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요가 - 오늘은 뛰었습니다. 요가도 했죠!

2019. 3. 22. 19:20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9년 3월 22일 금요일 베를린

새벽 5시 45분 내 방


무려 5시 45분에 일어났다. 고요한 산사 느낌의 방에서 정말 스님이 되어가는 걸까? 수도원과 똑같이 생긴 방에서 수도자가 되는 것일까? 그 무엇이든 좋다. 법정 스님 책을 읽으며 무소유를 실천하고 싶었고 이해인 수녀님 글을 읽으며 맑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우연히 살게 된 베를린의 작은 방. 공간이 좁으니 꼭 필요한 물건만 있다.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사는 삶에 만족한다.








마음은 수도자처럼 살고 싶지만 어제 야식을 먹었다 ㅜ_ㅜ 이게 다 욕심 아니겠나! 적게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면 되는데 치킨이 그렇게 먹고 싶더라. 게다가 치킨집은 도서관 근처 지하철 역에 있어 무조건 지나가야 하는 길이다. 이번 주 월요일 룸메이트가 소개해준 치킨집. 룸메의 칭찬이 대단하더니 나도 벌써 치킨집 팬이 되어버렸다. 맛있는데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관건은 어떻게 이 치킨집을 안 갈 수 있느냐다. 지하철 말고 버스를 타고 가야 하나...? 버스정류장은 도서관 바로 앞이라 치킨집을 지날 필요가 없다. 블로그에 건강한 식단 글을 두 개나 올렸는데... (치킨은 매우 맛있었다. 매우 매우!)









새벽 6시 50분 - 집 앞 사거리 언덕을 올라가서


치킨의 순기능도 있었으니! 오늘 새벽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조깅을 했다. 치킨 먹은 것이 후회되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갔다. 조깅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지만 폭풍 같았던 지난 4개월 동안 조깅할 여유가 없었다. 날씨도 안 좋았고. 오늘 날씨도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으니 기분 좋게 나갔다.








내려오면 공원이 보인다


치수를 잘못 계산해 주문한 엄청 큰 등산 잠바를 입고 뛰었다. 비싸게 주고 샀지만 스페인 순례길 가기 바로 전에 산 옷이라 환불, 교환 기간을 넘겨 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옷이었다. 등산 갈 때 딱 한 번 입었지만 그 이후로 입을 일이 없어 베를린 이사 올 때 버려야 하나 고민했다. 버리지 않길 잘했다. 조깅할 때 입어야지!








이렇게 좋은 공원을 집 앞에 두고 나는 그동안 뭘 한 거지! 









봄이 오면 잔디에 돗자리 깔고 친구랑 포도주스 한 잔 해야겠다! 








네 바퀴를 돌았다. 초반에는 뛰고 중후반에는 걸었다. 











아침 요가는 계속된다! 조깅을 한 덕분에 다리가 유연해져 한결 편했다. 땀도 흘렸고 5분 명상도 참 좋았다. 










침대를 가까이서 찍으니 작품 사진 같다


한숨 잤다. 며칠 전부터 새벽 요가를 하고 한숨 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가 수업에 가보니 마지막에 자는 시간이 있더라. 오늘은 조깅을 다녀와 몸이 으슬으슬해서 30분 정도 자면 좋겠다 싶었다. 쿨쿨 잘 잤다. 











룸메이트의 선물


샤워를 하려는데 또 몸이 으슬으슬하다. 내가 원래 뭔가를 하나 시작하면 초반에 무리해서 감기에 걸린다. 작년에 들었던 요가 수업에서는 무리해서 요가 동작을 따라 하다가 며칠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다. 오랜만에 한 등산이 즐겁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감기에 걸린 적도 있었다. 오늘은 새벽 추운 날씨에 조깅을 했고 요가까지 했으니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다. 생일 선물로 받은 거품입욕제도 있고! 









룸메이트가 선물해준 것은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험'이었다. 한 번도 거품입욕제를 사용해본 적 없는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준 것이다. 물은 초록색으로 변했고 좋은 향이 났다. 물에 들어가서 눈을 잠시 감으려는 순간


똑똑!


나: 어! 저 지금 여기 있어요.


룸메이트: 아! 네, 알겠어요.


나: 혹시 화장실 가야해요? 제가 잠깐 방으로 갔다가 와도 되니까 화장실 쓸래요?


룸메이트: 아니에요, 저는 한 20-30분 후에 필요해요. 씻고 나갈거라서요.


나: 그래요? 그럼 제가 20분 후에 나갈게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15분. 나머지 5분은 샤워해야 하니까. 15분을 알차게 보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얼굴을 물속으로 넣어도 보고 요가 동작도 해봤다. 물속에 흩날리는 머리카락도 보고 스트레칭도 하고. 몸을 뒤집기도 했다. 마치 처음 욕조에 들어가 본 아이처럼! 


짧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렸다. 시계를 보니 아직도 아침이다. 조깅을 하고 요가를 한 후 한숨 자고 욕조에 있다 나왔는데도 아직 아침이다. 새벽에 일어나니까 하루가 길다.







오늘 아침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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