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0일 수요일 베를린
눈을 떴다. 어둡다. 핸드폰을 보니 새벽 5시 22분. 생일 축하 메시지가 여러 개 와있다. 루시아가 어젯밤 생일 축하 전화를 해도 되겠냐며 보낸 문자도 있었다. 어제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와 바로 곯아떨어졌다. 그때가 밤 10시. 잠잘 준비도 못하고 곯아떨어져서 이도 못 닦고 화장도 안 지우고 잤다 -_- (으악 내 피부...)
밤 10시에 곯아떨어진 건 어제 새벽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루를 일찍 시작했으니 일찍 마감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터. 나는 반대로 생각했었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겠지? 새벽 요가를 위해서 일찍 자야겠군! 하지만 일찍 일어나면 일찍 잠들게 된다. 큰 깨달음이다. (뭐가?)
새벽 5시 22분에 눈을 뜬 후 침대에서 꾸물대다 소변이 마려워 참을 수 없어 일어났다. 요즘 나는 방광에게 참 고맙다. 덕분에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까. 어제 못 지운 화장을 지우고 이를 닦았다. 바닥을 정리하고 요가 매트를 까니 새벽 6시 40분. 요가를 시작했다.
오늘은 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요가였다. '장과 함께 하는 요가'랄까?
어제저녁 룸메이트와 맛있게 생일 저녁 식사를 했다. 사람이 먹을 때 배출할 것을 생각해서 적당량만 먹어야 하는데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사실 배가 부를 때까지 먹는 것은 본능이 아닌가 한다. 아주 먼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먹기 위해 사냥을 했다. 일단 사냥감을 잡으면 배가 부를 때까지 먹었을 것이다.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뭐 농경사회가 되면서 음식물을 저장해 두고 매끼 먹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어제저녁 나에게는 '먹기 위해 사냥하던 그들'의 피가 흘렀던 것이 아닐까?
이 모든 것이 합리화다 ㅋㅋㅋ 어제 생일이라 즐거웠고 룸메이트와 이야기하며 신나 있었고 음식은 매우 맛있었다. 많이 먹었으니 아침에도 장이 신나서 일한다. 그래도 장이 즐겁게 일을 해주니 얼머나 고마운가?
장이 활발하게 일을 하니 요가 동작을 하는데 자꾸 방귀가 나왔다. 꼬리뼈 보호 방석에 앉아 5분 명상을 할 때는 (방석 가운데가 비어있어) 뱃속의 기체가 더욱 편하게 나왔다.
요가 끝내고 국화차를 만들러 부엌에 갔다. 다시 방에 들어오는데 향기가...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온 방에 방귀 냄새가 ㅋㅋㅋㅋㅋㅋㅋ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켰다.
방귀 이야기로 끝나버렸네. 오늘 요가 끝나고 '나이 들었을 때 드리는 기도'를 드렸다. 한 살 더 먹었으니까. 이 기도문은 원래 나이가 많이 든 사람이 하는 기도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생각이 들 때 해도 좋은 기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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