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1일 목요일 베를린
아침 9시 18분, 요가를 막 시작하려는데 띵동! 벨이 울린다. 요가 매트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고 후드티를 입고 나가니 우체부 아주머니가 계신다. 아침 인사를 하며
안녕하세요, 물어볼 것이 있어요. 지난주 토요일에 친구가 저한테 생일 카드를 보냈거든요. 그런데 이름 뒤에 c/o Park이라 쓰지 않고 주소 뒤에 c/o Park을 써서 편지가 도착하지 않았어요. 우체국 웹사이트에 사라진 편지를 신청하는 곳이 있던데 거기에 신청하면 다시 편지를 받을 수 있나요?
사라진 편지를 신청하는 곳은 처음 들어본단다. 보통 편지 받는 사람 주소가 잘못되었거나 그 이름이 우편함에 없을 때, 또 보내는 사람 주소가 없을 때는 우체국에서 (마지막 단계로) 편지를 열어보고 주소가 있는지 살펴본단다.
앗! 제 생일 카드는 한국어로 쓰여있는데...
그렇다면 편지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 (Der Brief wird vernichtet). 꼭 초인종 버튼과 우편함에 이름을 써놓으라 당부한다.
아쉽다. 친구가 정성 들여 써준 편지인데. 다행히 친구가 편지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두어 읽을 수는 있었다. 다음번에 주소를 알려줄 때는 c/o 위치를 잘 써야겠다.
Mary Morrison - Yoga & Meditation Morgenroutine _ Selbstbewusst, Positiv & Dankbar in deinen Tag starten!
요가 잘했다. 그동안 벅차서 못했던 자세를 처음으로 했다. 명상을 끝내고 처음으로 하루를 계획했다. 이렇게 아침마다 하루를 계획하고 싶다.
어제 글쓰기 센터 면담 내용을 떠올리며
힘 빼지 말자. 학사 논문은 석사 공부를 하기 위한 자격증과 같은 거야. 앞으로 석사과정에서 쓸 수많은 소논문과 석사 논문이 있다. 힘써야 할 곳이 많으니 지금 너무 힘 빼지 말자. 어제 Valerie(글쓰기 센터 선생님)가 말씀하신 대로 "Vor allem bist du gut!" 지금까지 잘 해왔어. 논문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게 2년도 채 안 되었는데 어떻게 완벽한 글을 쓰니? 오늘은 다람쥐(Eichhörnchen)처럼 쓸 수 있는 부분은 일단 그냥 다 쓰는 거야.
* 다람쥐(Eichhörnchen)는 글쓰기 센터에서 배운 논문 글쓰기 유형 중 하나이다.
요가가 끝난 후 녹차를 끓였다.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고 세안을 한 다음 방에 들어오니 배가 고프다. 다시 배가 고프네! 배고픔이 반가운 아침이다. (어제 아침엔 야식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았음)
어제 괴팅엔 블로그 도리 언니 선물이 도착했다. 깜짝 놀랐다. 방문을 열었는데 커다란 상자가 있어서.
요즘 언니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고 있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언니에게 일부러 생일 이야기를 안 했다. 언니는 내 생일이라는 것을 람이에게 듣고 부랴부랴 손편지를 써서 생일 선물과 함께 베를린으로 보냈다. 짐 싸느라 정신없을 텐데 손편지까지 써서 선물을 보냈다니! 언니는 정말로 따뜻한 사람이다.
4년 넘게 써서 조금 낡은 열쇠 주머니 | 언니가 선물해준 핫핑크 열쇠 지갑 |
덕분에 열쇠 주머니도 바꾸었다. 언니 집에 놀러 가서 예쁘다고 생각했던 레트로 스타일 스탠드도 받았다. 그동안 언니에게 빌려 쓰던 전동 드라이버도 받았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선물을 받았다. 편지가 정말 감동적이었다. 수요일(어제)에 기숙사 짐을 뺀다던 언니는 시간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편지를 쓰고 선물을 보냈을까?
2019년에도 나의 사랑스러움을 잘 간직하겠다!
괴팅엔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했다. 언니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나는 독일에서 더 공부하기로 마음먹어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우리에겐 괴팅엔 블로그가 있다. 또 무엇보다 언니가 박사를 끝내고 기쁜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좋다. 어느 나라에서든 박사 과정은 학생으로 있는 마지막 과정이니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1인 연구기관)이라는 자격증을 받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끝낸 언니가 자랑스럽다. 언니의 손길이 남아있는 물건들이 언제나 언니를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다. 즐거웠던 추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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