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요가 대신 아침 물리치료

2019. 3. 15. 00:43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9년 3월 14일 목요일 베를린

물리치료실


제목에 물리치료라고 쓰니 굉장히 심각한 것 같지만 사실 괜찮다. 너-무 아파서 가는 게 아니라, 지금 안 가면 나중에 안 좋아질까 봐 부지런히 다니는 것이다.


3주 전 괴팅엔에서 파리로 가던 날 버스 안에서 꽈당 미끄러졌다. 1) 바닥에 물기가 있었고 2) 버스는 방금 출발한 데다 3) 배낭이 너무 무거웠다. 3박자가 잘 맞춰져 뒤로 꽈당 넘어졌다. 엉덩이가 너무 아프더라. 바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다행히 버스 안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 둘만 있어 덜 창피했다. 그래서 바로 일어나지 않고 조금 있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배낭 덕분에 척추는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등산 갈 때 등산 가방을 메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했다.)


다행히 그날 아침 도리 언니에게 받아 온 타이레놀 네 알이 있었다. 파리행 기차에서 타이레놀(독일 약국에서는 Paracetamol)을 먹었다. 파리에 도착해 근육통 연고도 사서 발라주었다. 1박 2일 동안 꼬리뼈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꼬리뼈가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숙소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변기에 앉을 때마다 통증을 통해 "안녕? 나는 꼬리뼈야. 나 여기 있는 거 잊지 않았지?" 꼬리뼈와 함께 한 파리 여행이었다. 그래, 너 거기 있었구나.

꼬리뼈 보호 방석

베를린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정형외과에 갔다. 꼬리뼈 보호 방석과 물리치료(주 2회 총 6번)를 처방받았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변기에 앉아 편하게 일을 보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아프지 않다. 오랫동안 앉았다 일어날 때 아픈 정도. 















이렇게 병원을 가고 부지런히 물리치료를 받는 것은 발목을 한 번 다쳐보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수업에서 넘어진 적이 있었다. 자전거가 발목 위로 쓰러져 고통이 어마어마했다. 걷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형외과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다행히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고 인대가 늘어났다고 했다. 2주 동안 목발을 짚고 학교에 갔다. 두 발로 자유롭게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다. 


나는 건강하다. 독일에서 발목 인대 늘어난 것 외에는 별다른 사고가 없었고 크게 아픈 적도 없다. 그래도 타지에 사니까 건강을 생각하게 되더라. 엄마 반찬 찬스가 없으니 영양분을 고루 챙겨 먹는지 살펴보게 된다. 매일 운동(최소한 걷기라도)을 했는지 확인하고.


마음 건강도 중요하다. 2-3년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독일 생활이 장기전이 되겠구나. 몸 건강뿐 아니라 마음 건강도 살펴야겠군.' 

나는 학사를 마치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석사도 하고 일도 하고 싶다. 그러려면 넘어질 일도 많다는 이야기다. 타지 생활은, 그것도 외국어로 생활할 때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 구할 때 독일 사람보다 쉽지 않고, 매번 비자 받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아무리 독일어가 늘었다해도 이 사회 시스템을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아니니 바보 된 듯한 느낌도 종종 받을 테고. 그래서 마음을 살피기 시작했다. 좋은 친구들과 독일에서 만난 가족(괴팅엔 가족, 고모님)과의 관계도 돈독하게 만들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 아무튼 오늘 아침에 물리치료 다녀오느라 아침 요가는 안 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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