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밤 명상 -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했을 때(feat. 코끼리 명상 앱)

2019. 9. 28. 06:23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베를린

 

저녁 날씨가 선선해서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담배 냄새가 스멀스멀 방으로 들어온다. 옆 방 룸메이트가 피는 담배. 내방 창문 바로 옆이 룸메이트 방 발코니라 담배 냄새가 바로 들어온다. 마치 옆에서 피우는 것처럼.

 

몇 달 전 창밖에서 풍겨오는 담배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땐 짜증이 났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 환기를 하려 창문을 열어두었는데 담배 냄새라니. 창문을 닫아도 방에는 담배 냄새가 제법 오래 남아있었다.

 

지금은 여유롭게 받아들인다. 매뉴얼이 생겼다. 룸메가 담배를 피우면 나는

1) 방문을 열고

2) 화장실 창문을 연다. 내방 창문과 화장실 창문에서 맞바람이 분다.

3) 5분 동안 환기를 시킨다.

 

룸메가 담배 피우는 것을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처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화장실에서 큰일 본 후 창문을 열어두는 것처럼(변기 옆에 창문 있음), 룸메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면 방문을 열고 화장실 창문도 여는 것이다. 담배 냄새가 내 방에 머무는 것은 고작 몇 분이다. 다행히도 룸메이트는 골초가 아니다. 창문으로 담배 냄새가 들어오는 건 하루에 한 손에 꼽을 정도(5회 이내)다. 또한 '내 방에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라고 말한 뒤로 룸메이트는 신경 써서 내 창문 반대쪽으로 담배를 피운다. 그래도 냄새가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강도가 약해졌다. 룸메이트에 고맙다.

 

방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하는 동안 복도에서 방안이 보이지 않은 구석(옷장 앞) 앉아 코끼리 명상앱을 들었다. 한 번도 오랫동안 머물러 본 적 없는 옷장 앞에 앉아있으니 방이 새롭게 다가왔다. 침대 넘어 창 밖으로 깜깜한 밤 가로등에 비친 나뭇잎이 보였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 앱을 들었다.

 

 


 

 

요즘 명상에 빠져있다. 원래 무언가 시작하면 초반에 열정이 활활 탄다. 며칠 전부터 명상이 그렇다.

 

큰맘 먹고 코끼리 앱 구독을 결제했다. 그동안 맛보기로 들을 수 있는 몇 개의 명상을 해보다가 괜찮아서 1년 구독했다. 앱스토어에서 신용카드만 되는 줄 알았는데 페이팔도 되더라! (이걸 몰라서 코끼리 앱에 이메일로 문의했다. 매우 친절한 '페이팔로 결제됩니다' 답장을 받았다.)

 

 

명상 앱 코끼리

오늘 들었던 명상은 혜민스님의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할 때'였다. 이 명상 정말 좋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이 바로 코 앞에 다가왔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준비하며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그냥 다 접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올라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를 위해 마음의 안정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만트라 명상 문구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지극히 정상'임을 자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긴장과 걱정이 될 때 '아! 지금 긴장되는 건 지극히 정상이지! 오랫동안 준비한 중요한 일이니까.' 생각하면 마음이 놓인다.

 

지금 긴장하는 거 잘하고 싶기 때문에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야
누구라도 이런 일을 앞두고는 긴장하게 마련이야
잘 해내고 싶기 때문에 올라오는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야
까짓것 좀 긴장하면 어때
까짓것 심장이 좀 뛰면 어때
까짓것 땀이 좀 나면 어때
나는 잘할 수 있어
나는 두려움이 있어도 잘할 수 있어
나는 여기까지 도전한 내가 참 대견하다고 생각해
나는 여기까지 내가 참 대견하다고 생각해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도전한 내가 참 대견해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여기까지 도전한 내가 참 대견해
나는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성장을 위해서 도전하는 거야
나는 지금 나를 위해 도전하는 거야
내 성장을 위해 도전하는 거야
나는 이미 충분해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정말로 할 수 있어

 

[나는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성장을 위해서 도전하는 거야
나는 지금 나를 위해 도전하는 거야
내 성장을 위해 도전하는 거야]
이 문장이 큰 힘이 되더라. 그렇지. 나는 나를 위해 하고 도전하고 있지. 부모님께도 나의 결정을 통보했을 뿐이다.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주변 사람들을 신경 썼을까. xx는 어떻게 생각할까, yy는 어떻게 생각할까, zz는 이 과정을 쉽게 넘긴 것 같은데 나에겐 왜 어려울까, 나는 왜 이럴까?로 귀결된다. 애초부터 나 혼자 나를 위해 결정한 일인데 내 인생에 아무 지분도 없는 사람들 생각을 걱정하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나를 탓하고.

 

저는 여러분이 노력하는 지금의 이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파이팅!

파이팅! 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두 손을 꼭 쥐며 "파이팅!" 말하고 있었다.

파이팅!!!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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