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5일 베를린
혜민스님 '기다리면서 하는 명상'을 들었다. 기다리는 때만큼 명상하기 좋은 시간이 없단다. 나는 약속 시간에 일찍 나가서 기다릴 때 주로 책을 읽는다. 이제는 명상도 할 수 있겠다.
명상을 들으며 놀랐다. 오른쪽에 있는 (모르는) 사람에게 축복해주라는 거다. 그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길. 보호받기를. 왼쪽에 있는 있는 사람도 축복한다. 뒤에 있는 사람도. 전혀 모르는 사람을 축복한다니!
생각해보면 기도와 비슷하다. 미사에서도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 있는 사람, 시험이 앞둔 사람, 소외된 사람, 아픈 사람, 죽음을 앞둔 사람, 돌아가신 분 등 모르는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축복하고 그를 위해 하는 기도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지만 사실은 그를 향한 나의 마음이 바뀐다.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것으로.
비가 왔던 오늘, 스산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 산책을 다녀왔다.
실내에 불이 들어온 집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기에 사는 사람은 집이 있어서 좋겠다. 나는 언제 내 집을 마련하나?' (물론 많은 독일 사람들은 평생 월세를 내며 살기도 한다. 내가 본 집에 사는 사람이 집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
참 재미있다. 새로운 도시에서 살 곳이 없었을 때는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가 (월세 내며) 살 집은 없나?' 생각했다. 이젠 월세 내며 살 집이 있으니 '저 사람은 자기 집이 있어 좋겠다. 내 집(자가)은 언제 마련하나?'라고 한다.
아무튼 '저 사람은 자기 집이 있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저기 살고 있는 사람을 축복해주어야지.'가 떠올랐다. 한 집 한 집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길 축복했다. 그러니 집 없는 서글픔은 사라지고 누군가를 축복하는 마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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