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6일 토요일 오후 2시 베를린
해냈다! 싯다르타를 끝까지 읽었다!
이렇게 기뻐하는 이유는 내가 싯다르타 두 번이나 포기했기 때문이다. 싯다르타는 일 년 전 좋은 친구가 추천해준 책이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오스트리아 친구는 내게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추천하며,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좋은 책이라 말했다. 일 년 전 독일어 전자책으로 읽다가 처음 부분 ‘브라만의 아들 어쩌고 저쩌고...’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아 한국 책으로 읽었다. 한국어 전자책으로 읽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읽지 않았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2021년 1월 1일 독서모임에서 싯다르타를 읽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때가 왔구나'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한국어 전자책을 빌려 중간까지 읽었다. 글과 내용이 아름다워 원어로 어떻게 쓰였을지 궁금해졌다. 바로 서점에 가서 책을 샀다. 한국어로 읽고 나서 중반부터 독일어로 읽으니, 일 년 전 책을 처음부터 독일어로 읽었을 때보다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어로 읽으니 진도가 안 나가서(항상 이게 문제다...) 독일어 오디오북을 찾아 듣고, 막판에는 귀로는 오디오북을 듣고 눈으로는 책을 봤다. 오디오북 낭독자의 목소리가 좋고 그가 감정도 적절하게 넣어 읽어준 덕분에 나는 책을 물 흐르듯 이해할 수 있었다. 독일어 소설책을 (물론 반은 한국어로 읽었지만) 완독 했다니! 의미가 크다.
읽고 쓰다: 사랑
이번에 참가하는 독서모임에서는 책을 읽고 짧은 글을 쓴다. 내 글을 소개해본다.
말하고 듣다: 새벽 5시 30분
독서모임 채팅방에는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다. 책이 정해지면 각자 읽고 글을 써서 올린다. 그 후 줌에서 열리는 독서모임에서 자신이 쓴 글을 읽고 이야기할 패널 6명을 모집한다. 나는 패널 이야기를 듣기만 할 계획이었다. 독일 시간으로 새벽 6시에 열리는 모임이 너무 이르기도 했고 채팅방에는 60여명의 사람이 있으니 패널 신청이 빨리 마감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모임 하루 전까지도 패널 두 자리가 남아있었다. 호기롭게 내 이름을 적었다. 새벽 6시에 시작하는 모임에 참가하려면 적어도 5시 45분에는 일어나야 했다.
전날 저녁에 샤워를 하기로 했으나 피곤해서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샤워까지 해야 하니 알람을 5시 30분으로 맞추어두고 저녁 9시 즈음에 잠들었다. 푹 자고 일어났는데 밖이 조금 밝다. 벌써 새벽인 건가? 새벽 6시에 밖이 이렇게 밝을 리 없는데? 늦잠 잤나? 독서모임은 끝난 건나? 깜짝 놀라 핸드폰을 보니
아직 밤이었다. 가로등 때문에 창 밖이 밝아 보였던 것이다. 다시 잠을 청했다.
'내일 무슨 이야기를 하지? 10분 동안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느라 1시가 넘어 잠들었다.
나는 새벽 5시 30분에 잘 일어났고 샤워도 잘 했으며 6시 정각 노트북 앞에 앉았다. 60명이 올 줄 알았던 Zoom 미팅 방에는 11명이 있었다.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했다. 다른 다섯 명의 패널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었다. 토요일 새벽부터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해서 참 좋았다(문장에 '좋은'이 몇 번이나 들어간 거야? 뭐 좋았으니 좋았다고 쓰는 거지!).
독서모임이 끝나고 나는 숙면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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