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세미나 페이퍼! - 첫 영어 학술적 글쓰기

2021. 1. 1. 02:19독일 대학과 새로운 학문 Uni/외국인 학생 생존기 Studieren

2020년 마지막 날 저녁 6시 30분

 

 

 

 

 

와... 끝이 나는구나. 끝날 줄은 알았지만 진짜로 끝나니까 믿겨지지 않는다. 이번 페이퍼는 최단기간(11일)에 쓴 학술적 글쓰기이다. 처음으로 영어로 써 본 소논문이기도 하다.

 

영어로 페이퍼를 쓰며 독일어로 처음 소논문을 썼던 시간을 떠올렸다. 한 달 동안 전전긍긍하다가 제출일 하루 전에 써서 독일 친구가 한 번 읽어주고 냈던 소논문이었다. 내용은 물론 구조도 엉성하고 독일어도 일상대화에서 쓰는 표현이었다. 학술적 글이 전혀 아니었다. 

 

처음으로 영어로 쓰는 학술적 글이라 막막했다. 하지만 이론 파트 내용은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학사 논문에 썼던 부르디외 문화자본 이론을 썼기 때문이다. 공부하며 나의 부적함을 자주 느끼는데 페이퍼를 쓰면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도 많다는 걸 알았다. 관심 있는 내용으로 논문을 썼던 기간 동안 배움의 기쁨이 컸다. 이번 페이퍼도 그랬다.

 

첫 독일어 소논문과 비교하여 첫 영어 페이퍼는

1.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시작했다.
2. 전잔긍긍하지 않고 그냥 썼다.

3. 영어 교정자를 미리 구했다.

4. 페이퍼를 쓰며 배움의 기쁨을 느꼈다.

5. 오전, 오후, 저녁 온라인 스터디방에서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공부했다.

6. 쉬는 시간에 목, 어깨, 허리에 좋은 요가를 하고 좋은 음식을 먹었다.

 

얼마나 큰 발전인가! 과정이 달라졌다. 

 

 

 

 

 

 

 

2. 영어 첨삭해줄 사람을 미리 구했다:

미리 구하려고 했지만 잘 안 구해지다가 제출일 이틀 전에 극적으로 구하게 되었다.
영어 첨삭해줄 사람이 꼭 필요했다. 나는 내 영어 수준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냥 제출하면 교수님이 '이 학생은 뭐라고 하는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실 것이 뻔했다. 아는 언니에게 물어봐서 전문 교정자를 알아보았지만 연말이라서인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교정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며 점점 마음이 타들어 갔다... 그러다 온라인 스터디 방 애들에게 말했다.

 

"너희 혹시 사회과학 전공하는 영어 원어민 친구 있니?"

 

독일애들은 모두 고개를 흔든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인문과학 공부하는 친구는?"

 

친구들이 고개를 흔든다.

내가 영어 에세이 걱정을 하자 애들이 말한다.

 

"Zugang, 너무 걱정하지 말고 Grammary 무료 버전으로 문법 체크한 다음 제출해. 패스/페일 과목이라면서."

 

나는 속으로 '그건 너희들이 독일인이라서 하는 말이지' 생각했다. 독일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 때 영어 과목에 서술형 문제가 나온다. 독일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 영어 작문 과제를 해보았을 것이다. 독일어와 영어는 비슷하니 어렵지 않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영어로 글을 써본 적이 없는데. 내가 한숨을 쉬자 한 친구가 말한다. 

 

"Zugang, 꼭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어야만 해? 내 친구가 미국인인데 엔지니어거든. 항공우주공학 엔지니어. 근데 그 친구가 취미로 글을 써. 소개해줄까?"

 

생각해보니 꼭 사회과학 전공자일 필요는 없었다. 이 페이퍼가 졸업 논문도 아니고. 그래서 친구의 친구를 소개 받았다.

 

 

 

 

 

 

 

와... 내가 이 교정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교정자는 내 페이퍼를 진짜 꼼꼼하게 하나하나 다 고쳐주었다. 자신이 왜 고쳤는지 이유도 써주었다. 교정본을 받았을 때 'Awkwardly worded' 코멘트가 너무 많아서 웃음이 나왔다. 

 

 

 

 

내 영어가 참 이상하지 ㅎㅎㅎㅎㅎ 이상한 게 당연하지. 나는 영어로 글을 써본 적이 없는데! (친구들에게 메일은 써봤다.)

 

그렇게 교정자의 코멘트를 읽어 내려가는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 교정자가 나의 말도 안 되는 영어를 읽으며 고생이 많았겠구나. 그는 내 페이퍼 첨삭 시간을  두 시간 정도 예상했지만 세 시간 반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해하지. 암, 이해하고 말고. 세 시간 반 밖에 안 걸린 게 참 다행이다. 

 

 

 

 

 

내 영어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나는 아직 영어 글쓰기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독일어도 걸음마 단계부터 배웠다. (그렇다고 내 독일어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님.) 나는 석사 수업을 들으며 매일 영어 텍스트를 읽을 것이고 수업에서 영어로 말할 것이다. 어느 순간 영어가 많이 늘어있을 거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많이 쓰고 많이 말해야겠다. 

 

이번 영어 페이퍼는 나에게 의미가 크다. 독일어로 배운 학술적 글쓰기를 영어에 접목해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3년 전부터 대학 글쓰기 센터에 꾸준히 다니고 있다. 글쓰기 습관도 생겼다. 이제는 매일 아침과 오후에 글쓰기(혹은 공부)를 한다. 페이퍼와 소논문 제출일 전에는 밤에도 글을 쓴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글쓰기가 수월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아니, 이미 왔다. 독일어 소논문을 처음 썼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로 많이 발전했다. 훨씬 수월해졌다. (절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이야기는 아님.) 10년 정도 학술적 글쓰기를 하면 조금 편해질 것이다. 내가 악기를 한 시간인 20년 정도 논문 글쓰기를 연습하면 익숙해지겠지.

 

영어 논문 글쓰기는 내가 일할 직업에서 꼭 필요하다. 이제라도 시작하여 다행이다. 석사 공부하며 영어 글쓰기 열심히 배워야지.

 

 

 

 

- 미국과 영국 대학 무료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edX에서 영어 학술적 글쓰기 수업을 듣고 스터디할 사람을 구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이메일(zugangkim@gmail.com)이나 댓글, 방명록으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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