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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사랑하며 배운 것들

by 통로- 2020. 12. 28.

2020년 12월 27일 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하기

 

인간관계에서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것은 단연 사랑이다. 사랑은 나의 부족함, 비겁함, 이기적임 등 밑바닥을 마주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사랑하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를 사랑하며 그를 이해했고 그의 어린 시절과 그의 가족, 그의 세계를 이해했다.

 

상대에게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도 놀라웠다. 내가 나일 수 있었다. 나조차 사랑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그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사랑의 온도

활활 타오르는 사랑도 해보았고 따뜻한 사랑도 해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할 때는 사랑만 보였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도 나를 사랑해주길 바랐다. 나는 자주 설레었고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급할 때도 있었고 기다리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따뜻한 사랑을 할 때는 '이게 사랑인가?' 싶었다. 그것도 사랑이었다. 내가 그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의 손을 잡고 걸으면 든든했다. 

 

 

 

 

 

 

순례길

활활 타오르는 사랑이 끝났을 때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순례길을 걸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보니 인생은 헤어짐과 만남의 반복이더라. 내 곁에 있어준 그에게 고마웠다.

순례길을 끝내고 돌아와 나는 따뜻한 사랑을 만났다. 크리스마스 시기였는데 영화관에서 개봉한 순례길 영화를 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방학에 따로 만날 친구가 없어서 (방학이라 다들 집에 갔다) 조금 알고 지내던 친구에게 영화를 같이 보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가까운 옆 도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나는 순례길 영화 볼 사람이 없어서 그에게 물은 것인데 그는 데이트로 착각했다. 사랑은 착각으로 시작된다고 하지 않는가. 덕분에 그와 따뜻한 사랑을 했다. 

 

 

 

 

 

 

사랑하며 누군가를 바꿀 수 없다는 걸 배웠다.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그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나도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그를 이해할 수 없을 때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았다. 스님의 말씀대로 상대를 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꽃 보고는 '피어라 져라' 하지 않는다. 꽃이 피면 '아름답구나' 하고 꽃이 지면 '지는구나' 한다. 상대를 꽃으로 생각하며,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에게 법륜스님 말씀 이야기를 하니 그도 좋은 말씀이라고 했다. 

 

내가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 가족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특히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을 수 있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꽃으로 생각하며 그들에게 고마운 점을 떠올렸다. 

 





사랑을 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배웠다. 내가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통해 나도 나의 부족한 점을 사랑하고 받아들였다. 나를 받아들이니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가족에게 고마웠다. 가족을 이해하니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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