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4일 월요일 오후 베를린
따뜻한 오후 창 밖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자각한다.
수업이 없을 때는 오전과 오후 온라인 스터디 방에서 공부한다. 베를린의 여러 대학(자유대, 공대, 훔볼트 대 등)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만나 공부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베를린 글쓰기 센터 워크숍에 참가했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그룹은 이제는 규모가 커져서 아침에 9명이 모이기도 한다. 매일 얼굴을 보는 사람들끼리는 연대감도 생겼다. 나도 매일 얼굴을 보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주로 논문이나 소논문을 쓴다. Anna와 Helen는 학사 논문을 쓰고 Jan과 Flolian은 석사 논문을 쓴다. Christiane는 소논문과 학생 조교 일을 하고 나는 소논문과 수업 과제를 한다. Hejar는 재택근무로 일을 하며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아침에 공부를 시작할 때는 서로 오늘 어떤 공부를 할 건지 이야기하고, 공부가 끝났을 때는 오늘 공부가 어땠는지 말한다.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 강의가 처음 시작되었던 2020년 4월 여름학기에 나는 시간 관리의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 스터디를 시작한 겨울학기(2020년 10월 시작)인 지금은 놀라울 정도로 시간을 잘 쓰고 있다. 공부 습관도 생겼다. 매일 아침 스터디에 참여하니 규칙적인 시간에 잠을 자고 일어난다. 수업 과제도 잘 해가는 편이다. 잘 먹고 잘 싸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한다.
어느날 오후 공부하다 창 밖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친구들 덕분에 학업을 잘 해나가고 있구나라고. 아마 친구들도 서로에게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오늘 스터디가 아니었으면 이거 못 끝냈을 거야." (Helen)
"스터디 아니었으면 학사 논문 끝낼 수 없었을 거야." (Sarah, Zöe)
"스터디 덕분에 석사 논문 이 정도 쓰고 있는 것 같아. 코로나 전에는 친구들이랑 만나 도서관에서 썼는데 이젠 그게 안 되잖아. 스터디 도움이 정말 커." (Jan)
하루 공부가 끝나고 오늘 어땠는지 말하는 시간에 단골로 나오는 멘트다.
우리의 일상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앉아서 읽고 쓰고 읽고 쓰는 단순함의 반복이다. 어려운 과제를 만나면 머리를 쥐어짜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많이 성장할 거라고. 지금도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언젠가 나는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이다. 따뜻한 오후 조용한 방에서 노트북 화면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이 시간이.
- 떠오르는 노래: 어쿠스틱 버전의 <다시 여기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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