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36 이별 매뉴얼 - 이별한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 2021년 4월 5일 부활절 휴일 월요일 오늘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근력 운동을 하고 함께 음악을 들었다. 친구 B가 선곡한 성시경의 는 정말로 아름다운 곡이었다. 느린 왈츠를 추는 느낌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부엌 정리를 하며 를 반복하여 들었다. 가사에서 나의 지난 사랑이 떠올랐다. 이별 후 나의 모습이. 어쩔 줄 몰라하던 내가. 나는 매뉴얼 작성하기를 좋아한다. 공부가 안 되는 날, 잠을 못 잔 날, 교수님 면담이 있는 날, 면담 후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데 지친 날, 시험 전 날, 참고문헌이 너무 어려워 머리가 지끈거리는 날, 소논문을 쓰는 내 글쓰기 실력이 너무 부족해 보일 때 등. 공부를 위해 작성한 매뉴얼이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넘어왔다. 첫 연애를 끝냈을 때 나는 처음 가져보는 감정에 당.. 2021. 4. 5. 사랑하는 엄마 2021년 3월 14일 일요일 아침 베를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2년 전 이맘때 버스에서 사고가 났다. 당시 내 삶은 바쁘게 흘러가야 했다. 기한 내에 학사 논문을 제출해야 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꼬리뼈와 허리를 다쳤지만 큰 사고는 아니었다. 꼬리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타박상일 뿐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괜찮아졌다. 하지만 나는 학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책상에 10분만 앉아있어도 꼬리뼈와 허리가 아팠다.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인 나는 앉아있을 수 없자 실망했다. 앉아서 30분, 서서 30분 자세를 바꿔가며 공부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몸이 빨리 피곤해졌다. 시간이 생겼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음은 해야할 일로 바빴지만 몸이.. 2021. 3. 14. 아빠, 오늘 아빠랑 통화해서 정말 좋았어 2021년 2월 22일 화요일 밤 아빠는 내가 어떤 사람 만나면 좋겠어? 나: 아빠는 내가 어떤 사람 만나면 좋겠어?" 아빠:.... 나는 아버지가 이런 대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아버지에게는 예시가 필요했다. 나: 그러니까 지난번에 OOO 선생님이 나에게 말씀하시더라고. 일상을 함께 할 때 편한 사람을 만나면 좋다고. 같이 장을 보고, 거실에 앉아 책을 볼 때 편안한 사람. 아빠: 가치관도 비슷하면 좋겠지? 서로에게 솔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만나도 함께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 아버지는 인생을 함께하면 좋은 사람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해주셨다. 내가 어릴 적 들어 본 이야기였다. 아빠와 통화를 끝내고 든 생각. 아! 아빠는 연애를 한 번만 했지. 그것도 소개팅을 통해 .. 2021. 2. 23. 2021년 5월 8일 제출하는 어버이날 기념 문집 2021년 1월 28일 목요일 점심 베를린 어버이날 기념 문집 2021년 5월 8일에 제출할 글이 생겼다. 어버이날 기념 문집이다. 엄마 아빠께 카톡으로 종종 내가 쓴 글을 보내드린다. 부모님은 내 글을 읽을 때마다 기뻐하신다. 책을 만들 계획은 작년 이맘때 세웠다. 가족 여행을 준비하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여행 중 웃을 일도 많았다. 그 이야기를 모아 부모님께 선물 드리기로 했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어 3년 후 아빠 생신 때 선물 드리기로 하고 에버노트에 부모님 이야기를 모았다. 부모님과 통화를 끝내고 그 내용을 기록하기도 했고 문득문득 부모님과의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글을 썼다. 굳이 3년을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 후 독립출판으로 완성된 책을 만드는 대신 매년 어.. 2021. 1. 28. 사랑하며 배운 것들 2020년 12월 27일 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하기 인간관계에서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것은 단연 사랑이다. 사랑은 나의 부족함, 비겁함, 이기적임 등 밑바닥을 마주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사랑하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를 사랑하며 그를 이해했고 그의 어린 시절과 그의 가족, 그의 세계를 이해했다. 상대에게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도 놀라웠다. 내가 나일 수 있었다. 나조차 사랑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그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사랑의 온도 활활 타오르는 사랑도 해보았고 따뜻한 사랑도 해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할 때는 사랑만 보였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도 나를 사랑해주길 바랐다. 나는 자주 설레었고 이유 없이 .. 2020. 12. 28. 나의 엄마 2020년 11월 28일 토요일 저녁 엄마는 새벽마다 사진기를 들고 출사를 나가신다. 아빠는 어두운 새벽 혼자 나가는 엄마가 걱정되어 매니저 역할(기사+짐꾼)을 하기로 하셨다. 엄마가 사진 찍는 동안 조금 심심하다는 아빠께 나는 부탁을 드렸다. 엄마가 사진 찍는 모습이 궁금하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이다. 아빠가 보내주신 사진을 올려본다. 엄마는 참으로 열정적이다.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본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했던 엄마는 우리를 키우면서 전업 주부가 되셨다. 엄마로서의 역할도 열정적으로 하셨다. 청소년기 때 나는 엄마의 열정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 모습이 엄마였다. 엄마는 우리를 다 키우고 난 지금도 열정적으로 사신다. 뒤늦게 시작한 사진을 취미로 하는가 싶었더니 이제는 학교도 다니신다. 뉴스에서.. 2020. 11. 29.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