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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가족 Familie

사랑하는 엄마

by 통로- 2021. 3. 14.

2021년 3월 14일 일요일 아침 베를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2년 전 이맘때 버스에서 사고가 났다. 당시 내 삶은 바쁘게 흘러가야 했다. 기한 내에 학사 논문을 제출해야 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꼬리뼈와 허리를 다쳤지만 큰 사고는 아니었다. 꼬리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타박상일 뿐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괜찮아졌다. 하지만 나는 학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책상에 10분만 앉아있어도 꼬리뼈와 허리가 아팠다.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인 나는 앉아있을 수 없자 실망했다. 앉아서 30분, 서서 30분 자세를 바꿔가며 공부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몸이 빨리 피곤해졌다. 

 

시간이 생겼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음은 해야할 일로 바빴지만 몸이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천천히 하루를 보냈다. 느림 안에서 내 안의 많은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로 몸에게 고마웠다. 과거에는 예뻐지는데만 집중했다. 다리가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고 팔이 더 가늘었으면 했다. 어떻게 옷을 입어야 예뻐 보이고 어디 살을 더 빼야 할까 생각했다. 버스 사고 후에는 소화, 수면, 걷기, 보기, 듣기 등 몸 본연의 기능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동안 건강한 몸 덕분에 많은 경험을 하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고 어디든 떠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마음을 돌보게 되었다. 시간이 많아져서 마음을 자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음과 몸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동안 부족하고 못났다고 생각했던 나의 여러 부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 번째로 내 안에서 부모님을 발견했다. 나를 깊이 들여다보니 부모님께 받은 게 많더라. 엄마에게 선물 받은 건강한 몸,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긍정적인 마음, 해맑은 성격. 아버지께 받은 삶의 태도,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 단순하고 소박한 삶.

 

 

 

 

 

 

 

사랑하는 엄마

 

엄마는 교육자였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엄마는 우리 가족에서도 교육자 역할을 맡았다. 나는 어린 시절 나를 혼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의견을 조리있게 말했다. 내 말대답에 엄마는 화가 났다. 

 

하지만 나에게 많은 교육 기회를 선물한 것도 엄마였다. 엄마는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때로 마음이 급했다. 내가 조금 더 연습하면 예술고등학교에 갈 수 있고, 내가 조금 더 연습하면 목표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걸 엄마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가끔 나를 다그쳤다. 나는 그때마다 내 의견을 전했다. 엄마의 방법이 옳지 않다고. 엄마는 내 말대답에 화가 났다.

 

하지만 내가 내 생각과 의견을 거리낌 없이 전할 수 있던 것은 부모님 덕분이었다. 부모님은 내 의견에 귀 기울여주었다. 부모에게 말대답하는 버릇 없는 딸로 보였을지라도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인생을 오래 산 부모님이 보시기엔 나의 행동과 말에 허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의견을 전할 틈을 마련해주셨다.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우리에게 힘든 시간이 있었을지라도 나는 엄마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도 사람이라서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 엄마가 보고 자란 세상에서 엄마는 나에게 최고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셨다. 엄마는 인내심을 가지고 나를 기다려주셨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의 사진 - 엄마는 내가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