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1일 토요일 베를린
아침에 눈을 떴다. 창문을 활짝 열고 부엌 창문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물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생강 레몬차를 만들어 방으로 왔다. 침대에서 5분 요가와 15분 명상을 했다.
어제 블로그에 작은 행복을 기록하고 잠들었다. 블로그에는 '바닐라향 초 켜기' 글 하나만 올렸지만 어젯밤 노트북 사진첩에서 작은 행복 사진을 30개나 모았다. 30개까지 모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추억이 깃든 가방 사진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못 찾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작은 행복 사진을 여러 장 찾았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사진들을 왜 모았는지 잊어버릴까 봐 수첩에 사진 제목을 써 내려갔다. 작은 행복을 생각하며 잠에 든 덕분에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것에 '고맙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일상이 풍요로워진다.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 Motivation도 생긴다.
공부하기 싫은 마음이 생길 때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본분은 학생이니,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이 돈을 버는 일이라고. 요즘 돈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한다. 지난 3년 간 조교로 일하며 월급을 받았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이었기에 내심 든든했다. 베를린으로 오면서 조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월급도 없어졌다. 그래서 요즘 돈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주 났나 보다. 물론 돈은 다시 벌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이다. 악기 박물관에서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했던 것처럼 정해진 시간에 성실하게 공부하기로 했다.
요가 후기: 오늘은 특별히 이 동작을 하며 시원함을 느꼈다.
명상을 끝내고 눈을 떴을 때 창 밖 노란 나뭇잎이 보였다. 어제 코끼리 앱 매일 명상 중 색깔 명상을 했던 차였다. 색깔 명상은, 눈을 감고 명상을 하다가 눈을 떠서 주변의 색을 찾아보는 것이다. 지난번에는 초록색이었고 어제는 노란색이었다. 어제 찾았던 노란색 중 하나가 창문 밖 나뭇잎이었다. 사람의 뇌란 참으로 신기하다. 어제 그 노란 잎을 오늘 아침에도 기억하고, 눈이 뜨이자마자 바로 노란 잎으로 눈길이 갔으니 말이다. 어제의 발견이 오늘의 나를 풍요롭게 한다. 내일의 나를 위해 좋은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노란 나뭇잎은 이번해에 보는 마지막 나뭇잎이다. 4월 중반에 이사 와서 창 밖 나무와 벌써 세 번째 계절을 보내고 있다. 새순이 피어나던 시기엔 사랑니 빼고 휴식을 취하며 나무를 자주 보았다. 연둣빛 새순은 시간이 지나 진한 녹색과 노란색 나뭇잎이 되었다. 날씨가 추운데도 아직까지 푸르고 노란 잎으로 남아 주어 고맙다.
명상을 하다 문득 레오니가 떠올랐다. 아침마다 차를 마시는 건 레오니 덕분이다. 나는 원래 생수를 즐겨 마시고 차를 마시지 않았다. 함께 음악학을 공부하는 레오니는 차를 좋아한다. 레오니 집에 갈 때마다 새로운 차를 마셔보았다. 나의 첫 번째 '즐겨 마시는 차 Lieblingstee'도 레오니 집에서 마셔본 레몬 홍차였다. 레몬 홍차를 시작으로 몇 종류의 즐겨마시는 차가 생겼다. 레오니 생각이 난 건 어제 작은 행복에 레오니가 알려준 섬유 유연제에 대해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명상을 하는 동안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평소라면 메모지나 핸드폰에 기록했을 테지만 구름이 지나가듯 보내주기로 했다. 일상의 고민도 그렇게 흘려보냈다.
요가와 명상을 시작하고, 작은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기로 한 것은 내 나이에 꼭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유학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 왔기에, 요가와 명상을 하며 지혜롭고 알차게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
15분 명상을 끝내고 눈을 뜨니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했다.
5분 요가 https://youtu.be/fWRa-6T0bv0
15분 명상 https://youtu.be/4Z1RPavOX3s
이어지는 글
추가 글:
첫 번째 Sitzung 때는 앉아서 했고 두 번째는 서서 공부했다. 아직 꼬리뼈가 아파서 오랫동안 앉아있지 못한다. 그래도 스님 책상 덕분에 서서 공부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어제 이해하지 못했던 표를 이해했다. 통계표를 분석하며 재미를 느꼈다.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순간! 자주 이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지만, 견뎌내야하는 시간이 더 많다.) 통계값을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지만 어제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오늘의 깨달음: 어제 이해 안 되던 것이 오늘은 된다. 오늘 이해가 안 되어도 내일은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냈다면 발 뻗고 편히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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