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요가와 어제 일기 - 물리치료 · 문맹 책 · 절벽 폭포수 도서관 (영상)

2019. 3. 13. 22:41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9년 3월 13일 수요일 베를린

눈을 떴다. 아직 어둡네? 좀 더 누워있어야지. 


잠이 안 온다. 방광이 인사를 한다. "소변 마려워서 일어난 거 아니야? 화장실 가야지!"

그렇다. 요즘 매일 아침 화장실에 가려고 눈을 뜬다. 생체 리듬이 아침 소변 겸 기상으로 맞추어져 알람 없이도 상쾌하게 눈을 뜬다. 몸을 일으켜 화장실 가는 길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14분이다. 오늘 정말 일찍 일어났네! 


그래도 너무 일찍 일어났으니 침대에서 뒹굴거린다. 어제 긴 하루를 마치고 밤 12시에 잠이 들어 새벽 6시에 일어났으니 6시간밖에 못 잤다다. 생존 수면 시간은 채웠지만 어제 고단한 하루를 보냈고 오늘도 긴 하루를 보낼 거니까 좀 더 쉬어준다.






가족 카톡방에 부탁을 했다. 동생 독일 오는 길에 책 한 권 보내달라고. 독일 남부에서 공부하는 동생은 방학을 맞아 한 달간 한국에 갔다. 


'글쓰기 수업' 최옥정 작가의 책이다. 얼마 전부터 읽고 싶은 책으로 만든 서재에 꽂혀있던 책이다. 이 책도 김민식 PD 블로그에서 알게 되었다.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요즘,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궁금하다. 작은 제목까지 합하면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이다. 음대생에서 사회과학도로 2라운드 인생을 살고 있으니 더욱 읽고 싶은 책이다. 침대에서 뒹굴며 인터넷 서점 미리보기로 '글쓰기 수업'을 읽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30분이 훌쩍 갔다. 기지개를 켜고 아침 요가를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요즘 나의 아침 일과는 이렇다. 


1. 눈을 뜬다. 

2. 창문을 연다. 

3. 화장실에 간다. 

4. 침대 옆 바닥을 미니 청소기로 민다. 

5. 요가 매트를 깔고 요가를 시작한다.











침대 옆 바닥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떨어져 있다. 미니 청소기를 한 번 돌리고 요가 매트를 깔아준다. 














똑같아 보이지만 매일 다른 사진이다


요가할 때는 창문을 살짝 열어둔다. 동작을 하며 호흡할 때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이다. 아직 봄이 제대로 오지 않아 창문을 활짝 열면 춥다. 
















윙!!!!!!


밖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은 실내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독일어로는 Renovieren인데 한국어로 리모델링이 맞는지 모르겠다.) 화장실 변기부터 욕조, 창문, 복도 계단까지. 다행히 내가 이 집에 이사 왔을 땐 리모델링이 거의 끝났을 때였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어서 종종 밖에서 공사음 소리가 들린다. 고요한 아침 요가는 아니었지만 윙! 소리와 함께하는 경쾌한 아침 요가였다.













어제 물리치료 잘 다녀왔다. 내 증상을 설명하니 물리치료사가 내 꼬리뼈 부분을 꾹꾹 눌렀다. 골반을 틀어보기도 하고. 목요일 아침에도 간다. 일주일에 두 번씩 총 6번의 물리치료를 받는다.  


물리치료 받고 돌아오는 길 꽃을 샀다. 베를린으로 이사온 후 병원에 다녀오는 날이면 꽃을 사기 시작했다. 코감기 때문에 귀가 아파 이비인후과에 다녀오는 길 꽃을 샀고 사랑니를 빼고 돌아오는 길에도 꽃을 샀다. 어제 물리치료 받고 집에 오는 길에도. 몸이 아프니 나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 항상 꽃이 보였다. 














학교에 가는 길 문맹 Die Alphabetin 책을 받았다. 읽고 싶은 책으로 만든 서재에 꽃아 두었던 책이다. 독일어판이 있길래 주문했다. 얇은 책에 놀랐고 큰 글씨에 반가웠다. 줄 간격도 넓어서 술술 읽힌다. 무엇보다 글이 참 좋다.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그 시절을 떠올렸다. 목차를 살펴보니 작가가 되는 법도 나와있다.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책이다. 오아시스 책이란 

1. 꼭 필요했던 책 (주제)  

2. 읽는 순간 바로 이해되는 책: 독일어, 영어 논문을 읽을 때 바로바로 이해가 가지 않아 사막을 헤매는 기분이다. 이렇게 100% 이해가 가는 책은, 더군다나 글을 읽으며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책은 나의 목마름을 채워준다. 읽고 바로 이해하는 목마름을!


책을 가지고 룰루랄라 도서관으로 향했다. 마침 좋은 자리가 비어있어 앉았다. 가운데 공간이 뻥 뚫려있는 도서관을 바라볼 수 있는 곳. 마치 절벽 폭포수를 앞에 두고 공부하는 느낌이다. 






내가 앉았던 자리














공부하다 멍 때릴 때 보이는 장면











저녁에는 어학원에 다녀온 룸메이트와 학교 앞에서 밥을 먹고 함께 앉아 공부했다. 보통은 저녁을 먹으면 배가 부르고 몸이 나른해져 공부가 잘 안 되는데 옆에 누군가 있으니 집중이 잘 됐다. 룸메이트는 요즘 독일어 중급반을 듣고 있다.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룸메이트는 독일 생활이 잘 맞는지,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독일에 오고 싶단다. 집에 가는 길 문화예술정책, 문화예술교육에 관해 이야기했다. 둘 다 예술을 공부해서인지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 같이 밥 먹는 것 말고도 관심 주제를 가지고 대화할 수 있는 룸메이트를 만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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