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2시 미사 - 살아있다는 것

2019. 10. 28. 02:5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오후 베를린

 

 

부활절 이후로 일요일 12시 미사는 처음이다. 보통 저녁 미사에 간다. 성당 모임에서 만났던 안네가, 요셉 신부님은 12시 미사를 하신다고 알려주었다. 요셉 신부님은 이번 주 성당 모임을 담당하셨던 할아버지 신부님이시다.

 

12시 2분에 도착했다.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기둥 뒤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제대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자리가 있어 다행이었다. 신부님의 강론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난 9일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일이죠. 지난주 금요일 뮌헨에 다녀왔어요. 대학 동기이자 50년 지기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죠. 저와 함께 신학을 공부했던 친구는 사제의 길을 접고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은 꾸준히 했죠. 작년 크리스마스에 이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던 친구는 이번해 1월에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몸은 급속도로 나빠졌죠. 친구는 친한 친구 9명에게 연락해 자신이 죽기 전 작별 미사 Abschiedfeier/Abschiedfest/ Abschied-Gottesdienst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사는 지난주 금요일에 드릴 예정이었죠.

 

금요일 아침 친구 부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날 밤 친구가 숨을 거두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뮌헨으로 와달라고 말했습니다. 친구를 위해서도, 그녀와 가족을 위해서도(für ihn und auch für uns).

 

뮌헨에 도착했어요. 세상을 떠난 친구와 작별 미사를 했습니다. 책상을 제대 삼아 아주 소박한 미사를 드렸죠. 저는 많은 임종 미사를 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어요.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다니 깊은 슬픔이 느껴졌어요. [중략]

 

지금 여기서 미사를 드릴  있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미사가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강론 중간중간마다 신부님의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은 눈물을 훔쳤고 뒤에 앉은 여성은 흐느껴 울었다. 나도 지난 6월에 돌아가신 이모할머니 생각이 나 눈물이 나왔다. 이모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저녁 성당에 와서 미사를 드렸다. 눈물이 많이 났다. 

 

지난주 금요일에 돌아가신 신부님 친구 이야기는 성당 모임에서도 들었다. 요셉 신부님에게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월요일 저녁, 모임이 끝나고도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가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다음날 아침 요가와 명상을 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논문을 쓰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있는 일이라고. 내가 논문을 쓰는 것은

 

1. 전공 수업 시험에 통과했기 때문이다. 통계학, 사회과학 방법론, 사회학 개론, 현대 사회구조 분석, 현대사회학 이론 등 여러 시험과 소논문을 통과했기 때문에 논문을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2.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었던 2학년 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었다. 가까이서 고민을 들어주었던 괴팅엔 부모님, 파테메 언니, 안나 외에도 함께 살았던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레나, 그해 여름 유치원에서 만난 아이들 등. 여름 방학 동안 오전에는 유치원에서 일하고 오후, 저녁에는 소논문을 썼다. 바쁘게 지내며  시간을 버틸  있었다.

 

3. 대학을 다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통계학 라이볼트 교수님, 

통계학 연습 문제 푸는 수업을 담당했던 조교 스테판, 플로리안, 안탸,

사회구조 분석 쿠어츠 교수님,

사회학 개론 바이스하웁트 교수님, 

음악학 선배이자 함께 악기 박물관에서 일했던 엘리자베스, 펠릭스, 레오니, 리자,

사회과학 글쓰기 센터 발레리, 괴팅엔 대학 글쓰기 센터 아넷,

소논문 독일어 교정을 해주었던 코니,

통계학을 함께 공부하고 소논문도 봐주었던 미리암,

음악학 수업 발표  나를 많이 배려해준 나딘,

지원 동기서 교정을 봐준 룸메이트 르네 등.

정말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 논문을  수 있다.

 

4.  집을 찾았기 때문이다. 

5. 대학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6. 어학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7. 어학원 수업이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8. 용기있게 독일에 왔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논문을 쓰고 있는 것은, 논문을 쓰며 어려움을 겪을 기회가 주어진  8가지 (혹은  많은) 과정을 잘 지나왔기 때문이다. 결코 쉽지 않았던 과정을 잘 지나온 내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내가 살아있어 가능했다.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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