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일 나의 하루 - 비올라와 플룻

2021. 1. 2. 05:15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1년 1월 1일 베를린

 

 

 

어젯밤 11시에 룸메이트와 해피 뉴 이어 저녁 식사를 하고 새벽 2시가 되어 잠들었다. 몸이 기상 시간을 기억하고 있어서 4시 반에 일어났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화장실에 다녀와 일기 쓰고 기도하고 일기일회를 읽으며 새벽 시간을 보냈다. 다시 잠이 오길래 잤다. 10시 즈음 느지막이 일어나 기숙사 1층으로 악기 연습하러 갔다. 

 

어제까지 나의 일상은 아침 8시 시작하는 온라인 스터디에서 페이퍼를 쓰는 것이었다. 8시-오후 1시, 오후 2시 - 저녁 6시, 저녁 8시 - 10시에 친구들을 만나 페이퍼를 쓴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8시에 온라인 스터디에 참가한다. 이것이 지난 2개월 동안의 일상이었다. (11월과 12월 중반까지는 학교 수업이 있었다. 수업을 듣고 다시 온라인 스터디 방에서 공부했다. 12월 중반부터는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어 하루 종일 공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일상을 보내고 12월 31일 이었던 어제저녁 6시에 페이퍼를 제출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왠지 온라인 스터디 방에서 공부해야 할 것 같았다. 그 생활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는 쉼이 필요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면 심심하니 악기를 하기로 했다. 연습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곡을 연주해보았다.

 

 

 

 

 

 

기숙사 1층 공용공간

이제는 비올라 연주가 내게 위로가 된다. 그동안 테크닉을 익히고 시험을 보고 연주를 위해 악기 연습을 했다. 항상 배울 것이 있었고 나아질 게 있었다. 음악을 더이상 전공하지 않는 지금은 나를 위해 연습하고 연주한다. 2년 전 오랜만에 비올라를 꺼내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며 처음으로 나의 음악이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경험을 했다.

 

다른 사람을 위한 연주를 오랫동안 했다.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일을 하며. 아름다운 곡이더라도 무대 위에서 항상 템포(박자와 속도 혹은 빠르기)와 음악적 표현을 생각해야 했다. 감정에 빠져 연주하기보다는 감정을 조금 절제하고 완성된 곡을 연주하는데 집중했다. 지금은 다르다.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면 된다. 

 

한국에서 예술고등학교와 음악대학을 다니며 성당과 병원에서 봉사연주를 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연주가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위로가 되었다고도 했다. 시간이 흘러 나도 내 연주에 위로를 받는다. 비올라의 따뜻한 소리에, 연주곡의 아름다운 선율에, 천천히 음미하며 한 연주에. 

 

나와 비올라의 관계가 달라졌다. 악기를 전공했을 때 나는 비올라를 내 목숨보다 아꼈다. 비올라를 사랑했지만 때로는 어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더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비올라와 좋은 친구가 되었다. 비올라는 내가 필요할 때 항상 그곳에 있는 친구다.

 

음악이 싫어서 그만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분야가 생겨 새로운 공부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음악이 나에게 그 길을 열어주었더라. 악기 입시를 보고 들어간 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들었다. 음악 캠프에 참가하며 해외에서의 삶을 체험해 보았다. 연주 봉사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하고 싶은 분야도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음악에게 참 고맙다. 

 

 

 

 

 

 

부모님이 작년에 독일에 가져오신 플룻도 불어보았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플룻을 했고 6학년 때부터 비올라를 배웠다. 그리고 대학에서 비올라를 전공했다.) 초등학교 때 연주했던 곡을 손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샵(#, sharp) 하나와 플랫(, flat) 하나 음정 운지법이 기억나지 않았다. 입에서 플루트를 떼고 악기와 손가락을 보았다. 이곳저곳 눌러보니 손가락이 음정을 용케 찾아내더라. 신기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해보았다. 플루트로 비올라 곡도 연주해보았다. 플루트 곡을 비올라로 해본 적은 있지만 비올라 곡을 플루트로 해 본 적은 없었다. 비올라를 시작한 이후로 늦게 배운 악기를 익히느라 플루트 불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올라 곡을 플루트로 했을 때 새로웠다. 영어가 독일어를 도와주었고 독일어가 영어를 도와주는 것처럼 두 악기가 서로를 보완해주고 있었다. 감동적이었다.

 

악기를 연주하며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그만큼 악기가 내 삶에서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악기를 시작한 이후로 많은 시간을 악기와 함께했다.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만났다. 

 

비올라와 플룻은 평생을 함께 할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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