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일 베를린
악기 연습을 하고 낮잠을 잤다. 눈을 떠 핸드폰을 보니 저녁 6시였다. 친구와 통화하기로 한 시간이었다.
일반적인 친구는 아니고 잘 아는 언니다. 마음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언니라 글에는 '친구'라 표현한다. '아는 언니'라는 표현은 정말 알고만 지내는 사이인 것 같기 때문이다.
1년 전 이맘 때 친구와 통화했다. 베를린에서 적응하고 있는 나와 독일의 다른 대도시에서 일을 시작한 친구는 공감하는 것이 많았다. 서로의 새해 목표를 말하며 기도해주기로 했다. 친구는 네 가지 목표(기도 내용)를 내게 말해주었다. 친구 이름과 기도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 미사 책 첫 페이지에 붙여놓았다. 기도할 때마다 친구를 생각할 수 있도록. 나는 2020년에 기도할 일이 많았다. 2019년 학사 논문을 제출하며 성당에 자주 가서 감사기도를 드리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미사에서 성가 책을 펼 때마다 친구를 위해 기도했고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기도문을 읽을 때도 친구를 위해 기도했다. 2020년 12월에는 매일 새벽 일어나 기도문과 일기일회를 읽었다. 덕분에 친구를 위해 자주 기도할 수 있었다.
긴 전화 통화가 끝나고 친구가 말했다.
"2020년에 이룬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너랑 대화하다보니 내가 작년에 바라던 것을 모두 이루었다는 걸 알았어."
친구가 내게 부탁했던 네 가지 기도가 모두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은 친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자 2020년의 목표이기도 했다. 친구는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마침내 이루게 된 것이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정말 기뻤다. 내가 친구에게 부탁했던 기도 내용도 이루어져 있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목표에 많이 다가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2021년 목표를 적어보았다. 나는 꽤나 진지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나: 조금 진지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들어주세요.
친구: 괜찮아. 내 목표도 꽤나 진지해.
우리는 매우 진지한 2021년 목표를 말했고 받아적었다. 나는 포스트잇에 친구의 새해 목표를 적어 미사 책에 붙여두고 기도할 것이다. 2020년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1년 후 통화하며 2021년을 돌아보자고 말했다. 서로에게 오늘 대화의 고마움을 전하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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