은 것,
첫 번째 시험에 통과한 것, 독일 가족 신청한 것, 줌바 수업을 하러 간 것, 기숙사에 들어온 것, 과테말라에 간 것,
통계학 시험에 통과한 것...
이렇게 인생의 작은 점을 돌아보며 '잘 해왔잖아, 앞으로도 잘 할 거야' 이야기한다.
매 순간 나를 응원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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