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3일 베를린
눈이 온다!
베를린에서 눈은 매우 귀한 존재다. 오늘이 1월 3일인데 두 번째 눈이다. 내가 학사를 공부하며 살았던 독일 중부 도시 괴팅엔보다 눈이 덜 오는 것 같다. 지지난주에 첫눈이 왔지만 찔끔찔끔 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눈이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오늘은 눈이 펑펑 내린다. 한국처럼 함박눈은 아지만 그래도 한 시간 이상 눈이 펑펑 내린다. 며칠 전 엄마 인스타에서 함박눈 사진을 보았다. 엄마 사진처럼 찍어보려고 했지만 사진에 도대체가 눈이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눈이 살짝 보인다. 하지만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엄마 사진에서는 눈이 이렇게 커다랗게 보이는데 왜 내 사진에서는 눈이 보이지 않을까? 사진을 찍다가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베를린에 눈이 오거든. 눈 사진을 찍어보려고 하는데 사진에 눈이 안 나와. 엄마 어떻게 찍었어?"
엄마가 말씀하시길 눈을 찍을 때에는 조리개를 열고 밝게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냥 찍으면 눈이 회색으로 나온다고 하셨다. A모드로 바꾸어 조리개를 열어보았다.
"근데 엄마. 조리개 숫자 어떻게 줄이지?"
그리고 P 모드로 해서 노출 보정을 올려보았다. 오! 사진이 밝게 나온다.
"엄마. 노출 보정 숫자는 어떻게 올리는 거야? 다 잊어버렸네!"
9년 전 카메라를 샀을 때 <사진학 개론> 책을 보며 열심히 공부했었다. 그때는 조리개를 열 줄도 알았고, 노출 보정하는 법도 알았다. 독일 올 때 카메라를 가져와서 초반에 열심히 찍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무거워서 잘 들고나가지 않고, 핸드폰으로만 사진을 찍는 나를 발견하고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으로 카메라를 한국에 두고 왔다. 당시 엄마는 매일 핸드폰으로 조카 사진을 찍으셨다. 엄마는 내 카메라를 가지고 평생 교육원에서 사진을 배웠다. 내가 다시 한국에 갔을 때 엄마는 새 카메라를 장만했다. 엄마는 내게 사진기를 가져가서 독일에서 찍어보라고 하셨다. 핸드폰 카메라에 익숙했던 나는 독일에서도 카메라로 계속 자동 모드(auto)로 찍었다. 그리고 오늘! 눈을 찍기 위해 아주 오랜만에 A모드와 P 모드를 써 보았다.
오!! P모드에서 노출 보정 +2를 해서 찍으니 제법 눈이 보인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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