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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오늘 하루 월요일 - 월요병 달래기, 눈보라,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 청소

by 통로- 2021. 2. 9.

2021년 2월 8일 월요일 저녁 베를린

 

 

월요병이 있는 아침이었다. 

 

평소처럼 5시 정도에 눈이 떠졌다. 잠을 잘 못 잤다. 화장실에 가려고 몇 번 깼기 때문이다. 어제 잠들기 전 화장실을 갔어야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잠들어버렸다.

 

6시에 라디에이터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눈을 붙였다. 7시에 일어나 요가를 했다. 스터디 그룹에서 누가 몇 시에 공부하는지 체크한 표를 보니 오늘 아침에는 8시 팀과 9시 반 팀이 있었다. 9시 반 스터디에 내 이름을 적어두었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다. 

 

 

 

9시에 일어났다. 창가에 책상을 올리고 노트북을 켰다. 줌(Zoom)에서 스터디 함께하는 친구들을 만나 인사하고 5분 동안 브레인 스토밍을 했다. 오늘 어떤 공부를 할 건지. 그다음 5분 동안 공부 계획을 세웠다.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스터디 전에 요가와 명상, 아침 기도, 일기일회 낭독을 끝낸다. 하지만 오늘은 월요병이 있는 날이라 요가만 했다. 첫 번째 뽀모도로(25분 공부) 때 명상을 했다. 5분 아침 명상이 끝나자 창가 책상으로 돌아와 왜 월요병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지난주에 많은 일을 했더라. 학교 공부, 수요일 발표, 경제 공부 모임 시작까지.

 

지난주 수요일 이번 학기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이번 학기는 학기 중에 과제가 많다. 2020년 11월 겨울학기가 시작한 후 12월 19일, 12월 31일, 1월 10일에 한 편의 독일어 소논문과 두 편의 영어 페이퍼를 제출했고, 1월 26일과 2월 3일에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페이퍼와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기말고사 볼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니까 페이퍼와 프레젠테이션은 중간고사와 성격이 비슷하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경제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 작년부터 6개월 간 해온 습관 모임이 경제 모임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학업이 우선순위인 나에게 경제 공부는 조금 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습관 모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계속 함께하고 싶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경제 용어를 한국어, 영어, 독일어로 공부하고 짐 로저스의 <돈의 미래> 책도 읽었다. 토요일 오후 한 주를 돌아보다가 경제 모임은 여기까지만 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나에게는 우선순위인 학업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경제적인 일이니까. 다행히 모임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나의 사정을 잘 이해해 주었다.

 

오늘 오전에는 공부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월요병이 온 이유를 알아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오전 공부 마지막에는 '교육과 AI' 글을 읽으며 영어 글쓰기 연습을 했다. 

 

 

 

 

 

 

 

점심은 감자와 완두콩, 애호박, Prinzess Bohnen을 삶아 먹었다. 내가 요리하는 동안 옆에서 하우스메이트 M이 파스타를 만들었다.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을 켜 둔 나에게 M은 자신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며 베를린 필하모닉 리허설, 사회주의를 배경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한 오페라 <투란도트>, 모차르트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을 직접 본 이야기를 해주었다.  

 

 

 

 

 

 

 

 

눈보라가 치는 창밖을 보며 점심을 먹었다. 

 

 

 

 

 

 

 

 

 

 

감자는 부드럽고 애호박은 촉촉했으며 완두콩은 고소했다. 가지는 별로 맛이 없어 남겼다. 

 

 

 

 

 

 

 

 

 

 

 

오후 3시에 스터디가 시작되었다. 오전에 공부했던 한나와 막시, 사라가 함께 했다. 첫 번째 25분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두 번째 25분에는 미리 계획한 낮잠을 잤다. 세 번째 25분부터 공부가 잘 되더라. 15분 쉬는 시간엔 밖에 다녀왔다. 오늘은 눈이 아주 많이 오는 날이라 쌓인 눈을 밟으며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복하게 쌓인 눈을 꾹 밟았다.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이웃집 아이가 '나는 겨울 왕국의 왕자야!' 말하며 눈 위를 뛰어다녔다. 

 

쉬는 시간 후에도 공부가 잘 되었다. 공부가 끝나고 스터디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저녁으로 토마토 리조또를 만들었다. 어제 만든 토마토소스에 점심에 먹고 남은 야채를 넣었다. 냉장고에 있던 찬밥도 꺼냈다. '남은 음식만으로 이렇게 맛있는 요리가 된다니!' 감탄하며 먹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창가 책상에서 <먹기 명상 How to Eat> 독서 노트를 작성했다. 팃낙한 스님 책을 처음 읽었던 고등학교 때가 떠올랐다. 

 

독서 노트를 블로그에 올리고 부엌 청소를 했다. 드보르작 교향곡 9번 2악장을 들으며 청소를 했다. 여유롭게 청소하니 청소가 재미있었다. 냉동 피자를 구우러 온 하우스메이트 J가 내게 인사를 했다. J는 내일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며 야식을 먹는다고 했다. 나는 잘 구워진 J의 피자를 한 조각 얻어먹었다. 맛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방에 들어오니 저녁 9시 반, 잠잘 준비를 하고 블로그에 하루 일기를 쓰니 10시 반. 이제 잘 시간이다. 

오전에 왔던 월요병을 잘 달래서 보내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