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작아지는 날이 있다.
새로운 도시에서 집을 찾다 지쳐서,
시험에 떨어졌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교수님 면담을 끝내고,
병원에 갔을 때 등.
평소와 다르게 마음이 작아진다.
보통 이런 날에는 일기를 쓰거나 전에 썼던 일기를 찾아본다.
독서카드(책에서 감명 받은 구절을 쓴 것)를 꺼내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오늘도 마음이 작아지는 날이었다.
편한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혜민스님의 코끼리 명상 앱을 틀었다.
'감사하는 마음 일깨우기' 명상을 들었다.
스님의 말씀에 따라 명상을 시작했다.
숨을 편안하게 쉬며 손을 가슴에 얹고 감사한 사람을 떠올렸다.
아빠, 엄마, 이모할머니, 고모님, 괴팅엔 부모님 등 많은 얼굴이 스쳐갔다.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아빠였다.
나를 정말로 많이 사랑해주시는 우리 아빠.
(따옴표 안에는 명상을 진행하는 혜민스님의 말씀을 적었다.)
"얼마나 나를 사랑해주고 보호해주었는지 생각해보고 느껴봅니다.
그분이 지금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하시고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따라 해 주세요."
아빠를 뵌지 벌써 1년 10개월이 흘렀구나. 아빠가 내 앞에 계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요즘엔 연락도 뜸했다.
"제 인생에 당신에 계셔서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당신의 보호와 사랑 너무도 감사합니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어디에서나 보호받고 사랑받으시기를."
나는 아빠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자랐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혜민스님은 감사한 또 다른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보라고 했다.
이번에는 이모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3달 전에 돌아가신 이모할머니는 참으로 특별한 분이다.
일찍 돌아가신 친할머니, 멀리 시골에 사셨던 외할머니보다 가깝게 느꼈던 분이다.
사춘기 시절 이모할머니와 함께 지냈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방에 살고 있었던 나는 고등학교 입시를 한 달 앞두고 서울 이모할머니 댁에서 지냈다.
그때 할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고기를 드시지 않는 할머니는 나를 위해 고기 맛이 나는 버섯 요리를 해주셨다.
맛있는 김치도 만들어주셨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며 할머니를 찾아 뵈었을때도 매번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모할머니와 나에게는 끈끈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제 인생에 당신에 계셔서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할머니가 내 인생에 계셔서 참 감사했다.
"이번에는 내가 너무나도 당연시 여기던 것들 가운데
그것이 있어 내가 하루하루 잘 살아갈 수 있었던 장소를 떠올려봅니다."
내 방. 내가 지금 있는 방이 떠올랐다.
"얼마나 많은 노력 끝에 지금의 장소를 찾게 되었고
머물수 있게 되었는지 떠올려 보고 감사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내가 이 방을 찾기까지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
베를린 WG(셰어하우스)에 수많은 이메일을 보내고 찾아가고... 참 고생이 많았다.
이제는 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아늑한 곳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세요.
몸아 참 고맙다.
네가 있어서 나는 인간의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루 종일 나를 데리고 돌아다녀 준 몸아 참 고맙다."
'몸이 있어서 인간의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는 새로운 시각이었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갈 테니 말이다.
"독일의 중세 신학자 마이스트 헤카르트는 감사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만약 당신의 유일의 기도가 감사합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명상을 끝내고보니 나는 참 감사한 게 많았다.
마음이 작아졌을 때 명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구나.
명상 후기 끝!
명상 앱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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