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센터 방문기 - 아침 요가와 명상은 계속된다

2019. 10. 21. 06:36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9년 10월 20일 일요일 밤 베를린

 

 

블로그에 후기를 올리지 않았지만 아침 요가와 명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아침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요가 95%에 명상 5%였다. 지금은 요가 10%에 명상 90%가 되었을 정도로 즐겁게 명상을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15분 명상을 한 다음 작은 노트에 아침 일기를 쓴다. 명상을 하며 떠올랐던 좋은 생각이나 가장 오랫동안 남았던 생각을 쓴다. 그저께와 그끄저께는 새벽 명상이 끝나고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 명상 처음에 떠올랐던 생각이 왜 맴돌았을까 기도하다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눈물이 왈칵 나왔다. 

 

오늘은 명상 센터에 방문해서 명상을 했는데 또 눈물이 나올 뻔했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그 생각에 이름을 붙이고 구름으로 잘 만들어 떠나보냈다.

 

생각에 이름을 붙이고 구름처럼 떠나보내기: 코끼리 앱 혜민스님의 매일 명상(16, 17일 차)에서 배웠다. 생각에 이름을 붙이면 더 이상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또 생각은 구름 같아서 왔다가 간다고. 그래서 명상을 하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생각에 이름을 붙여준다. 영화 트레일러에서 나오는 영화 제목처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명조체 글씨가 한 글자 씩 앞으로 나온다. 텍스트가 완성되면 솜사탕 붙이듯 글씨 주변에 작은 구름을 붙여 큰 구름을 만든다. 큰 구름을 머리 위로 올려 떠내 보낸다. 구름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른다. 

 

세 달 전 동네를 걷다 라자 명상 센터를 발견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괜찮은 곳 같았다. 다음날 열리는 명상 수업에 가보려다가 못 갔고 명상 센터 존재는 내 머리에서 잊혔다. 이틀 전 동네 산책을 하다가 또 다시 우연히  명상 센터를 지나게 되었다. 일요일 저녁에 명상 수업이 있었다. 

 

오늘 오후 급 눈이 피로하여 낮잠을 잤다. 명상 센터에 가려면 20분밖에 잘 수 없었다. 20분 후 알람이 울렸지만 너무 피곤하여 5분씩 연장했다. 피로한 몸과 명상 센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싸우다, 마음이 이겼다. 빛의 속도로 샤워하고 명상 센터로 향했다.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초인종도 눌러보고 전화도 해보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10분 일찍 왔으니 기다려 보자 하고 옆 가게를 둘러보았다. 화장품을 만드는 곳인 듯 보였다. 5분이 지나자 누군가 명상 센터 앞으로 왔다. 열쇠를 들고 문을 여는 걸 보니 명상 센터 사람인가 싶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명상을 이끄는 대학생 한 명, 라자 명상에 익숙해 보이는 여성 한 명, 명상 내내 졸았던 남자 한 명, 베를린 서쪽 끝 판카우 Pankow에서 1시간 걸려 온 라자 명상을 처음 하는 여성 한 명, 그리고 나까지 총 다섯 명이 함께 했다.

 

라자 명상은 눈을 뜨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며 미리 알았던 부분이다. 명상을 진행했던 대학생은 꼭 눈을 뜰 필요는 없고 편한 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처음엔 눈을 뜨고 명상을 해보려 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옆사람을 보니 눈을 감고 있더라. 그래서 나도 마음 편히 감았다. (옆사람이 명상 내내 졸 것이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눈을 감고 집중이 잘 되어 잠시 눈을 떴다. 앞의 그림을 보기도 했고 꽃과 초를 보기도 했다. 그림과 꽃을 보며 명상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초를 보며 명상을 하니 떼제 미사가 떠올랐다. 하지만 움직이는 촛불을 보며 명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옆사람까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졸고 있으니 웃겨서 명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눈을 감았다. 

 

슬슬 꼬리뼈가 당겼다. 꼬리뼈 방석을 가져왔어야 했다. 집에서는 푹신한 침대에 앉아 15분 명상을 한다. 명상 센터에서는 의자에 앉아 40분 명상을 한다. 허리를 살짝 앞으로 숙여보기도 하고 엉덩이를 슬며시 좌우로 움직이며 꼬리뼈가 편한 자세를 취했다.

 

명상을 하며 떠오르는 생각에 이름을 붙여 구름처럼 떠나보내던 중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기억에서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다. 그 기억을 한 번도 슬프거나 상처라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의 이별을 충분히 애도할 시간이 없어 상처로 남아있더라. 더 깊이 생각하면 그끄저께 아침처럼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기억에 이름을 붙여주고 구름으로 만들어 보냈다. 집에 가서 혼자 고요하게 명상할 때 다시 들여다 보기로.

 

명상을 하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상처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의외의 곳에 작은 상처가 있더라. 그 상처를 꺼내 마주한다. 성인 자아가 당시의 어린 자아에게 말을 건넨다. 어린 자아를 위해 지금의 나(성인 자아)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기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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