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3일 저녁 우리집
우리집에는 사진작가가 사신다. 몇 년 전부터 사진 공부를 시작한 우리 엄마다.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 엄마는 우리집에서 '이 사진작가님'으로 불린다.
사진작가 딸로 사는 삶은 그리 고단하지 않다. 매우 웃기다. 어제 견진성사 받을 때 나는 성당에 내 개인 사진작가를 대동했다. 내가 대동한 것은 아니고 엄마가 큰 사진기를 가져와 마치 성당에서 고용된 사진작가처럼 사진을 찍으셨다. 단체사진 찍을 때도 엄마는 진짜 성당 사진작가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나와주세요!'라는 말을 들으셨다.
사진작가의 능력은 사진 편집에서 알 수 있다고 한다. 엄마가 보정한 내 얼굴을 보면 의문이 든다.
'우리 엄마는 내 얼굴이 맘에 안 드시나?'
사진 속 나는 내가 아니다. (여기서 웃음이 터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어떻게 눈이 이렇게 클 수 있지? 난 한국 사람인데 눈은 서양인 같네.
아니, 내 턱과 볼살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어젯밤 엄마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사진 편집을 하셨다. 오늘 나는 점심을 먹고 엄마 컴퓨터를 켜서 사진을 확인했다. 크게 웃었다. 엄마가 정성을 들여 보정한 내 얼굴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비율이 안 맞았다. 눈은 너무 크게, 턱은 너무 깍아버렸기 때문이다. 아빠, 나, 엄마가 나온 사진을 보고 나는 더 크게 웃었다. 엄마는 내 얼굴에 욕심을 부린 것도 모자라 엄마 얼굴에도 많은 보정을 했다. 엄마 얼굴은 반쪽이 되어있었다.
'이 사람 누구지? 우리 엄마가 아닌데?'
엄마께 전화해서 수정본이 너무 웃기다고 말했다.
'엄마, 이건 내가 아니야! 엄마도 엄마가 아니야!'
엄마가 웃으셨다. 엄마 웃음 소리에 나도 웃었다. 엄마 옆에서 운전하시던 아빠도 웃으셨다.
집에 돌아오신 부모님과 사진을 보았다. 내가 웃었고 엄마도 웃으셨다. 두 모녀의 웃음소리에 방으로 오신 아빠는 '또 엄마가 사진 보정을 많이 했니?'하며 웃으셨다.
웃음폭탄 이 작가님과 함께하는 일상이 즐겁다.
덧붙이는 이야기:
엄마랑 대화해보니 엄마는 내 얼굴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엄마가 보기엔 내 얼굴이 당신이 보정한 것처럼 생겼단다. 그러니까 눈은 크고 얼굴은 계란형이란다. 우리 엄마는 고슴도치 엄마였다. 사실 엄마는 매우 냉철하고 현실적인 분이다. 하지만 딸을 보는 눈은 다른가보다.
나는 참 행복한 딸이다. 딸을 이렇게 예쁘게 봐주는 엄마와 살고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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