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은 큰 산이다. 계획을 세워 잘 가다가도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나고, 혼자 헤매다가 길을 잃어버리는가 하면 가다가 좋은 동행을 만나기도 한다. 동행과 헤어지고 다시 혼자 가다가 발가락에 물집이 생겨 절뚝거리며 걷기도 한다.
등반(논문) 보고 하러 가는 면담은 언제나 긴장된다. 악기 레슨과 비슷하다. 내가 많이 발전했나? 충분히 연습했나? 선생님이 연습 안 했다고 뭐라고 하시면 어쩌지? 오늘 가서 연주(독일어로 논문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는 잘할 수 있을까? 손(독일어)은 잘 풀렸나?
2. Betreuerin 교수님 면담에 다녀왔다. 정말로 오랜만이다. Kapitel 2에 Transfereffekt를 소제목으로 넣을까 아니면 그냥 Einleitung에 쓸까 여쭈어보니 "학사논문이니까 굳이 소제목을 만들 필요는 없겠네요." 말씀하신다.
그렇다. 나는 지금 학사 논문을 쓰고 있다. 사실 학사 논문은 동네 뒷동산 정도인데 나 혼자 커다란 산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모르는 게 많아서 논문을 쓰며 이게 맞는지, 이렇게 쓰면 틀리는 건지 고민할 뿐이다. 누군가는 "학사 논문일 뿐이데 너무 힘 빼지 마"라고 하지만, 나는 힘을 빼고 싶지 않아서 안 빼는 게 아니다. 빼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힘을 빼는 것도 경험이 있어야 하지.
아무튼 교수님 면담도 비슷했다. "(미소를 지으시며) Machen Sie dann fertig! 그냥 끝내세요!" 그냥 끝낼 수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신다. 그렇다. 학사 논문은 그냥 끝낼 수 있는 것이다.
학사 논문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끝내자는 다짐을 하려고 글을 썼다.
덧붙이는 글: 모르는 게 많아서 좋은 점도 있다. 하나도 모르니 논문 글쓰기 기초 공사부터 차근차근하고 있다. 글쓰기 수업 듣고 면담 정기적으로 가고 글쓰기 책도 읽고. 이렇게 차근차근해나가면 다른 논문을 쓸 때 조금 더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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