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손편지

2019. 3. 22. 03:01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9년 3월 21일 목요일 베를린

태어나서 처음 아빠께 받은 편지

역시 아빠다! 

모든 가족이 나의 손편지 소원을 상큼하게 무시(우리 가족이 좀 쿨하다 ㅋㅋ)했어도 아빠만큼은 정성스러운 손편지를 써주셨다. 

아빠에게는 1. 편지를 써서 2. 편지 봉투에 넣고 3. 독일 주소를 적어 4. 우체국 가서 5. 국제 우편을 부치는 것이 아마도 아주 큰 일이었을 것이다. 아빠는 손편지를 쓴 다음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 사진뿐 아니라 스캔을 떠서 이메일로도 보냈다고 하셨다. 컴퓨터를 못하시는 아빠가 스캔에 이메일까지?! 전화로 여쭈어보니 회사에 가서 부탁하셨다고 ^^ 3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메일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스캔 보낼 생각을 하신 아빠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 







저녁 노을 - 오후 6시 30분

아빠는 내가 어릴 적 TV를 보고 있으면 꼭 베란다로 데려가 앞산을 보여주셨다. 눈이 쉬어야 한다고. 앞산에는 작은 팔각정이 있었다. 

도서관 창가에 앉으니 아빠 생각이 난다. 노트북 화면을 오래 봐서 눈이 피로해졌으니 자연을 봐야지. 앞산은 아니지만 나무가 몇 그루 있고 노을 지는 하늘이 보인다. 독일에서 아빠 생각을 한다. 





덧붙이는 글:

생일 일주일 후 아빠 편지가 스캔 파일로 첨부된 이메일이 도착했다!!! :-D

한국에서 국제우편으로 보내는 시간과 맞먹을 정도로 느린 이메일이다. 아빠 편지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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